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태훈의 행복이야기] (49) 아이 때문에 화가 나요!

배태훈 승인 2021.01.21 14:31 의견 0
다음세대인 자녀와 부모가 모두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꿈을 꾸는 배태훈 소장의 행복이야기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라는 뜻을 지닌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사람은 무슨 일이든지 자기에게 이롭게 생각한다. 자신이 관여된 것들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고 주관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 자신에게 불리한 것들도 합리화를 시켜서 모면하려고 한다.

역지사지는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를 인지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 처지가 바뀌었다면 다 이해가 될 것이다. 부모와 자녀의 문제도 역지사지로 바라보면, 아이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

어떤 양육 전문가가 아이를 키우면서 세 가지 원칙만 지키면 뭐든지 다 잘 된다고 이야기했다. 첫 번째는 ‘참는다’이고, 두 번째는 ‘또 참는다’이며, 마지막도 ‘끝까지 참는다’이다. ‘참을 인’ 자 세 개면, 살인도 면한다는 말처럼, 참고 또 참고 끝까지 참으면 아이들이 잘 자란다는 말이다.

하지만 아이의 행동 때문에 화가 날 때 참는 건 정말 힘들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이 화가 날 때 그 자리를 잠시 벗어나라고 조언한다. 아니면 10초 동안 심호흡을 하라고 이야기한다. ‘화’라는 것이 순간적으로 올라와서 바로 폭발이 되는데, 올라오는 ‘화’를 가라앉히고 그 순간을 피하면 폭발하지 않는다.

아이들의 행동을 부모에 대한 반항이나 공격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커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된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의 부모들은 그 순간 속이 뒤집어지고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부모도 감정이라는 것이 있는데, 쉽게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이가 악의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계속 되뇌기면서 화를 가라앉히는 연습이 필요하다.

부모가 감정적으로 폭발하는 이유는 부모가 자녀와 동일시하는 경향 때문이다. 자녀가 자신의 분신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부모와 자녀는 다른 인격체인데, 부모가 자녀와 동일시하기 때문에 서로 힘들어한다.

부모는 자신의 생각대로 자녀가 행동해줘야 하는데, 그렇게 행동하지 않으니까 속이 상하고, 자녀 입장에서는 내 인생인데 왜 부모가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일까 하면서 부모의 간섭에 속상하다. 서로 감정만 상하는 것이다.

몇 해 전에, 미국에서 온 분들과 함께 2년 정도 서로 교류하면서 지냈는데, 이분들은 자녀에게 감정적으로 대하는 것을 자제했다. 옆에 볼 때, 정말 이분이 친부모가 맞나 싶을 정도로 매정한 부분도 있었다.

여름에 좋은 행사가 있어서 아이가 가고 싶다고 하니까, 부모가 가는 것을 허락하는데 비용은 알아서 하라고 했다. 그 행사에 참여하는 비용이 그리 비싸지 않았고, 부모가 충분한 돈이 있었는데 말이다. 우리가 볼 때는 아이가 섭섭할 정도로 단호했다.

그런데 아이도 그걸 당연하게 생각했다. 아이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이 행사에 가야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후원을 받았지만, 결국 그 비용이 다 채워지지 않아서 못 가게 됐다. 그런데 이 일에 대해서 부모도 아이도 감정적인 대립이 없었다.

부모가 능력이 되더라도 도와주지 않고, 스스로 독립하는 것을 가르치고 있었다. 자녀가 어떤 것을 선택할 때 부모가 자녀에게 명령하는 것이 아니라. 방향을 이야기하고 아이 스스로 결정하게 한다.

또 그 결정의 책임도 지도록 아이가 스스로 감당하도록 한다. 부모가 자녀와 이런 분리가 일어나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잘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자녀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부모의 얼굴이 달라진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더 많은 집착을 하는 것 같다.

아이가 부모의 생각대로 행동하지 않을 때 부모에게 필요한 것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다. 사람은 다르기 때문에 그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아이도 나름대로 자신의 생각과 판단을 한다. 그것을 무시하거나 무조건 잘못됐다고 몰아세우는 것은 안 된다.

두 번째는 아이의 말이나 행동의 이유, 그 동기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다. 때로는 아이의 말과 행동은 겉으로 보이는 것이고, 그 내면을 제대로 알아야 문제 해결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병이 났을 때, 병을 일으키는 균을 제거해야 깨끗하게 치료하는 것처럼 아이의 내면에 있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세 번째는 옳고 그릇된 것을 자세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아이가 요구한다고 무조건 들어줘서는 안 된다. 해도 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정확하게 알려줘야 한다. ‘하지 말아야 하는 선’을 그어줘야 한다. 그 선 안에서 아이 스스로 조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바르게 전달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배태훈 다함께연구소 소장, 아동청소년상담심리 허그맘 자문위원


▶배태훈(다함께연구소장)= 다음세대인 자녀와 부모가 모두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꿈을 꾼다. 다음세대 전문 사역자로 ‘다함께연구소(다음세대와 함께하는 연구소)’를 설립하여 의사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자녀교육, 부모교육, 부부교육 등을 연구하고 강의를 하고 있다. 아동청소년심리센터 HugMom 자문위원 및 칼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일기동화'(가이드포스트, 공저, 2017)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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