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태훈의 행복이야기] (43) 승자형 부모

배태훈 승인 2020.12.10 14:36 의견 0
다음세대인 자녀와 부모가 모두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꿈을 꾸는 배태훈 소장의 행복이야기


어느 날, 한 엄마가 씩씩 거리며 찾아왔다. 왜 그렇게 화가났냐고 물으니, 아들 때문에 미쳐버리겠다고 했다. 그의 이야기는 이렇다.

아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의견 차이가 생겼다. 엄마가 아이에게 차분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했는데, 아들이 반박하면서 자신을 대하는 태도를 보고 갑자기 화가 났다는 것이었다.

엄마의 이야기만 듣고는 도대체 어떤 상황인지 파악이 되지 않아서 아들과의 관계에 대해서 물었다. 엄마는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 때 홈스쿨링을 시작했다. 엄마의 주도 하에 여러 가지 학습을 따라갔다. 한 해가 지난 후, 말도 잘 듣고 순종적이었던 아들이 조금씩 엄마의 의견에 토를 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아들의 태도였다고 한다.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을 보면, 자신을 무시하듯 행동하는 것 같아서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았다고 한다. 엄마한테 맞서고 달려들려고 하는데, 순간 움찔할 때가 있다고 한다. 아빠한테는 절대 못하는 행동을 자신에게는 거침없이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폭발해서 혈압도 올라가고 진이 다 빠져나가는 것 같아서 미치겠다는 것이다.

점점 키와 체격이 자신보다 커지는 아들이 위에서 내려 보는 눈빛과 말투에 화가 올라온다는 이 말에 공감하는 엄마들이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아들이 순종적이라는 것은 엄마의 권위를 인정하고 순종한다는 좋은 의미도 있지만, 아이가 성장하면서 그 권위 때문에 속앓이를 하는 경우들이 있다. 어떻게 매사 자녀가 부모의 의견과 동일할 수 있을까?

특히 사춘기에 들어서는 아이들의 경우, 부모의 생각과 일치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럼에도 부모의 말에 토를 달지 않고 순종한다는 것은 정말(!) 착한 아이이거나 자신의 감정과 의견을 숨기고 부모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와 부딪히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못하고 속앓이를 하다가 정신적으로 병들어가는 아이들도 있다. 그래서 아이들이 사춘기가 시작됐음에도 아무런 잡음 없이 지낸다면, 자녀와의 관계를 한 번 돌아보는 것도 필요하다.

미국 심리학자였던 토머스 고든은 <부모 역할 훈련>이라는 책에서 부모가 자녀와의 관계에서 세 가지 유형으로 접근한다고 이야기한다. 먼저, 부모의 권위를 내세워 자신의 생각과 뜻을 성사시키는 부모 유형이고, 두 번째는 부모의 생각은 그렇지 않지만, 자녀의 생각과 뜻대로 하도록 하는 부모 유형이며, 세 번째 유형은 앞의 두 가지를 혼용해서 사용하는 부모다.

첫 번째 유형의 부모는 자녀가 자신의 말을 잘 듣고 있다고 생각하고, 두 번째 유형의 부모는 속으로는 불만이 많지만, 자녀의 말을 잘 들어주고 있는 부모라고 생각한다. 세 번째 유형의 부모는 상황에 따라 자신의 말을 관철시키기도 하고, 자녀의 말을 따르기도 한다.

토머스 고든은 첫 번째 유형을 ‘승자형’, 두 번째 유형을 ‘패자형’, 그리고 세 번째 유형을 ‘동요형’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승자형이든, 패자형이든, 동요형이든 자녀와 원만한 소통의 관계를 맺지 못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대화를 통해서 소통을 이끌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유형의 부모는 권위나 권력을 행사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의 생각을 자녀 앞에서 포기하지 않는다. 명령하고 복종하기 원한다. 만약 복종하지 않으면 그에 합당한 벌을 내린다. 갈등이 생기면 당연히 부모가 이겨야 한다. 자녀가 어리고 무지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부모가 이끌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토머스 고든이 말하기를 첫 번째 유형의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대부분 부모의 말을 잘 듣는다고 한다. 하지만 어린 시절까지다. 속으로는 부당하다고 생각하지만, 부모의 권위에 대항할 만큼 자신이 힘이 없기 때문에 권위에 복종할 뿐이다.

아이들이 부모의 권위에 복종은 하지만, 마음속에 불평과 불만 쌓아둔다. 권위에 도전하면 항상 자신이 패하기 때문에 권위를 누를 수 있는 시점을 기다린다. 부모의 도움 없이 스스로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첫 번째 시점이 ‘사춘기’다.

자신이 첫 번째 유형의 부모라면, 자녀가 사춘기 시절에 부모의 권위에 반항하고, 도전하는 자녀를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속으로 ‘우리 아이가 이런 아이가 아니었는데, 말을 참 잘 듣는 아이였는데, 친구를 잘못 사귀어서 애가 달라졌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승자형 부모들은 자녀가 그런 생각과 행동을 하도록 원인 제공을 한 사람은 부모라는 사실은 전혀 모른다. 결국 자신은 자녀를 잘 키우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가 믿는 도끼에 발을 찍히는 경우가 일어나게 된다.

아이들한테 무조건 이기는 것은 부모에게나 아이에게도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니다. 부모에게는 만족함이 있겠지만, 아이의 마음은 상처와 아픔, 불평과 불만이 가득 할 수 있다. 아이들의 불만을 속으로 쌓아놓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밖으로 해소시켜야 한다. 그리고 아이들의 힘든 부분을 이야기하면 알아가야 한다. 부모가 자녀를 무조건 이기려고 하는 경우에 자녀는 절대 부모에게 자신의 속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오늘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 보면 좋겠다.

배태훈 다함께연구소 소장, 아동청소년상담심리 허그맘 자문위원


▶배태훈(다함께연구소장)= 다음세대인 자녀와 부모가 모두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꿈을 꾼다. 다음세대 전문 사역자로 ‘다함께연구소(다음세대와 함께하는 연구소)’를 설립하여 의사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자녀교육, 부모교육, 부부교육 등을 연구하고 강의를 하고 있다. 아동청소년심리센터 HugMom 자문위원 및 칼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일기동화'(가이드포스트, 공저, 2017)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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