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유럽여행기](16) 체코 프라하 여행

둘째의 깜짝 버스킹으로 잊지못할 추억 쌓아

배태훈 승인 2025.01.07 08:16 의견 0
전문시계탑에서 바라본 체코 프라하 시내.프라하는 체코의 수도이다. 인구는 약 128만 명. 광역도시권을 모두 포함하면 인구는 약 216만 명에 달한다. 프라하는 체코의 도시 중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이며, 유럽 연합에서 14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이다.[사진=배태훈]


[배태훈 다함께연구소장] 2023년 1월 27일, 여행 13일차.

어제 이른 아침부터 체스키 크룸로프를 왕복 6시간 다녀오고, 마사지까지 하고 와서 온몸이 나른해진 우리는 오랜만에 느긋하게 늦은 시간까지 푹 자고 일어났다.

아침식사도 프라하 시내에서 유명한 브런치 카페로 가기로 했다. 호텔을 나와 상쾌한 프라하의 아침 공기를 마시며 빠른 걸음으로 중심지로 향했다.

브런치 카페로 가는 길에 오늘의 첫 번째 방문지인 화약탑에 도착했다. 탑 내부에 화약을 넣어두었다니 중세의 끝없는 전쟁과 고된 삶이 새까만 탑에서 그대로 느껴지는 듯했다.

탑 전망대에 오를까 하다가 공복에 계단 운동을 할 생각을 하니, 모두 고개를 저었다. 그동안 여러 전망대에 오르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계단을 오르내렸는지 생각만 해도 힘들어서 포기하고 카페로 향했다.

이른 아침인데도 대기줄이 상당한 체코 프라하의 브런치 카페.한국보다 물가가 싸서 맘것 시켜먹었다. [사진=배태훈]


카페에 도착한 우리는 순간 당황했다. 카페 안에는 사람들로 꽉 차 있었고, 대기줄도 상당했다. 인원수와 이름을 적고 줄을 섰다. 유럽여행을 하면서 처음 겪는 웨이팅.

소문난 맛집인지 여러 나라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한참을 기다린 후 에그베네딕트, 블루베리 팬케이크, 고구마를 곁들인 샌드위치, 슈퍼푸드 샐러드와 커피, 콜라, 주스로 배부른 식사를 했다.

저렴한 체코의 물가 덕에 마음 놓고 시켜서 먹으니 기분도 좋았다. 배불리 먹고 프라하 구시가지 구석구석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정시가 되면 종이 울리고, 정오에는 해골이 줄을 잡아당기면 12사도가 빙글빙글 돌며 출현한다는 프라하의 명물 천문시계.[사진=배태훈]


정시가 되면 종이 울리고, 정오에는 해골이 줄을 잡아당기면 12사도가 빙글빙글 돌며 출현한다는 프라하의 명물 천문시계도 봤다.

12시가 다가오자 전 세계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우리 가족은 정오가 되기 전까지 시계탑 전망대에 오르기로 했다.

날이 좋아서 프라하 시내가 한눈에 보였다. 높은 시계탑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프라하의 모습은 주황색 지붕들이 가득하고, 블타바 강의 중간에 놓인 소박한 다리들과 저 멀리 강 건너 디즈니 성을 닮은 프라하 성 까지, 딱 동유럽 그 스타일이 그대로 드러났다. 전망대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수없이 찍고 내려왔다.

시계탑에서 내려오자 퍼포먼스는 끝이 나고 사람들의 탄식하는 소리만 들었다. 나중에 영상을 찾아보니 아주 짧은 시간에 나왔다가 끝나는 걸 보고 사람들이 왜 탄식했는지 알 수 있을 듯 했다.


그때는 못 본 게 아쉬웠는데, 영상을 보고 그다지 아쉽지 않았다. 명품 거리와 전통시장 (하벨시장) 살짝 구경하고 작은 상점에서 야경을 볼 때를 대비한 목도리도 구매하고, 탈모에 좋다는 맥주샴푸도 하나 사봤다.

물가가 서유럽보다 싸다는 생각에 여러 쇼핑몰에 들어가서 이것저것 사기도 했다.

까를교에서 바라본 프라하 성의 야경. 블타바강이 프라하의 중심을 가로지르고 있고, 도시 전체는 온대 기후에 속하여 여름에는 온화하나 겨울에는 기온이 낮아 쌀쌀하다.[사진=배태훈]


늦은 오후 시간이 다가오자 서둘러 프라하 성으로 향했다.

유럽 여행을 하면서 가장 많은 인파를 만난 까를교. 엄청나게 많은 관광객들이 프라하 성에 갔다가 까를교를 건너오고 있었다. 인파를 헤치고 틈틈이 사진도 찍어가며 높이 보이는 프라하 성으로 발길을 옮겼다.

언덕 위까지 쭉 뻗어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을 보면서 깊은 한숨을 쉬었다. 긴 고난의 여정을 지나야 교회로 향할 수 있었을 옛 성도들을 떠올리며 부지런히 한 계단 한 계단 올랐다.

마지막 계단에 올라와 뒤를 돌아보니 블타바 강과 까를교, 그리고 프라하 시내가 보였다.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프라하 성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우리가 조금 늦게 온 탓에 관람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외부에서 성 외곽만 구경했다.

그리고 여러 블로그에서 본 프라하 성 스타벅스! 사람들로 앉을자리가 없었지만, 돌아다니면서 일어날 팀을 살폈다. 그때 눈에 들어오는 커플이 보였고, 잠깐 그 앞에서 서 있다가 자리를 잡았다.

창가에 전망이 좋은 자리라서 한참 프라하 시내를 바라보고 있었다. 4시간 동안 쉬지 않고 걸었던 지친 몸을 풀어주며, 가족들과 함께 유럽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큰아이는 여행하는 2주 동안 개인시간 없이 24시간 가족들과 붙어 지내는 생활이 조금 답답 하다면 자기 방에서의 독립된 시간과 친구들이 그립다고 했다.

작은아이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아내는 계속 걸어 다니는 것이 힘들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아이들도 성장해서 독립된 생활을 하고 있는데, 이렇게 함께하는게 고맙기도 하고, 이번 기회에 잘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커피숍을 나와 까를교로 다시 돌아가는데, 언덕 길가 성벽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버스킹 아저씨가 있었다. 잠깐 서서 버스킹을 보고 있는데, 작은아이가 기타를 치고 싶다며 아저씨에게 다가가서 “Can I try~?” 하면서 어느새 기타를 메고 있었다.

기타를 사랑하는 작은아이가 유렵여행을 하는 2주 동안 기타를 치지 못해서 힘들다면서 용기를 낸 것이었다. 떨리는 마음을 가다듬고 프리스타일로 ‘Isn’t she lovely’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즉석에서 아저씨가 함께 흥얼거리면서 멋진 하모니를 이루었다.

둘째 배승하가 언덕 길가 성벽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버스킹 아저씨로 부터 기타를 받아 단독 버스킹을 했다.‘Isn’t she lovely’를 연주했다. 즉석에서 아저씨가 함께 흥얼거리면서 멋진 하모니를 이루었다.[사진=배태훈]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지 않았지만, 그렇게 승하만의 단독 버스킹을 했다. 체코 프라하 성 앞에서 버스킹을 한 작은아이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 하나 생겼다. 언덕을 내려와 다시 찾은 까를교는 날이 어두워지면서 더 많은 사람들도 붐볐다.

사람들을 헤쳐가면 코젤맥주 직영 레스토랑을 찾아서 우리는 한국에 한 식당에 온 듯했다. 여기저기서 삼삼오오 모인 청년들의 한국말들이 정겨웠다. 우리나라에 소문난 맛집 중 하나인 듯했다.

덕분에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동유럽 전통방식인 굴라쉬랑 족발, 베이비 폭립과 감자칩 등을 주문 하고 또다시 폭식을 했다. 체코에 와서 배불리 먹으니 기분 좋은 날들을 보내고 있는 생각이 들었다.

블타바 강가에서 까를교와 프라하 성을 배경으로 야경사진을 찍고 다시 시내를 가로질러 숙소 로 돌아갔다. 여행은 사서 고생한다고 하는데, 낯선 환경에 있다 보면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을 수밖에 없다.

가족과 함께 추억들을 만들고 있다는 것에 만족하며 오늘 하루도 서로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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