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태훈의 행복이야기] (15) 아~ 그랬구나!

배태훈 승인 2020.05.18 16:58 의견 0
다음세대인 자녀와 부모가 모두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꿈을 꾸는 배태훈 소장의 행복이야기


국어사전을 보면, 공감을 이렇게 말한다. “다른 사람의 감정, 의견, 주장 등에 대해서 자기도 그렇다고 느끼는 감정.”

삶이 힘들어서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나를 공감해주는 사람이 있는 사람은 절대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이 세상에 내 편은 하나도 없고 혼자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쉽게 삶을 포기하고 인생을 포기한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의 삶에서 ‘공감’은 중요하다.

여러분은 가족들과 얼마나 공감하면서 살고 있는가?

어느 날 어떤 분이 저를 찾아봐서 왜 딸이 자기를 힘들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분의 이야기는 이렇다. 유치원에 다니는 딸이 유치원에서 선생님과 친구들의 사랑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어떤 아이보다 바르게 행동하고, 선생님의 말씀을 잘 듣는다. 늘 친구들을 배려하고 양보해서 딸을 싫어하는 아이가 없다. 유치원에 아이를 데리러 갈 때마다 선생님의 칭찬이 끊이지 않는다.

그런데 딸이 유치원을 나오면 엄마에게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 엄마 말은 듣지 않고 모두 다 해달라고 한다. 유치원에서는 혼자서 뭐든지 잘 하면서 왜 엄마에게만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아이의 전혀 다른 행동에 엄마는 너무 힘들다면서 찾아왔다. 내 아이가 이렇게 한다면, 여러분은 어떨까? 아마 이 상황만 놓고 보면 모두 이 엄마의 상황에 공감할 것이다. 엄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이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 알게 됐다.

지난주에도 이야기했듯이 아이의 모습에는 부모가 큰 영향을 준다. 아이가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부모의 말과 행동 때문이었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아이가 왜 그렇게 다르게 행동할까요?” 엄마는 “제가 그걸 알면 지금 선생님을 찾아왔겠어요? 몰라요. 왜 저한테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하고 대답했다.

아이는 유치원에서 힘들었다고 엄마한테 온몸으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엄마가 ‘전혀’ 알아주지 않아서 자기방식대로 표현하고 있었다. 엄마의 이야기를 더 깊이 들어보니 딸은 엄마의 엄격함 때문에 사랑에 대한 갈급함이 있었다. 엄마는 아이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을 지나칠 정도로 어릴 때부터 교육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기 위한 엄마만의 철학이었다.

아이는 엄마의 말과 행동에 다른 사람들로부터 버림받지 않기 위해서, 사랑받고 인정받기 위해서 무단이 노력했다. 유치원에서 선생님하고 아이들에게 신경을 너무 썼다가 유치원을 나오는 순간 엄마를 보고 긴장을 풀어버리고 참아왔던 응석을 부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딸을 꼭 안아주면서 “우리 딸, 유치원 생활을 잘 해줘서 고마워.” “얼마나 힘들었어?” “네 마음을 다 알아.” “사랑해.” 이런 말을 해준다면 딸은 엄마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고 이해해준다고 생각하고 지금처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엄마는 나의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딸이 그런 감정을 가지고 있었는지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자신의 힘든 감정만 중요했지 딸의 감정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 달 뒤에 다시 만난 아이 엄마는 딸하고 사이가 아주 좋아졌다고 했다.

사람이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 같지만, 많은 부분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는 행동을 한다. 물건을 하나를 살 때도 물건의 품질과 가격이 합리적이더라도 가게 주인이 불친절하여 감정이 상하면 그냥 돌아서 나온다.

그런데 살까 말까 망설이다가도 나의 마음을 공감해주는 것을 느끼면 마음이 동하여 어느새 물건을 손에 들고 나오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자신의 감정, 의견, 주장 등에 대해서 공감을 해주는 사람에게 우리는 마음을 열게 된다.

아이들도 부모가 자신의 감정, 의견, 주장 등에 대해서 공감을 해주어야 마음을 연다. 이런 공감이 어릴 때부터 계속 이어지면, 사춘기가 되더라도 부딪힘이 있지만 대화의 단절은 일어나지 않는다.

사춘기 아이들이 부모와 대화를 단절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어린 시절 조금은 서투른 방법으로 전하려 했던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이 번번이 거절당해 왔던 부정적인 경험들이 쌓여서 정서적 유대 관계가 끊어져 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어차피 남에게 보이거나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아닌 아이의 마음이나 감정 같은 건 부모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자녀의 감정을 공감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부모가 자녀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기회가 될 때마다 표현하는 것이다. 표현하지 않으면 아이는 부모의 관심과 사랑, 그리고 공감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 행복한 가정에서 서로를 향한 사랑과 공감이 가득하다.

배태훈 다함께연구소장

▶배태훈(다함께연구소장)= 다음세대인 자녀와 부모가 모두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꿈을 꾼다. 다음세대 전문 사역자로 ‘다함께연구소(다음세대와 함께하는 연구소)’를 설립하여 의사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자녀교육, 부모교육, 부부교육 등을 연구하고 강의를 하고 있다. 아동청소년심리센터 HugMom 자문위원 및 칼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일기동화'(가이드포스트, 공저, 2017)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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