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세대인 자녀와 부모가 모두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꿈을 꾸는 배태훈 소장의 행복이야기
우리 가족이 제주도에서 2년 동안 지낸 것은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뛰어놀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정말 2년 동안 자연 속에서 실컷 놀다 왔다.
제주로 이주하면서 아내가 휴직을 하고, 나도 하는 일을 줄였기 때문에 아내와는 거의 24시간을 함께했다. 아이들과도 학교생활을 제외하고는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2년을 보냈지만, 느낌상으로는 20년을 산 것 같았다. 함께 보낸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제주의 추억거리가 많았다.
5년이 지났지만, 함께 공유한 추억들이 많아서 TV에서 제주도가 나오면 장소에 따라 서로 할 이야기가 많다. 평상시에도 제주도 이야기만 나오면 줄줄이 사탕처럼 이야기가 나온다. 가끔씩 SNS에서 제주에서 지냈던 추억들을 알려주면 가족이 모두 모여서 그때의 일을 떠올리며 사진을 본다. 가족 모두 그때 일을 기억하며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함께 시간을 보냈기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 가족이 제주에 살 때 사람들 사이에서 제주에서 한 달 살기가 유행이었다. 우리 가족처럼 아이들에게 자연을 보여주고 싶은 사람들도 많았다. 제주도에 국제학교가 설립되면서 아이들의 교육문제 때문에 내려온 사람들도 많았다. 어떤 이유든지 제주에 와서 많은 추억들이 쌓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가 접했던 이주민 중에서 기러기 가족들이 많이 있었다.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 아빠는 육지에서 돈을 벌고, 엄마가 아이들과 지내는 가족이었다. 아빠는 일주일에 한번, 혹은 한 달에 한 번 내려온다. 그러다가 아빠가 제주도에 내려오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었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
우리 집 근처로 이사를 온 가족들 중에도 육지에서 살다가 엄마가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이 있었다. 두 아들과 함께 와서 힐링을 하고 싶다는 집이 있었고, 두 딸과 온 엄마는 초등학교 때 아이들을 자연에서 놀게 하고 싶다고 왔다고 했다. 두 집 모두 아빠는 함께 살지 않았다.
처음에는 주말마다 아빠의 모습이 보였지만, 한두 달 지나니 아빠가 오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어서 거의 볼 수 없었다. 그런 가족들을 보면 마음이 아팠다. 아이 친구들 중에도 그런 가족이 있었다. 어느 날 아들 친구에게 물었다. “아빠하고 재미있게 지냈던 추억이 있어?” 그랬더니 그 아이가 이렇게 대답했다. “글쎄요, 아빠하고는 별로예요. 그냥 용돈이나 많이 주면 좋겠어요.” 아빠하고 추억도 없었다. 함께한 시간이 없으니 아이들의 삶에는 아빠의 존재가 그저 돈을 주는 사람으로 각인된 것이다.
지극히 개인적으로 생각이지만, 가족은 함께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오랜 시간 함께하다보면, 다툼이 생기기도 하지만 그대로 가족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면 좋다는 게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가족을 다른 말로 식구라고 한다. 국어사전을 보면, 식구(食口)는 한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우리 가족은 식구가 맞는가? 한집에서 함께 살지 못하고 끼니도 같이하지 못하면서 식구라고 말할 수 있을까?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함께 하지 못하는 경우들도 있다. 하지만 가족의 행복은 함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있다. 혈연관계가 아닌 이웃도 가까이 지내며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 먼 곳에서 시간을 함께 보내지 않는 혈연관계의 가족보다 더 가깝다는 말이다. 요즘 가족 구성원 모두 함께하지 못하는 가족들이 많다. 모두 바쁘게 지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아이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부모의 품을 떠난다. 기쁜 일이든지 슬픈 일든지 지금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그 어느 것보다 소중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난 후 웃으면서 이야기할 할 수 있는 추억들을 함께 만들어 가면 어떨까?
배태훈 다함께연구소장
▶배태훈(다함께연구소장)= 다음세대인 자녀와 부모가 모두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꿈을 꾼다. 다음세대 전문 사역자로 ‘다함께연구소(다음세대와 함께하는 연구소)’를 설립하여 의사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자녀교육, 부모교육, 부부교육 등을 연구하고 강의를 하고 있다. 아동청소년심리센터 HugMom 자문위원 및 칼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일기동화'(가이드포스트, 공저, 2017)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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