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곡로]잊혀진 계절(가을은 독서의 계절)

한강의 노벨 문학상에 부끄러움을 느끼며

차석록 승인 2024.10.13 05:42 의견 0
[마곡로]잊혀진 계절(가을은 독서의 계절)


[나눔경제뉴스=차석록 편집국장]오래전 일이다. 한 10년 넘게 보던 TV가 고장이 났다. 그리고 일주일 TV 없이 지낸 적이 있었다.

당시 아이들이 중·고등학교 다닐때여서 우리 부부는 TV 없이 살아보기로 했다. 책도 좀 읽자면서.

그런데, 퇴근하면 손에 책이 잡혀 있는 시간은 극히 짧았고, 딱히 다른 할 일이 없어 저녁 시간이 정말 지루했던 기억이 난다. 과장되게 말하면 소소한 일에 짜증을 내는 등 금단 현상까지 나타났다. 그래서 작심 일주일만에 TV를 샀다.

며칠전 TV 수신 상태가 좋지 않으면서 이틀 정도 공중파 방송을 보지 못했다. 그런데, 그때와 달리 살 만했다.

다행스럽게(?) 온라인동영상(OTT)인 넷플릭스와 웨이브는 시청이 가능했고, 요르단과의 월드컵 예선 축구 경기도 쿠팡을 통해 시청할 수 있었다.

또, 수신기가 필요없는 이동식 TV 까지 있어서 아내는 당장 관리사무소에 연락하라는 나의 말을 이틀이나 건너 뛰었다. 딸은 짜증을 내는 나에게 "아빠가 직접 관리사무소에 연락하면 되잖냐"며 지 엄마 편을 든다.

사흘전 대한민국은 작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1보로 전해지면서 흥분과 전율에 빠졌었다. 그토록 염원했으나, 남의 나라 일처럼 보였던 꿈이 현실이 되었다.

지금 대한민국은 '한강 앓이' 중이다. 서점마다 한강의 작품들을 사려는 오픈런이 나타나고 온라인 서점의 사이트가 한때 마비되는 등 품절사태가 며칠째 이어지는 초유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강과 관련이 없는 출판사의 주가도 급등하고, 한강의 책들을 내놓았던 출판사들은 24시간 인쇄기를 풀가동하는 등 신이 났다.

9시 뉴스를 통해 나오는 인쇄 공장 직원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다. 그 직원은 잠도 제대로 못잤을텐데, 피곤해보이지 않았다.

한강의 채식주의자. 2016년 영국 맨부커상을 수상했다.[사진=나눔경제뉴스DB]


수상 소식의 흥분이 좀 가라앉자, 난 부끄러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래도 1년에 책 몇 권은 읽어왔는데, 언제부터인가 책 1권도 읽지 않는 내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성인 10명 가운데 6명은 1년에 책 한권도 읽지 않는다는 문화체육관광부 조사결과에 부끄럽게도 나도 당당히 포함되어 있었다.

일이 바쁘다(24.4%)와 '스마트폰이나 텔레비전 보기(23.4%)’가 나란히 1,2위를 차지한 책읽지 않는 이유에 나는 빠져 있지 않다.

그러고보니, 9월이 되면 '가을은 독서의 계절' 이라면서 책읽기를 권장했던 캠페인을 올해는 본 기억이 없다. 아니 캠페인은 있었겠지만, 9월 날씨가 여름처럼 더워서인지 아님 이제는 책은 안중에 없어서 인가.

한강의 기적이, 한강 신드롬이 정말 영원했으면 좋겠다. 책 읽는 대한민국이 되어서 더 이상 출판사의 수가 줄어들지 않고 고액 연봉을 받기위해 앞다퉈 젊은이들이 취업하고픈 직장이 되기를 바란다.

나도 몇년전 읽었던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책장에서 다시 끄집어냈다. 10월이면 가수 이용의 '잊혀진 계절'만 찾지 말고, 책도 찾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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