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태훈의 행복이야기] (46) 거짓말하는 우리 아이, 어떻게 해야 할까?

배태훈 승인 2020.12.31 07:00 의견 0
다음세대인 자녀와 부모가 모두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꿈을 꾸는 배태훈 소장의 행복이야기

국어사전에 보면, 거짓말을 이렇게 정의했다.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꾸며 대어 말을 함.” 철학자들은 거짓말에 대한 정의를 내렸는데, 크게 두 가지 입장이 있다.

하나는 아우구스티누스처럼 그것이 가져다주는 이해나 결과와 관계없이 “거짓말이란 속이고자 하는 의도를 지니는 거짓의 표명”이라는 입장이다. 이 경우에는 정도의 차이는 있기는 하지만 허위의 언명은 모두 죄로 간주된다는 의미다.

이에 반해서 다른 하나는 그로티우스가 이해와 결과를 포함시키는 경우다. 볼프는 “타자에 해가 되는 진실하지 않는 이야기”라고 말했고, 바움가르텐은 “타인을 해치는 도적적 허언”으로 정의하고 있다. 즉, 진실하지 않는 언사 중에서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것만이 ‘거짓말’이라고 불리는 죄악으로 간주된다는 의미다.

아이들이 거짓말을 하면서 자신이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까? 모를까? 당연히 안다. 아이들이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본능적으로 위협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느끼면서 그 순간을 피하기 위해서다.

어떤 소아 정신과 의사가 거짓말에 대해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악의적인 거짓말과 둘러대기를 부모가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둘 다 부모를 속이는 행위인데, 그 차이가 있단다. 아이들이 대부분 부모에게 거짓말을 하는 경우는 둘러대기라고 한다.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을 느끼고 그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둘러대는 행위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악의적인 거짓말은 의도적으로 남을 속여 자기 이익을 취하는 적극적인 거짓말이다. 둘러대기나 악의적인 거짓말 모두 잘못된 것이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자녀가 거짓말을 했을 때 부모가 강압적으로 누르기만 하면 거짓말하는 것이 바로 잡히지 않는다. 당시에는 진심으로 잘못했다고 하지만 비슷한 상황이 되면, 혼나는 것이 무서워서 또 거짓말을 하게 된다.

여러분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 것이다. 부모님에게 혼이 나는 것이 무서워서 거짓말을 하는 경우들이 있었다. 때로는 나쁜 생각이나 행동들도 했다. 그렇게 했다고 모든 사람들이 거짓말쟁이가 되거나 나쁜 사람이 되지 않는다. 거짓말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성인이 된 후에 정말 사기꾼이나 나쁜 사람이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크면서 철이 들고 사회에서 좋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거짓말을 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부모가 아이들이 거짓말을 할 때 거짓말이 잘못됐다는 것을 확실히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아이 스스로 거짓말이 가져오는 결과가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깨닫게 하는 것이 좋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감정으로 아이를 대하면 아무리 강하게 이야기해도 아이들은 그것을 새겨서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이 이성적인 것 같지만, 굉장히 감성적이다. 예를 들면, 우리가 어떤 물건을 살 때, 좋은 물건이 있지만 주인이 나를 무시하고 반말을 하면 불쾌하게 생각한다. 다른 가게에 갔는데, 같은 물건인데 전에 있던 물건보다 좋지 않고, 가격은 오히려 더 비싼데 주인이 너무 친절하고 나를 칭찬하고 내 마음에 들게 행동을 한다. 만약에 이런 상황이라면, 어디에서 물건을 살까? 이성적으로 보면 좋은 물건, 싼 물건을 사는 것이 맞다. 하지만 물건이 좋지 않고, 비싼 그 가게에서 물건을 사는 사람들이 많다.

사람은 정말 감정적이다. 아이들도 자신이 잘못한 것을 알지만, 혼이 났을 때 무서워한다. 그 무서움에 대항하는 심리가 뇌에 자리를 잡는다. 그래서 혼을 많이 내는 부모에게 아이는 순응하는 것 같지만, 계속 반감을 쌓인다. 이런 반감이 위기 순간에 거짓말을 하게 한다. 우리의 뇌가 위기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만 생각하는 것이다. 들통이 나더라도 지금 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잘 아는 <양치기 소년>은 반복되는 거짓말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알려준다. 진짜 늑대가 나타났을 때 양치기 소년은 정말 절실했겠지만, 전에 했던 행동들 때문에 사람들이 믿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한 부분이 있다. 양치기 소년이 거짓말을 하게 된 이유다. 그 이유를 아는가? 바로 ‘심심했기’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이것저것 손에 들고 뛰어오는 모습이 재미있어서 심심해지면 거짓말을 했다.

마을 사람들은 양치기 소년이 처음 거짓말을 했을 때, 거짓말을 하는 그 이유를 알고 심심하지 않도록 했다면 어땠을까? 심심할 때 거짓말 대신에 할 수 있는 것들을 알려줬으면 어땠을까?

배태훈 다함께연구소 소장, 아동청소년상담심리 허그맘 자문위원


▶배태훈(다함께연구소장)= 다음세대인 자녀와 부모가 모두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꿈을 꾼다. 다음세대 전문 사역자로 ‘다함께연구소(다음세대와 함께하는 연구소)’를 설립하여 의사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자녀교육, 부모교육, 부부교육 등을 연구하고 강의를 하고 있다. 아동청소년심리센터 HugMom 자문위원 및 칼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일기동화'(가이드포스트, 공저, 2017)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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