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ESG트렌드] (5) 업사이클링 - 이제 재활용 말고 '새활용'

전채리 승인 2020.03.17 14:12 의견 0
트럭 방수천을 '업사이클링' 하는 가방 브랜드 프라이탁 [사진=프라이탁 공식 인스타그램]


이제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보다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따지는 시대다. 소비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MZ(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세대가 주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착한 기업이 살아남는 시대다.

MZ세대는 구매하려는 제품이나 브랜드가 환경 보호에 기여하는지, 윤리경영을 실천하는지를 따진다. 단순히 싸고 좋은 물건이 구매를 결정하는 필수조건이 아니다. 자신의 신념에 부합하는 가치소비를 한다.

나눔경제뉴스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함께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나눔경제뉴스=전채리기자] 가심비를 따지는 가치소비 트렌드가 떠오르면서 버려지던 제품을 새로 활용하는 '업사이클링'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업사이클링은 ‘업그레이드(Upgrade)’와 ‘리사이클링(Recycling)’의 합성어다. 기존에는 버려지던 물건에 새로운 디자인을 입혀 다시 새로운 제품으로 만든다는 뜻이다. 우리말로는 '새활용'이라고도 불린다. 

업사이클링 제품이 주목받는 이유는 일반 제품과 비교해도 뒤쳐지지 않는 기능과 디자인을 갖춘데다 소비자 스스로가 환경을 보호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MZ세대가 추구하는 '가치 소비'에 부합하는 아이템인 것이다. 

▶지속가능한 패션 '업사이클링' 

트렌드에 가장 민감한 패션계에서는 이미 다양한 업사이클링 제품들이 자리잡고 있다. 

패션 업계의 업사이클링 선두주자는 스위스 가방 브랜드 '프라이탁'이다. 프라이탁은 마커스와 다니엘 프라이탁 형제가 자신들의 가방이 비에 젖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버려진 트럭 방수포로 가방을 만들면서 시작됐다. 

각기 다른 디자인을 자랑하는 프라이탁 가방 [사진=프라이탁 공식 인스타그램] 

프라이탁은 5년 이상 사용된 트럭 방수천으로 가방 몸통을 만든다. 여기에 가방 끈은 자동차 안전벨트로, 가방 마감은 자전거의 고무 튜브를 활용한다. 매년 생산되는 30만개 가방이 모두 다른 디자인이다. 가격은 수십만원에 이르지만 두터운 매니아층을 자랑하고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친환경 패션 브랜드로는 '파타고니아'를 빼놓을 수 없다. 

"불필요한 환경 피해를 유발하지 않고 환경 위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해결 방안을 실행하기 위해 사업을 이용한다"는 것이 파타고니아의 사명이다. 멋이 아닌 환경 보호를 강조하고 있다. 

파타고니아는 1993년부터 재활용 소재를 활용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 또 환경을 보호하는 재활용 원료 개발에 앞장서왔고 매번 업사이클링을 내세운 친환경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아직 작지만 무궁무진한 국내 업사이클링 

국내 업사이클링 시장 규모는 아직 작은 편이지만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해 보인다. 

광고 플랫폼 크리테오가 지난해 4분기 국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2명 중 1명(51%)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친환경 브랜드와 제품을 구입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국내에서도 친환경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결과다. 

빈폴에서 선보인 친호나경 라인 '비 싸이클' [사진=빈폴 제공]


최근에는 삼성물산이 전개하는 패션 브랜드 빈폴이 업사이클링에 도전했다. 지난 1월 빈폴은 100%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로 만든 제품으로 구성된 친환경 라인 '비 싸이클(B-Cycle)'을 출시했다. 친환경 발수제를 사용한 원단과 폐페트병을 재생한 충전재를 활용한 제품 등로 구성된 라인이다. 

작년에는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코오롱Fnc)에서 '업사이클링 스윗셔츠'를 선보였다. 시리즈, 캠브리지멤버스, 에피그램, 에스로우, 헨리코튼, 코오롱스포츠, 래코드, 커스텀멜로우 등 코오롱Fnc 8개 브랜드는 종이, 플라스틱, 알루미늄 캔이라는 세 가지 콘셉트를 중심으로 각기 다른 디자인을 적용한 업사이클링 제품을 내놨다. 

자동차 가죽시트 등을 활용해 가방과 지갑을 만드는 스타트업도 있다. 모어댄은 폐차에서 나온 가죽, 안전밸트 등을 재활용하는 국내 스타트업 기업이다.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매년 버려지는 자동차 폐기물은 400만톤이다. 모어댄은 버려지는 자동차 가죽, 안전밸트 등을 업사이클링해 가방으로 만들었을 때 가방 하나 당 약 1600리터의 물을 절약할 수 있고 폐기물을 땅에 묻거나 태울때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삼성전자와 크바드라트와의 협업으로 제작된 갤럭시 S20+ 케이스 [사진=삼성전자] 


또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덴마크 브랜드 크바드라트(Kvadrat)와 협업해 재활용 소재로 만든 핸드폰 케이스를 출시했다. 폐플라스틱을 녹여 만든 실로 제작된 핸드폰 케이스를 개발한 것이다. 핸드폰 케이스에 재활용 소재가 사용된 것은 삼성전자가 처음이다. 

이 밖에도 가구, 생활소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업사이클링 제품이 주목을 받으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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