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그릿다리에서 바라본 헝가리 국회의사당.세계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국회의사당이다. 야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사진=배태훈]


[배태훈 다함께연구소장] 14일 차, 2023년 1월 28일.

오늘은 체코를 떠나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가는 날이다. 이제 익숙해진 Flixbus를 타기 위해 아침 6시에 일어났다. 캐리어에 짐을 싸고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정류장에 있는 카페에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버스에 짐을 싣고 여권과 표를 검사받았다.

Flixbus는 유럽 나라들을 오가는 버스이기 때문에 국경을 수없이 넘나든다. 그래서 버스를 탈 때마다 여권검사를 한다. 그리고 시간이 되며 곧바로 문을 닫고 출발한다.

밖에서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인정사정없이 출발한다. 바로 우리 버스에서 일어난 일이다.

아침 7시 40분에 출발한 버스는 오후 3시까지 7시간 동안 동쪽으로 운행한다. 중간에 조금씩 쉬기도 하겠지만, 버스에서 7시간을 버텨야 한다니. 유럽여행 중에서 이동하는 경로 중에서 난이도 상에 해당하는 날이었다.

프랑스에서 파업 때문에 기차로 이동하는 것에서 급하게 버스로 이동한 게 이동경로 중에서 난이도 최상이었고, 그다음이 오늘 이동하는 경로였다.

가족들 모두 단단히 마음을 먹고 버스에 올랐다. 그리고 각자 그동안 밀렸던 일들을 하기 시작했다. 큰아이는 밀린 드라마나 영화를 봤고, 작은아이는 밀린 수업들을 들었다.

아내와 나는 밀린 일기를 쓰고, 헝가리 여행에 대한 정보들을 찾았다. 너무 이른 아침부터 움직였더니 졸음이 쏟아져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출발한 지 3시간 정도 지난 것 같았다.

헝가리 타이아(다예) 강을 지나면서 둥둥 떠있는 작은 섬에 세워진 작은 성당이 예뻤다.[사진=배태훈]


구글지도로 현재 위치를 검색하니 체코와 오스트리아를 흐르는 타이아(다예) 강을 지나가고 있었다.

둥둥 떠있는 작은 섬에 세워진 작은 성당이 예뻤다. 강 주변을 둘러싼 산에는 눈이 쌓여있고 산 아래 주황색 지부의 작은 마을도 보였다. 창밖에 보이는 모습이 참 평화로웠다.

어느새 여행의 절반이 지나고 7개 나라 중에서 다섯 나라를 여행하고 이제 두 나라만 남았다.

처음 유럽여행을 가자고 말했던 아내의 말부터 시작된 이 여행이 우리 가족에게 특별한 추억들을 선물해주고 있었고, 먼 훗날 이때의 일들을 떠올리며 웃음 지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창밖의 풍경을 감상했다.

잠시 후에 핸드폰으로 오스트리아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문자가 왔다. 헝가리를 가기 위해서 지나야 하는 오스트리아로 접어들었나 보다. 그리고 갑자기 도로변에 선 버스.

무슨 일인가 보니 운전기사를 교체하는 것이었다. 3시간 운전을 했으니 쉬어야 하는 게 유럽에서는 법. 그렇게 운전기사가 교체되고 오스트리아 시내로 향했다. 1시간 정도 후에 도착한 오스트리아 빈 터미널. 창밖엔 눈이 내리고 있었고, 작은아이와 잠시 내려 오스트리아 빈 땅을 밞았다.

편의점에서 간식거리를 살까 해서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보이지 않았고 언제 떠날지 모르는 버스 때문에 버스 주변에서 서성거리다가 다시 버스 안으로 들어갔다.

다시 출발한 버스가 국경을 넘어 헝가리에 들어왔는지 오후 1시 20분쯤 핸드폰에 다시 문자가 들어왔다. 헝가리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문자였다. 몇 시간 만에 체코에서 오스트리아, 그리고 헝가리까지 대이동을 했다.

오후 3시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도착하면, 먼저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야경을 즐기기로 한 우리는 여행정보들을 뒤적이며 야경 포인트와 대중교통 이용법 등을 이야기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거리. 부다페스트는 헝가리 북서부 다뉴브 강에 위치한 헝가리 수도로 야경이 아름답다.[사진=배태훈]


헝가리에 들어온 후에 창밖의 날씨는 안개가 자욱하고 을씨년스러웠다. 오후 3시가 조금 넘은 시간, 드디어 부다페스트 터미널에 도착했다. 터미널 주변은 신식 건물들로 되어 있었고, 커다란 전광판들로 즐비했다.

짐이 많아서 볼트 승합택시를 불러 숙소까지 가기로 했는데, 승합차가 좀 오래된 차가 왔다. 우리나라에서 폐차한 걸 수입해서 사용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승차감이 별로였다. 시내 도로포장상태도 별로였다.

헝가리 숙소는 에어비앤비를 통해서 예약한 오래된 아파트였다. 열쇠로 문을 열어야 하는 정말 오래된 구조였다. 심지어 안에서 문을 잠글 때도 열쇠를 돌려야 했다. 엘리베이터는 이중 문으로 되어 있어서 안에 문을 수동으로 열고 닫아야 했다.

며칠 동안 밀린 빨래부터 돌리고 밥을 먹기로 했다. 아침에 카페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 점심도 차 안에서 빵을 먹었더니 배가 고팠다. 주변 식당을 검색하다가 발견한 근처 한인마트에서 라면과 햇반을 사가지고 먹기로 했다.

마트에서 구매한 가격이 4만 원 가까이 됐는데, 식당에서 먹는게 더 싼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음식을 먹으니 더 힘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배가 고픈 상태에서 먹으니 더 맛있었던 늦은 점심이었다. 배도 채웠고, 세계 3대 야경인 부다페스트 야경을 보러 나갔다.

원래는 세체니 다리를 건너 어부의 요새로 갔다가 돌아오는 일정을 생각했는데, 세체니 다리가 공사 중이라서 자동차만 다닐 수 있었다.

숙소에서 가까운 마그릿 다리를 건너 국회의사당을 감상하고, 어부의 요새까지 구경하고 저녁을 먹기로 했다.

숙소에서 걸어서 마그릿 다리까지 걸어갔다. 가는 길에 어떤 사람이 내 앞에서 이상한 말을 하고 갔는데, 아마도 동양인 비하를 하고 간 거 같았다. '뭐, 이런 일이 있는가?' 하는 생각과 가족들이 순간 멍하니 있다가 무시하고 마그릿 다리를 향해 갔다.

마그릿 다리 중간쯤 가자 도나우 강과 찬란하게 빛나는 국회의상당, 부다성, 어부의 요새가 한눈에 보였다. 정말 아름답고 세계 3대 야경이라고 부를 만했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뭔가 쨍한 불빛이 아니라 고즈넉한 주황빛 조명이 밤 분위기가 더욱 낭만적으로 만드는 것 같 았다. 사진을 찍고 또 찍으면서 걸어서 국회의사당이 정면으로 보이는 뷰포인트까지 갔다.

어부의 요새. 헝가리 부다페스트 마차시 성당 옆에 있는 네오 고딕 네오 로마네스크 스타일의 테라스이다. 19세기 헝가리 전쟁 당시 어부들로 이루어진 시민군이 요새를 방어해 어부 요새(fisher's fort) 라 명명되었다.[사진=배태훈]


사진을 다 찍고, 어부의 요새를 가기 위해서 택시를 탈까 하다가 지도로 보니 걸어도 될 것 같아서 가족들에게 조금만 힘을 내자고 이야기하며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부의 요새까지 가는 그 길길이 언덕길에 골목길이었다. 오르고 또 올랐는데, 또 오르막이 나왔다. 택시를 타고 갈 걸 후회를 하면서 계속 오르다 보니 드디어 어부의 요새에 도착했다.

그곳에 도착하니 올라온 보람이 있었다. 도나우강과 국회의사당의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졌다.

지하철 개찰구처럼 생긴 출입구가 있는 걸 보니 원래 돈을 내고 올라가게 되어 있었나 본데, 출입구가 그냥 열려있어서 모두들 무료로 어부의 성채에 들어가서 아름다운 부다페스트의 야경을 실컷 즐겼다.

한국 젊은이들의 인기식당인 까마귀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모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식사를 즐긴 우리 기족들. 음식은 맛이 있었으나 서비스정신은 다소 아쉬웠다. [사진=배태훈]


돌아갈 때는 볼트 택시를 불러 한국 젊은이들의 인기식당인 까마귀식당으로 이동했다.

핫플레이스를 증명하듯 대기자들이 줄을 서있었다. 조금 기다리니 자리를 안내해 줬다. 안에 들어가니 한국 사람들이 많이 자리에 있었고, 대부분 20대였다. 우리처럼 가족으로 온 팀은 없어 보였다.

음식도 맛있고, 분위기도 좋았는데, 우리 테이블을 담당하는 웨이터가 동양인을 무시하는 듯 한 대우에 마음이 살짝 상했다. 여행하는 동안 이런 경험이 없었는데, 헝가리에 와서 벌써 두 번째 같은 경험을 하니 기분이 상했다. 그래서 음식 값을 계산할 때 팁을 빼는 것으로 소소한 복수를 해줬다.

세계 어디를 가보아도 우리나라처럼 서비스가 좋은 곳은 없나 보다. 유럽은 손님이 왕이 아니라 늘 종업원이 왕이다. 그런데도 당당히 영수증에 10퍼센트로 계산한 팁을 요구하는 문화가 이해되지 않는다. 어찌 됐든 식당을 나와 볼트택시로 안전하게 귀가하고 헝가리에서의 첫째 날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