[세상을 바꾸는 ESG트렌드] (19) 갑질 기업 '불매', 착한 기업 '불패'

오너 일가 갑질 등 도덕성 훼손·· 불매운동·경영진 사퇴
'착한 기업' 소비자 구매 이어져··갓뚜기 된 오뚜기

전채리 승인 2021.01.07 09:43 의견 0
기업이 어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지가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들의 판단 기준이 되고 있다. [그래픽=전채리기자]


이제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보다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따지는 시대다. 소비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MZ(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세대가 주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착한 기업이 살아남는 시대다.

MZ세대는 구매하려는 제품이나 브랜드가 환경 보호에 기여하는지, 윤리경영을 실천하는지를 따진다. 단순히 싸고 좋은 물건이 구매를 결정하는 필수조건이 아니다. 자신의 신념에 부합하는 가치소비를 한다.

나눔경제뉴스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함께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나눔경제뉴스=전채리기자] "착한기업 혼내줘야겠다."

좋은 일을 하는 기업의 제품 소비를 장려할때 MZ세대가 흔히 쓰는 말이다. 기업이 어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지가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들의 새로운 판단 기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오너 일가의 갑질이나 경영진의 횡령 등 도덕성 논란은 불매운동, 경영진 사퇴요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오너 '갑질'에 이미지 추락

남양유업은 2013년 본사 영업사원이 대리점주에게 폭언을 쏟아내며 강매를 하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당시 남양유업은 기자회견 등을 통해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불매 운동에 나섰다.

이때 시작된 불매운동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9년 남양유업 창업자인 고 홍두영 회장의 외손녀로 알려진 황하나씨가 마약 투약 혐의로 재판을 받으며 더욱 공분을 샀기 때문이다.

'숨은 남양 찾기'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인터넷 게시글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후 소비자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등을 통해 남양유업이 위탁 생산하는 제품이나 '남양'이 표기되어 있지 않은 일부 제품을 찾아 공유하는 이른바 '숨은 남양 찾기'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또 최근 집행유예 중 또 다시 마약 투약 혐의로 입건된 황하나에 대해 6일 남양유업은 "본사와는 일절 무관하다"며 공식입장을 밝혔지만 일부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시각은 뒤바뀌지 않는 분위기다.

남양유업의 실적은 2013년 시작된 불매운동을 시작으로 수년째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고 또 실추된 이미지는 여전히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불매운동으로 위기에 몰린 기업은 남양유업뿐만이 아니다.

토종 피자 프랜차이즈 미스터피자 또한 불매로 인한 위기를 맞았었다. 2016년 미스터피자 창업주인 정우현 전 회장의 경비원 폭행 사건에 이어 2017년 가맹점 갑질·횡령 및 배임으로 논란이 불거지면서 소비자들이 외면하기 시작한 것이다.

기업 이미지 실추로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그룹 매출은 2016년 1512억원에서 2017년 1452억원, 2018년 1198억원, 2019년 1099억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영업적자도 2016년 10억원에서 2019년 25억원대로 늘어났다.

또 2018년 말 MP그룹은 상장폐지 위기까지 갔다가 오너 일가의 경영 포기로 유예되기도 했다.

결국 MP그룹은 지난해 매각을 결정하기에 이르렀고 치킨 업체 페리카나를 새 주인으로 맞으며 이미지 회복에 나서고 있다.

기업이나 오너의 도덕성이 기업 이미지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2019년 10월 진행된 '오뚜기의 사랑으로, 새 생명 5000명 탄생' 기념행사 [사진=오뚜기]


▶착한 기업 찾기··오뚜기는 갓뚜기

반대로 '착한 기업'으로 불리며 소비자의 구매로 이어지는 기업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오뚜기다. 오뚜기는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MZ세대 사이에서 '갓뚜기(God+오뚜기)'라는 별명을 얻었다.

오뚜기는 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은 기업 중 한 곳으로 알려져있다. 고 함태호 오뚜기 명예회장의 '사람을 비정규직으로 쓰지 마라'는 경영 철학에 따라 현재까지 오뚜기는 정규직 99%의 정규직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다 함영준 회장은 함태호 명예회장으로부터 지분을 상속받으면서 주목을 받았다. 국내 기업들이 편법 상속 논란에 자주 휘말리는 가운데 함 회장은 상속세 1500억원을 전액 5년에 걸쳐 성실히 납부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또 식품업계들이 잇달아 가격을 인상할때도 오뚜기는 라면값을 동결하며 착한 기업 이미지를 쌓았다. 오뚜기는 2008년부터 '진라면' 가격을 12년째 동결하고 있다.

이 밖에도 오뚜기는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 후원과 장애인 일자리 지원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렇듯 착한기업 행보를 이어온 '갓뚜기'의 위상은 라면시장에서도 드러난다. '진라면'은 꾸준히 점유율을 늘려 부동의 1위 '신라면'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착한 기업은 그래도 괜찮아"

착한 이미지로 위기를 극복한 사례도 있다.

마스크 전문 기업 웰킵스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마스크 대란 속에서도 마스크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공적마스크 공급에도 앞장서며 '착한마스크', '착한 기업'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 3월 웰킵스는 제조공장에서 일하던 아르바이트생이 포장 전 마스크를 볼에 비비는 사진을 자신의 SNS에 게재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2020년 3월 아르바이트생의 '마스크 포장 테러' 이후 웰킵스가 게재한 사과문 [사진=웰킵스 홈페이지 캡처]


웰킵스는 즉각 사과문을 올리고 해당 라인 제품을 전량 폐기했다. 또 웰킵스는 위생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겠다며 개선 의지를 강조했다.

회사의 진정성 있는 해명과 빠른 조치, 향후 다짐 등으로 여론은 급반전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1원도 올리지 않고 마스크를 공급하는 곳"이라며 "웰킵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더 크기에 응원하고 계속 사용하겠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사과문을 보니 더 믿음이 가는 것 같다. 사이트를 보니 판매를 중지하고 있던데 생산과 밀린 배송에 더 집중하려는 것 같다. 앞으로도 웰킵스를 믿어보려 한다", "그만큼 더 신경쓰는 거라 생각한다. 이 시기가 지나가도 잊지 않고 웰킵스를 구입하려 한다"는 의견이 줄을 이었다.

이후에도 웰킵스는 지난해 8월 광복절 기념 815기부 캠페인을 진행해 마스크 10만장을 기부하는 등 착한 기업 행보를 이어가며 마스크 시장점유율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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