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특히 지중해 연안에서 재배되는 수박은 당도가 높고 풍미가 있다.

[정기종 전 카타르 대사] 국내 온도도 해마다 높아져 여름철 폭염이 대단하다.

알려진대로 중동은 섭씨 50도를 넘나드는 무더위로 주로 실내생활을 하고 에어컨 없이는 지내기가 힘들다. 축구나 테니스 같은 야외운동은 대부분 해가 진 이후에 가능하다.

청마 유치환은 '생명의 서(書)'에서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를 구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나는 가자...운명처럼 반드시 ‘나’와 대면케 될지니...”라고 했지만 실제로 한낮에 사막 한가운데 서면 쉬운 일이 아니다.

덥다기보다는 찌르는 것처럼 햇볕이 내리쬐는 모래벌판에 서 있으면 불과 1시간을 견디기 어렵다. 달걀은 그대로 찜이 되고 땀이 말라 소금으로 피부에 달라붙는다.

과거 1970~80년대 열사의 사막 건설 현장에서 땀 흘린 우리의 선배 산업역군의 노고는 초인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열기와 아울러 중동에서 처음에 만나는 어려움은 음식이다.

전통적인 아랍 음식은 적절히 짜거나 매운 맛이 가미된 우리 음식과는 다른 풍미다. 양을 통째로 삶거나 찌는 음식은 느끼한 식감이다.

현재는 조리법과 재료가 상당 부분 서구식으로 개선되어 한국인 중에도 애호가가 늘었다. 고급 아랍식당도 많이 생겼고 유럽과 역사문화를 가장 많이 공유하고 있는 레바논의 아랍식당은 그중에 선두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방 도시나 시골에서 초대받는 경우에는 전통방식으로 조리된 양고기를 대접받는다. 향신료 역시도 처음에는 비위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비위가 약한 사람은 세계 어디서나 무엇이나 잘 먹을 수 있는 위장의 세계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우유나 양젖으로 삶은 국수나 고기를 힘들게 먹기도 한다. 더구나 양의 골이나 눈 같은 부위는 귀빈에게 특별히 대접하는 것이라고 해도 먹기에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커다란 쟁반 위에 올려진 통 양고기와 밥을 손으로 뭉쳐 먹으면서 우리 전통처럼 한솥밥을 먹는 친밀함을 느끼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찌개나 탕에 여러 사람의 수저가 번갈아 들락날락하는 것이 외국인들의 화제가 되던 때와 같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오아시스가 있기 때문이라는 '어린왕자'의 말처럼 중동 음식이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현지인들의 따듯한 인정은 이것을 상쇄해 준다.

더구나 달콤한 과일이 여러 종류 재배되고 있다. 수박은 무더울수록 더 단맛이 높아진다는 말이 맞는 듯이 중동에서 먹는 수박과 오렌지 그리고 멜론은 외국인들의 찬사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