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태훈의 행복이야기](62)우리 가정만의 문화 만들기

배태훈 승인 2021.04.22 18:05 의견 0
[배태훈의 행복이야기](62)우리 가정만의 문화 만들기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을 했지만, 부부관계가 항상 좋지 않다. 아주 사소한 일부터 시작해서 부부관계는 여러 가지로 힘든 상황들이 일어난다. 결혼은 일상생활이기 때문이다. 부부의 모든 삶이 다 연결되기 때문에 모든 부분에서 끊임없이 부딪힌다. 어떤 부분에서는 한없이 좋다가도 어떤 부분에서는 의견을 좁히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부부관계는 아이에게 많은 영향을 준다. 관계가 좋을 때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확률이 높지만, 반대인 경우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확률이 높다. 특히나 아이를 양육하면서 부부의 가치관이나 교육관이 달라서 부딪히는 경우에서 더욱 그렇다.

가치관이나 교육관은 사람마다 다르다. 각자 살아온 삶의 길이 다르기 때문이다. 부부가 이 다름을 인정해야 하지만, 자신의 걸어온 길 외에 다른 길은 모르기 때문에 서로의 가치관과 교육관을 내세운다.

부부가 가치관이나 교육관이 비슷한 경우에는 갈등이 없겠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다르다. 서로의 입장을 들어보지만, 내가 걸어오지 않은 길이기에 그것을 받아들이기는 참 어렵다. 지금 나의 모습이 그냥 형성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시간동안 나의 삶을 통해 이룬 것이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걸어온 나의 삶에 영향을 받아서 지금의 ‘나’를 이룬다.

그래서 나는 아주 사소한 것으로 생각해서 괜찮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상대방에게는 굉장히 큰 상처나 아픔이 될 수 있다. 이런 일이 생기면 대부분 처음에 그냥 넘어간다. 그런데 한번 두 번 쌓이면서 큰 문제 덩어리로 남게 되고, 기분이 상한 상태에서 이 문제가 폭발한다. 상대방 입장에서 갑자기 폭발한 감정적 표현에 당황한다. 이런 감정은 한쪽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부부 모두에게 있다.

이 문제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면, 상처는 곪아 더 깊은 상처가 된다. 그래서 부부는 서로 조율을 통해서 같은 가치관, 같은 교육관을 형성해야 한다. 이 말을 다른 말로 표현 하자면, 각자 삶의 길 즉, 각자의 문화에서 벗어나 부부의 길 즉 가족의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

부부가 되기 전에 각자의 집안 문화에 따른 가치관만 주장하면, 갈등만 일어나게 된다.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서로 조율해서 자신만의 가정 문화를 형성해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렇게 하려면, 서로 어떻게 지금의 모습이 되었는지 내면 깊이 숨겨진 삶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내면 깊이 숨어있는 내 삶의 이야기를 나누는 건 정말 힘들다. 많은 부부가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잘 맞는다고 생각하지만, 깊은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부부 중 한 명이 피한다. 부부이지만, 자신의 깊은 상처나 아픔을 드러내기를 어려워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쉽게 하는 말하는 것이 쉬운 일이라면 많은 부부들이 갈등이 없을 것이다.

서로의 깊은 내면 이야기가 필요한 이유는 이런 나눔이 있어야 서로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로의 마음을 공감하고, 어떤 상황에서든 함께 나아갈 수 있게 된다. 이런 관계가 형성되면 부부관계가 더 끈끈해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부가 결혼을 한 후 가정에 대해 ‘동상이몽’을 꿈꾼다. 남편과 아내는 각자 자신이 생활했던 방법대로 하는 것이 편안하고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상대방이 나에게 맞춰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나는 변하지 않고 상대방이 자신의 문화에 적응하도록 한다. 남자나 여자 모두 똑같은 생각을 한다.

이런 상황이 되면, 사소한 문제로 싸우는 횟수가 많아지고, 힘의 논리에 눌려서 남편이나 아내의 의견대로 흘러가는 경우가 있다. 자신의 의견대로 되지 않는 사람은 그 안에 계속 불만이 쌓인다. 겉으로 볼 때 상대방은 뭔가 해결된 것 같지만, 맞춰주는 사람 입장에서는 해결된 것이 아니다. 자신이 희생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이 좋을 때는 아무 문제가 없어요. 그런데 기분이 상한 상태에서 ‘내가 이렇게까지 희생하면서 맞춰주고 있는데, 나한테 이렇게 대하는 거야?’ 혹은 ‘내가 하나 들어줬으니까, 너도 하나 들어줘~’ 이런 생각을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내가 남편을 맞춰주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남편도 아내를 맞춰주고 희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 상상도 못할 일일 것이다. 남자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여자의 말과 행동들이 있다. 여자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남자의 성향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까, 아내가 자기가 다 맞춰주고 있다고 이야기하면, 남자 입장에서 ‘너만 그러냐? 나도 그러고 있다’라고 말한다. 남자나 여자 모두 자기가 상대방을 위해서 희생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새로운 가정의 문화를 세워갈 때 내가 맞춰준다는 희생적인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조금이라도 그건 아니다 싶은 것은 온전히 상대방에게 맞추지 말고, 상대방이 조금이라도 내 상태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내가 상대방을 맞춰준다는 희생정신으로 0에서 100으로 옮기면 나는 100을 움직이지만, 상대방은 하나도 움직이지 않는다. 100을 움직여도 내 마음이 수긍하고 좋다고 생각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내 마음이 허락하지 않을 때는 서로 의견조율을 해서 결정하는 것이 좋다.

남편으로서 아내를 바라보는 관점은 내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아내의 문화와 성향들이 있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서로 이야기하면서 맞춰 가는 것이다. 이런 부분들은 아내도 남편을 바라보는 관점이 동등한 입장에서 일어난다.

가족 공동체에서 부부가 공감과 이해가 형성되면, 자녀의 양육에서도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부분들이 생기고 자연스럽게 아이에게도 전달된다.

배태훈 다함께연구소 소장, 아동청소년상담심리 허그맘 자문위원

▶배태훈(다함께연구소장)= 다음세대인 자녀와 부모가 모두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꿈을 꾼다. 다음세대 전문 사역자로 ‘다함께연구소(다음세대와 함께하는 연구소)’를 설립하여 의사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자녀교육, 부모교육, 부부교육 등을 연구하고 강의를 하고 있다. 아동청소년심리센터 HugMom 자문위원 및 칼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일기동화'(가이드포스트, 공저, 2017)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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