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태훈의 행복이야기] (13) 나를 닮아가는 아이

배태훈 승인 2020.04.30 09:00 의견 0
다음세대인 자녀와 부모가 모두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꿈을 꾸는 배태훈 소장의 행복이야기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아이의 모습에서 부모의 모습이 그대로 나오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엄마 아빠처럼 살지 않을 거야’ 하고 외치지만, 부모의 나이가 됐을 때 자신의 모습에서 부모의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그럴 때마다 깜짝 놀란다. 닮고 싶지 않지만, 우리는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닮아간다. 우리의 아이도 당연히 나의 모습을 보면서 닮아간다.

부모의 양육이 아이에게 많은 영향을 준다. 모두 공감하겠지만, 어린 시절에 부모가 나에게 했던 행동을 그대로 아이에게 한다. 많은 부모가 아이를 잘 키우고 싶지만 어떻게 키워야 할지 모른다고 말한다.

아빠와 엄마는 이렇게 해야 된다는 부모 ‘공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 자신의 ‘경험’대로 아이를 키운다. 나의 부모가 나를 키웠던 방법대로.

어떤 분과 상담을 했는데, 아빠는 일찍 돌아가시고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한 어린 시절을 보낸 분이셨다. 특히 엄마에게 ‘아빠 없이 자라서 그렇다’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행동하라는 주의를 많이 들으면서 자랐다. 엄마는 먹고사는 것 때문에 마음에 여유가 없었고, 늘 걱정과 불안 속에 지냈다고 한다.

이 아이는 엄마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버림받지 않기 위해서 싫은 내색을 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비위를 맞추면서 살았다. 이런 행동은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았고, 사회에 나아서 다른 어떤 사람들보다 잘 적응하면서 살았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그랬다는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힘든 것들이 나타났다. 잘 지내는 것 같았지만, ‘사랑을 받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 때문에 늘 불안한 삶을 살았다. 부모의 영향으로 내향적이고 자존감이 낮은 상태로 성장해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그대로 나타난 것이다.

그분은 살아남기 위해서 상대방과의 관계가 틀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하고, 상대방이 어떤 말과 행동을 해도 다 참고 나만 잘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 상대방이 나보다 더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라면 더 그랬다고 한다.

자신의 생사를 쥐고 있다고 생각하면 두려움이 커지면서 버림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다고 한다.

그런데 부모가 되고 딸을 키우면서 자신이 딸에게 자신의 엄마와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이 다른 사람의 생사를 쥐고 있는 권력자가 됐을 때 자신이 경험했던 권력자처럼 똑같이 행동한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깨닫고 딸을 보니 어린 시절 자신의 모습이 그대로 아이에게 있는 것을 보고 더 놀랐다고 한다. 나는 절대 부모님처럼 하지 않을 거라고 말하지만, 자녀 양육을 부모에게서만 배웠기 때문에 아이에게 ‘똑같이’ 하는 것이다.

이런 모습을 깨닫고 자책도 하고, 그러지 말아야지 후회하지만 이런 패턴이 계속 반복된다. 어떻게 하면, 이런 모습들에서 벗어나서 행복한 가정을 세워갈 수 있을까?

부모가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되기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는 부모가 되기 위해서 공부하지 않는다. 결혼을 해서 아이가 생기고, 아이가 태어나면 그냥 엄마 아빠가 된다. 요즘 다양한 부모교육 프로그램과 책들이 나와 있어서 마음만 있다면 부모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부모교육을 통해서 부모의 상처와 아픔을 먼저 발견하고 그것을 치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상처가 해결되지 않으면, 나의 아이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부모의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가 또 부모가 되어 아이에게 똑같이 행동을 한다. 어린 시절, 내가 부모에게 느꼈던 그 감정을 지금 나의 아이가 그대로 느끼고 있는 경우가 많다. 아이는 나를 닮아간다.

배태훈 다함께연구소장


▶배태훈(다함께연구소장)= 다음세대인 자녀와 부모가 모두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꿈을 꾼다. 다음세대 전문 사역자로 ‘다함께연구소(다음세대와 함께하는 연구소)’를 설립하여 의사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자녀교육, 부모교육, 부부교육 등을 연구하고 강의를 하고 있다. 아동청소년심리센터 HugMom 자문위원 및 칼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일기동화'(가이드포스트, 공저, 2017)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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