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경제뉴스=차석록 편집국장] 아내의 코고는 소리에 눈을 떴다. 계속 잠을 청했지만, 한번 깨면 다시 쉽게 잠들기 어려운 내 나이다.
뒤척이다 살며시 안방 문을 열고 거실로 나와보니 새벽 2시40분.
나이 먹은 이후 종종 이런 일이 있다. 그때마다 집사람은 되게 미안해한다. 또, 부끄러워한다. 그런데, 정작 미안해야할 사람은 나다. 결혼 이후 쭈~욱 그렇게 고통을 주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남녀가 만나 결혼을 하면 처음에는 한 침대에서 끌어안고 산다. 그러다가 아이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떨어지기 시작한다.
부부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대략 40대가 되면 퀸사이즈 대신 싱글 침대 2개로 나누어진다. 그러다가 50대가 되면 각 방을 쓰기 시작한다.
방 3개, 아파트에 사는 나도 마찬가지다. 방 하나는 딸이 차지하고 있다. 아들은 직장 때문에 주중에는 나가있다가 주말이면 온다. 나는 주중에는 녀석의 방에서 살다가, 그가 오면 안방으로 컴백한다.
갱년기로 잠자기가 힘든 아내는 그냥 TV를 보다가 거실에서 자거나, 내가 잠든 것을 확인한 후 들어와 잔다. 그러다가 이 같은 사달(?)이 종종 발생한다.
얼마전, 지인 한 분이 안타깝게 돌아가셨다. 내 또래의 그분은 애주가로 소문났다.
각 방을 쓴 그 지인은 평소처럼 술을 거나하게 드시고 자신의 방에서 주무셨다. 지인의 아내는 다음날 아침, 남편이 기척이 없었지만, 평소에도 그랬기에 그냥 출근을 했다.
퇴근해 보니 남편은 여전히 자신의 방에서 나오지 않고 있었다. 뭔가 이상한 낌새가 있어서 들여다보니, 이미 남편의 몸은 싸늘했다.
만약에, 각 방이 아닌, 한 방에서 생활을 해왔다면 그 지인은 살 수 있었을까? 머리 속이 혼란스럽다.
요즘 재미있게 보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청춘 남녀들의 짝을 찾아주는 프로그램이다. 우연히 보게됐는데, 재미있어 몰아보기 이후 방영 날을 손 꼽아 기다리고 있다.
아내는 애들도 안보는 짝짓기 프로그램에 푹 빠져 있는 나에게 곱지않은 시선과 함께 "주책이다"며 혀를 찬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나는 재미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을 보다보면, 나는 정말 성의(?)없이 집사람과 연애를 했고, 결혼해 살고 있다는 반성을 살짝 하게 된다.
지금 같으면 당신은 장가도 못갔을거라는 아내의 지적에 나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불교에서는 부부가 되려면 칠천겁(七千劫)의 인연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일겁(一劫)은 4억3200만 년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칠천겁은? 상상이 안가는 숫자다.
부부는 이처럼 귀한 인연인데, 지난해 약 19만여 쌍이 결혼을 하고, 절반인 9만여쌍이 이혼을 했다. 이전에는 50대이후 이혼율이 훨씬 높았는데, 요즘은 20~30대 이혼율이 크게 앞지르고 있다.
5월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권재도 목사가 부부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화목한 가정을 일궈가자는 취지로 제안해 법정기념일이 되었다.
이 날로 정한 사유가 있다. 가정의달 5월에 둘(2)이 서로 결혼해서 하나(1)가 된다는 뜻이다.
부부의날, 비록 꾸지람은 갈수록 커지고, 한 방(1)에서 살다가 각 방(2)으로 쫓겨나도 아내의 소중함은 잊지 말자고 다짐해 본다.
나눔경제뉴스 대표기자 차석록입니다. 좋은 기사를 전할 때 가장 행복합니다. 곳곳에서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헌신하는 분들, 베풀고 나누는 사회적 기업을 조명하겠습니다.파이낸셜뉴스 등 그동안 취재 현장에서 발로 뛴 경험을 젊은 후배들과 공유하겠습니다. 충암중, 명지고, 그리고 중앙대학교를 졸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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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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