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이마트에서 선보인 '보조개 사과' [사진=이마트 제공]
이제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보다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따지는 시대다. 소비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MZ(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세대가 주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착한 기업이 살아남는 시대다.
MZ세대는 구매하려는 제품이나 브랜드가 환경 보호에 기여하는지, 윤리경영을 실천하는지를 따진다. 단순히 싸고 좋은 물건이 구매를 결정하는 필수조건이 아니다. 자신의 신념에 부합하는 가치소비를 한다.
나눔경제뉴스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함께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나눔경제뉴스=전채리기자] 기업은 재고 부담을 덜고, 소비자들은 멀쩡한 제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리퍼브 제품이다.
‘리퍼브’는 성능에는 문제가 없지만 소비자의 변심이나 미세한 흠집 등으로 반품된 상품이나 매장에 전시 됐던 제품 등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리퍼비쉬드(refurbished)를 줄인말이다. 흔히 ‘리퍼’ 제품으로 불린다.
▶20만원으로 노트북 사기
리퍼브 제품은 먼저 생활가전 시장에서 관심을 모았다. 가격대가 높아 쉽게 사기 힘든 냉장고, TV, 에어컨, 세탁기 등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휴대폰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해 티몬은 매달 24일을 '리퍼데이'로 정하고 기획전을 열었다. 티몬에 따르면 지난해(1월~9월) 리퍼상품 매출 중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구매한 리퍼상품은 가전제품으로 집계됐다. 전체 리퍼상품 매출의 60%를 차지했다. 패션·뷰티(20%), 스포츠·자동차용품(6%), 가구·홈데코(5%) 등이 뒤를 이었다.
티몬은 이 기간 동안 전체 리퍼상품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70% 늘었고 구매고객 수는 144% 증가했다고 밝혔다. 티몬은 지난해 11월부터 리퍼 상품 판매 확대를 위해 '리허창고' 코너를 새로 만들어 상시 기획전으로 이어가고 있다.
노트북, 컴퓨터, 청소기, 냉장고 등 가전 제품이 주를 이루던 것과 달리 운동기구, 놀이방매트, 유아완구까지 다양한 리퍼 제품들이 등장했다. 20만원대 노트북부터 2만원대 놀이방매트까지 평소 비싼 가격이라는 인식이 있던 제품들이 파격적인 가격으로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이마트 성수점에서 판매한 강원도 '못난이 감자' [사진=이마트 제공]
▶못난이 감자, 보조개 사과..'푸드 리퍼브'
'푸드 리퍼브'는 맛과 영양에는 차기아 없지만 외관상 기준에 미치지 않아 상품성이 떨어지는 식품을 말한다. 쉽게 말하자면 못생겨서 팔기 힘든 농산물이다.
지난해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에게 강원도 농가에서 버려지는 못난이 감자를 사달라고 부탁한 사례를 예로 들 수 있다.
못난이 감자는 혹이 나거나 크기가 애매해 상품성이 떨어지는 감자다. SBS 예능 프로그램 '맛남의 광장'에 나온 한 농민은 못난이 감자가 '버려지는 감자'라고 말해 충격을 주었다.
방송 직후 정용진 부회장은 폐기될 위기에 처한 못난이 감자 30톤을 사들여 전국 이마트 매장에서 판매했다. 이어 지난달 이마트는 태풍, 우박 등으로 흠집이 생긴 '보조개 사과'를 선보이며 푸드 리퍼브 시장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리퍼브 제품 전문 쇼핑몰 '떠리몰' [사진=떠리몰 홈페이지 캡쳐]
▶리퍼브 전문 쇼핑몰도 인기
과거 소비자들은 직접 눈으로 리퍼브 제품 상태를 확인하고 구매하는 오프라인 쇼핑을 선호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온라인 채널을 통한 리퍼브 쇼핑도 인기를 끌고 있다.
티몬, 쿠팡, 위메프 등 소셜커머스 업체들도 리퍼브 제품을 내세우고 있고 떠리몰, 임박몰 등 리퍼브 제품을 전문으로 하는 사이트도 등장했다.
떠리몰, 임박몰은 리퍼브 제품과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 또는 미세한 흠집 등을 이유로 'B급'으로 분류된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는 쇼핑몰이다. 식음료 제품부터 건강식품, 전자제품, 생활필수품까지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갖추고 있고 최대 90%가 넘는 할인률을 적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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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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