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태훈의 행복이야기] (7) 아들 키우느라 미치겠다고요?

배태훈 승인 2020.03.20 08:00 의견 0
다음세대인 자녀와 부모가 모두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꿈을 꾸는 배태훈 소장의 행복이야기


많은 엄마들이 아들 키우는 게 너무 힘들다고 한다. 요즘 학원가와 서점가에 아들 키우기가 화두로 등장하고, 요즘 ‘아들 홍역’ 시대라고 말한다.

아들 관련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아들 공부’를 위한 사설학원이 등장했다고 하니 그야말로 엄마들이 아들 키우는 게 얼마나 힘이 드는지 알 수 있다. 엄마들이 아들 키우는 것이 힘든 이유는 남자와 여자의 다름을 인정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못하는 것을 이해하고 인정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자신이 경험하지 못하고 머리로만 이해한 채 공감한다는 것은 아주 작은 부분을 이해할뿐이지 진정한 공감을 이루지는 못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엄마가 성이 다른 아들을 키울 때 힘이 든다.

아빠는 동성이기 때문에, 아들이 왜 그렇게 하는지 엄마보다 더 잘 안다. 아빠가 남자 아이로 자랐기 때문이다. 엄마 입장에서는 뭔가 큰일이 일어난 것 같지만, 아빠 입장에서는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닌 경우도 있다.

반대로 아빠 입장에서는 큰일인 것 같은데, 엄마 입장에서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아내가 가끔 나에게 이런 말을 한다. “도대체 나는 애들이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 그런 아내에게 나는 이렇게 대답하곤 한다. “그래? 난 충분히 이해가 되는데.” “괜찮아. 그렇게 심각하게 걱정할 문제 아니야.” 정말 그렇다.

대부분 남자아이들은 여자아이들보다 몸에 에너지가 많다. 아이들 대부분이 신체적인 활동으로 에너지를 발산한다. 몸에서 에너지가 쏟아져 나오는데, 의자에만 앉아 있으라고 하면 좀이 쑤신다. 매일 신체적인 활동을 해서 에너지를 소모해야 한다. 몸을 부딪치고 땀을 흘리면서 노는 것을 좋아한다.

나도 두 아들과 몸싸움을 하면서 논다. 씨름도 하고, 유도도 한다. 그러다 넘어지기도 하고, 물건에 부딪히기도 한다. 때로는 영광의(?) 상처를 남겨서 아내를 걱정시키기도 한다.

아내는 도대체 이 아이들이 왜 이렇게 노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가끔 이 아이들이라는 무리에 나를 포함해서 말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놀이를 통해서 엄마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재미와 유대감을 갖게 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아빠라면, 다 알 것이다.

아이들이 태어난 후, 고등학생이 되기 전까지 양육을 받는 곳에 있는 분들이 대부분 여성들이다.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그리고 각종 학원까지 아이들이 접하는 선생님들의 대부분이 여자 선생님이다. 선생님과 엄마는 여자아이와 비교했을 때 남자아이들이 다루기 힘들다고 말한다. 많이 움직이고, 산만하고, 말도 잘 안 듣는다. 덩치가 커지면, 감당하기가 더 힘들다.

그래서 선생님들도 엄마들도 남자아이 다루기가 힘들다고 한다.

아들을 아들답게 키우면 쉬운데, 아들을 딸처럼 키우려고 하니 힘들다. 엄마 생각의 틀 안에서 아들이 자랐으면 하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엄마가 아무리 아들의 입장을 들어주고 이해하려고 해도 한계가 있다.

아들은 아빠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빠가 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놀아주면 된다. 같은 남자의 입장에서 있는 그대로 받아주면 된다. 아빠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낸 아들은 그리 큰 사고 없이 잘 성장하는 경우가 많다.

남자들끼리 과격하게 놀다가 정형외과에 가는 일은 종종 있겠지만. 우리 집도 아이들이 어릴 때 정형외과와 응급실을 몇 차례 다녀왔다.

우리의 조상들을 살펴보면, 아들이 어느 정도 자라면 아빠에게 교육을 받았다. 글을 배우고, 삶을 배웠다. 딸은 엄마에게 교육을 받았다. 조선시대에 글을 배우지 않고, 농사를 짓거나 장사를 하는 사람들도 아들은 아버지와 시간을 보내면서 아버지의 삶을 배웠다. 이렇게 동성끼리 있었기 때문에, 양육하는 데 그렇게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런데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양육의 패러다임이 변했다. 아빠는 밖에 나가서 일을 하고, 어머니는 집에서 살림을 하면서 모든 양육이 엄마에게 맡겨졌다. 그나마 대가족의 형태를 지니고 있었던 시대나 골목시대에서 자랐을 시절에는 양육이 엄마만의 몫은 아니었다. 집안에 있는 어른들과 많은 아이들이 함께 어울리며 지냈기 때문에 양육이 힘들지 않았다.

하지만 빌라와 아파트가 들어선 후 옆집에, 위아래 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도 모르게 된 시대부터 양육은 오롯이 부모에게만 맡겨졌다. 아니, 엄마에게만 맡겨졌다. 이때부터 아들을 키우는 엄마들은 힘들어졌다.

그리고 여러분들도 잘 알고 있듯이 딸 둘에 아들 하나면 ‘금메달’, 딸 둘 낳으면 ‘은메달’, 아들 둘 낳으면 ‘목메달’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아들을 키우는 것이 미치겠다는 말은 대부분 아빠가 양육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빠가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양육에 참여한다면, 아들을 키우는 게 미치겠다는 말은 조금은 수그러들지 않을까?

배태훈 다함께연구소장


▶배태훈(다함께연구소장)= 다음세대인 자녀와 부모가 모두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꿈을 꾼다. 다음세대 전문 사역자로 ‘다함께연구소(다음세대와 함께하는 연구소)’를 설립하여 의사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자녀교육, 부모교육, 부부교육 등을 연구하고 강의를 하고 있다. 아동청소년심리센터 HugMom 자문위원 및 칼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일기동화'(가이드포스트, 공저, 2017)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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