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환하게 켜져있는 세체니 온천. 헝가리 부다페스트 14구 (주글로)에 위치해 있다. 이름은 세체니 이슈트반을 따서 명명되었다.1913년에 바로크 리바이벌 건축으로 건립되었다.[사진=배태훈]

[배태훈 다함께연구소장]유럽여행 15일 차, 2023년 1월 29일. 오늘은 유럽여행 중 여유를 누리는 날이다. 여행으로 누적된 피로를 푸는 날로 정하고, 온천의 나라인 헝가리에서 제일 유명한 온천에서 하루 종일 보내기로 했다.

부다페스트에서 게테르트 온천과 세체니 온천이 유명했다. 한국에서부터 열심히 조사를 해보니, 장단점이 있었다.

헝가리에 와서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가 전날 가족 투표를 해 서 하루 종일 있을 예정이라서 규모가 가장 큰 세체니 온천으로 결정했다.

늦은 아침까지 충분히 잠을 잔 후에 동네에 있는 dm에 가서 마실 물과 지인들을 위한 선물 들을 샀다. 숙소에서 아침 식사로 커피, 크라상, 그리고 샌드위치까지 먹고 택시를 불러서 세 체니 온천으로 향했다.

세체니 온천에 도착한 우리는 표를 구매하기 위해서 로비를 둘러봤다. 매표소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고, 키오스크에는 사람들이 없었다. 여기도 사람들이 키오스크를 잘 이용하지 않는가 보다.

우리는 IT 강국 출신답게 당당히 키오스크에서 오데이 티켓 4장을 구입하고 출입문 으로 향했다. 출입문에 있는 사람에게 티켓으로 받은 QR코드를 보여줬는데, 패스워드가 잘 되지 않는지 컴퓨터를 off, on을 여러 번 했다.

점점 늘어나는 줄, 그럼에도 여유롭게 컴퓨터만 들여다보는 직원. 속이 터지는 줄 알았다. 그냥 자동화시스템으로 하는 게 더 편하고 원활하게 돌아갈 것 같은데, 사람들이 왜 있는 줄 모르겠다. 사람을 만나는 게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것 같다.

다시 한번 우리나라의 시스템이 생각났다. 한참을 기다리고 나서야 키를 받아서 남녀 탈의실로 향했다. 남자 탈의실에서 옷을 탈의하고 온천에 입장했는데, 규모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컸다.

부다페스트 세체니 온천은 처음에는 1개의 샘에서의 온천수가 공급됐으나, 이후 수량 부족으로 제2의 샘을 발견했다. 현재 온천수는 74°C와 77°C의 2개의 샘에서 공급되고 있다.[사진=배태훈]

실내와 야외에 온천탕이 여러 개 있었고, 곳곳에 건식 사우나실도 있었다. 하루 종일 즐길 만큼 큰 규모에 모두 만족했다. 온탕에 들어가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따뜻했다.

건식 사우나실은 커서 제법 많은 사람들이 들어갈 수 있었다. 실내 온탕과 실외 온탕을 오가며 온천욕을 하고, 가끔씩 추위를 날리기 위해서 사우나실에도 들락날락거렸다.

야외 온천탕도 온도가 높아서 노천탕에 있는 듯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따뜻한 물에 온몸을 풀었다. 주변에 여러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동영상으로 추억들을 남기고 있었다. 실시간으로 유튜브를 찍고 있는 사람들도 보였다.

그렇게 3시간 정도가 지나고 스낵 바를 찾았다. 인터넷에서는 스낵바에서 파는 음식에 대한 평가가 그리고 좋지 않았다. 그래도 다른 선택지도 없고 뭔가를 먹어야 하니, 메뉴판을 보고 먹고 싶은 것을 주문했다.

가장 무난해 보이는 치킨 돈가스와 감자튀김, 소시지, 굴라쉬를 한 접시씩 주문하고 시원한 음료와 함께 테이블에 착석했다! 인터넷에서 혹평들이 많아서 별 기대 없이 식사를 시작했다.

“어? 맛있는데?” 치킨 돈가스와 감자튀김은 깨끗한 기름에 맛있게 튀겨져 있었고, 밥과 함께 받은 굴라쉬는 명절에 먹는 한우갈비찜에 밥 비벼 먹는 맛이었다. 가격이 좀 비싼 것과 소시지가 너무 짰던 걸 빼면 매우 만족스러웠다.

결국 치킨과 굴라시는 한 접시씩 추가까지 해서 배불리 먹었다. 음식 맛은 사람마다 정말 다른 것인지, 식당 요리사가 바뀐 건지 모르겠지만, 우리 가족은 만족스러워하며, 온천 2차전을 시작했다.

노을 지는 부다페스트 세체니 온천. 온천의 성분으로는 황산염, 칼슘, 마그네슘, 중탄산염, 불소 등이 포함된다. 효능으로는 척추 등에 효과를 나타낸다. [사진=배태훈]


오후 4시부터 해는 뉘엿뉘엿 저물어가고, 유럽에 와서 너무 오랜만에 보는 파란 하늘과 노을에 감탄하며 폐장시간까지 본전을 뽑아보기로 다짐했다.

온천 입장료가 코로나 이후로 엄청 비싸진 데다 주말요금이라 물가가 저렴한 헝가리에서 1인당 4만 원 정도 되는 거금을 지불했다.

거대하고 고풍스러운 건물과 온천에 예쁘게 노을 지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따뜻한 물에 둥실둥실 떠서 눈을 감고 있으니 찬 공기가 얼굴을 스친다.

‘완전한 자유’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낯선 사람들의 소란 속에서 완전한 자유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아이러니한 이유는 한국인 관광객은 안 보이고 현지인들이 정말 많아서였다.

하늘은 점점 어두워지고 가로등 같은 주황색 조명들이 연노란색 건물과 파란 온천물에 비쳐 아른아른거리기 시작했다. 내일 아침 일찍 이동을 해야 하니, 해가 진 후 서둘러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은 한인마트에서 산 컵라면과 햇밥을 먹고 다시 짐정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