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이세요?"는 당근마켓 거래자를 찾는 말이다. [그래픽=나눔경제뉴스]
이제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보다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따지는 시대다. 소비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MZ(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세대가 주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착한 기업이 살아남는 시대다.
MZ세대는 구매하려는 제품이나 브랜드가 환경 보호에 기여하는지, 윤리경영을 실천하는지를 따진다. 단순히 싸고 좋은 물건이 구매를 결정하는 필수조건이 아니다. 자신의 신념에 부합하는 가치소비를 한다.
나눔경제뉴스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함께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나눔경제뉴스=전채리기자] "90년대는 아나바다, 2020은 당근"
'아나바다'는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자'를 줄인말이다. 요즘 중고거래는 2020년식 아나바다 운동과 비슷하다. 자신에게 필요 없는 물건을 버리지 않고 구매자를 찾아 팔거나 무료로 나눠준다.
지속가능한 소비를 추구하는 MZ세대는 이제 중고거래를 '가치소비'로 인식한다. 중고시장에서는 다양한 제품이 거래되고 있다. 중고 거래 플랫폼도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웹부터 앱까지, 빅3 중고 거래 플랫폼
중고나라, 번개장터, 당근마켓 등은 이른바 빅3 중고거래 플랫폼이다.
이 중 시장의 '원조' 격인 '중고나라'는 2003년 네이버 카페를 시작으로 웹과 앱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현재 중고나라 네이버 카페와 모바일앱 회원수는 각각 1800만명, 44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거래액은 약 4조원에 달했다. 2016년 1조8881원에서 약 3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그리고 2011년 번개장터가 등장했다. 중고제품 등록부터 구매, 결제·배송 등 모든 서비스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를 선보였다. 지난해 번개장터 연간 거래액은 1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번개장터는 연예인 굿즈(연예인과 관련된 상품)와 피규어 같은 키덜트 제품 등 희소가치가 높은 다양한 제품들이 거래되면서 유명세를 탔다. 이 때문에 번개장터 전체 회원 1000만명 중 80%가 MZ세대다.
여기에 무서운 속도로 성장 중인 당근마켓도 있다. 당근마켓 연간 거래액은 2016년 46억원, 2017년 500억원, 2018년 2000원. 2019년 7000억원으로 늘었다. 회원수는 700만명에 달한다. 1조원 돌파도 초읽기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게시물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당근이세요?"
당근마켓 거래자를 찾는 말이다. 당근마켓의 무서운 성장세를 보여주는 일종의 유행어인 셈이다.
2016년 앱을 출시한 당근마켓은 '당신 근처의 마켓'의 줄임말이다. 직거래를 기반으로 한다. 다른 플랫폼과 달리 당근마켓은 사용자가 실제 거주하는 지역에서만 거래가 가능하다. GPS 기반으로 이용자 위치를 확인해 2~6km 반경 내에서만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한다.
이제 막 돌이 지난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 이씨(33)는 "아기를 낳은 후 자연스래 당근마켓에 눈을 떴다"고 말했다.
당근마켓에서 판매 중인 유아용품 [사진=당근마켓 앱 화면 캡쳐]
이씨는 나눔경제뉴스에 "아기를 낳기 전에는 가끔 중고나라를 이용했지만 지금은 아기가 빨리 크면서 필요가 없어진 옷이나 장난감 등을 처분하거나 아기에게 필요한 물건을 사기 위해 월 1회 정도 당근마켓을 이용한다"고 했다.
이어 이씨는 "우선 중고나라의 경우 물건이 많기 때문에 중고 시세를 알아볼 때 좋다"면서 "직거래가 아닌 택배로 주고받을 수 있는 제품을 찾을때 유용하다"고 말했다.
또 당근마켓에 대해서는 "동네에서 직접 만나 거래를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부피가 큰 육아용품을 사고 팔 때도 편하고 사용 기간은 짧은데 상태가 좋은 물건을 직접 눈으로 보고 거래할 수 있는 잇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출시 초반 당근마켓은 아이를 키우는 30·40대 여성 사용자를 중심으로 인기를 얻으며 성장을 이끌었다. 영·유아용품은 중고시장에서 가장 거래가 활발한 품목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당근마켓에서 확대 중인 '동네생활' 서비스 화면 [사진=당근마켓 앱 화면 캡쳐]
▶코로나19가 급성장 기회 줘
최근 업계에서는 당근마켓이 중고 거래 플랫폼을 넘어 '동네 기반 커뮤니티'로 거듭날 수도 있다고 봤다. 당근마켓은 올해 회원수 1000만명을 목표로 '동네생활'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동네생활'은 '새로 생긴 맛집', '마트에서 할인 행사 중인 과일' 등 이웃 주민들끼리 지역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중고거래 시장은 계속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면서 "특히 경기가 안좋을 수록 중고거래는 늘어나기 때문에 당근마켓 같은 중고 거래 플랫폼은 코로나19 사태로 경기가 얼어붙은 지금이 기회"라고 전망했다.
함께 나눌 수 있는 다양한 가치를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캐나다 토론토대학교에서 미디어학을 전공했고 다국적 기업과 경제지를 거쳐 나눔경제뉴스와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세상을 만드는 기사를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나눔경제뉴스
전채리
cherryj@nanumy.co.kr
전채리의 기사 더보기
저작권자 ⓒ 나눔경제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