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곡로] 의대 지원 열풍의 씁쓸함

이공계 인재에 대한 관심 더욱 기울여야

차석록 승인 2024.09.15 08:15 의견 0
마곡로


[나눔경제뉴스=차석록 편집국장] 지인 A의 아들은 영재다. 이미 영재중·고등학교를 나와 카이스트에서 석사학위까지 받았다. 그 아들의 전공은 항공우주분야다.

얼마전 박사 학위를 위해 세계 최고의 항공우주학과가 있는 미국의 대학으로 유학을 갔다.

내가 그 아들을 본적은 없지만, A를 통해 들어보면 자신의 가치관이 뚜렸하다. 마음만 먹으면 서울대 의대 등 예체능계를 제외한 원하는 대학의 원하는 학과를 갈 수 있는 실력이지만, 어릴때부터 항공우주분야에 관심을 갖고 한 우물을 파고 있다.

최근 병원 두 곳을 찾았다. 환자들이 넘쳐난다. 한참을 기다려 진료를 받았다. 이러니 "의대","의대" 한다는 생각이 또 들었다.

지난 몇달간 국민들은 '의대 정원'을 놓고 정부와 의사들의 치열한 기 싸움을 지켜봐왔다. 돌아가는 모양을 보니, 정부가 의사들에게 밀리는 양상이다.

대한민국에서 정부를 이기는 유일한 집단이 의사들이다. 막강한 노동계도 공권력을 동원해 누를 수 있는데, 집단행동에 나선 의사들에게는 먹히지 않는다.

과거 정부부터 의료 개혁이 추진되어 왔지만,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다.

김대중 정부 때 첫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나섰지만 20여년이 흘렀어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도 원격의료를 허용하려다 의사들의 집단반발에 부딪혀 슬그머니 후퇴했다.

국회에서 의료법 개정안이 번번이 통과되지 못했다. 정치권도 의사들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정부가 코로나19 기간에 한시적으로 전화 상담 및 처방을 허용했다. 이 때 의료계의 반발을 의식해 원격 의료 대신 비대면 의료라는 표현을 했다.

그러나 의사들이 우려했던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나 오진 및 의약품 오남용 사태 뉴스는 듣지를 못했다. 오히려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이나 중증 질환자에게는 절대 필요한 시스템임을 증명했다.

약 3000명을 선발하는 2025학년도 수시 모집을 마감한 결과 전국 39개 대학의 수시 지원자 수가 7만명대를 기록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1만5천명이 늘었다.

언론보도를 보면 의대 진학을 위해 대학마다 반수생이 급증하고, 일부 직장인들까지도 도전장을 냈다고 한다.

정부는 의료계를 달래기위해 오는 2030년까지 의대 시설 확충과 전공의 교육 등을 위해 모두 5조원 이상을 지원하기로 했다. 의사들은 시큰둥하다.

작고한 이건희 삼성 회장은 생전에 천재 1명이 만명, 10만명을 먹여살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공계 인재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마이스터고를 찾고 기능올림픽 현장을 찾는 등 대를 이어 이공계 인재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인다.

문득 A씨의 아들은 과연 한국으로 돌아올지 우려된다. 미국에서도 우주항공 인재는 부족하다. 그가 학위를 따고 졸업하면 최소 수십만불의 연봉 제의를 받을텐데, 우리나라에서 그를 데려올만한 기업이 있을거 같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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