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태훈의 행복이야기] (40) 아이가 말이 느려요

배태훈 승인 2020.11.19 06:50 의견 0
다음세대인 자녀와 부모가 모두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꿈을 꾸는 배태훈 소장의 행복이야기

어느 날, 4살 남자 아이의 엄마가 찾아왔다. 또래 아이들은 문장으로 이야기하는데, 아들은 세 단어 연결까지만 한다는 것이었다. 또래에 비해서 언어가 늦는 건 같아서 고민하고 있다가 여러 가지 청각 검사를 했고, 다 정상으로 나왔다.

어린이병원에서 아이가 놀이하는 것을 관찰한 결과, 인지 언어가 느리다고 말해서 정부의 지원을 받아 언어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언어치료는 일상생활에서 의사소통이 어렵거나 언어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치료하는 일이다. 전문적인 재활 치료는 재활 의학 전문의사에게 의뢰한 후 증상에 따라 병실에서 환자의 관절과 근육을 수동적으로 운동시켜 주는 것부터 시작해서 물리 치료실에서 여러 가지 기구를 사용한 체계적인 운동, 일상생활 동작에 대한 훈련, 언어 치료 등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들 언어발달을 위해서 언어치료를 하는 경우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아이가 말하는 것이 늦어지면, 부모는 사회성이나 사람들과의 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받을까 걱정한다.

실제로 아이들이 말이 잘 되지 않을 경우에, 자기는 뭔가 원하는 게 있는데 그것을 표현하지 못해서 성격도 급해지고 소리를 지르거나 폭력을 쓰는 경우들이 있다. 자신의 말을 상대방이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것 때문에 자존감이 낮아지고 말을 더 안 하는 경우들도 있다.

청각에 이상이 없는데, 아이들이 말이 느린 경우에는 집에서 부모가 기다려주는 연습을 해야 한다.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천천히 표현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그리고 아이의 말을 정확하게 할 수 있도록 꾸준히 연습해야 한다.

그런데 부모들은 이게 잘 안 된다. 답답하고, 속상하니까 빨리 말하라고 재촉하게 된다. 그런 마음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기다려줘야 한다. 천천히 생각을 정리하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편안하게 몇 마디라도 할 수 있도록 칭찬하고, 아이의 문장 수준에 맞게 말을 할 수 있도록 무한 반복을 해야 한다.

수없이 듣고 반복해야 말을 할 수 있다. 아이들이 듣고 모방을 하면서 따라한다. 아이가 어떤 단어를 처음 말하기 위해서는 수백, 수천 번을 들어야만 비로소 그 말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신생아 때부터 기저귀를 갈거나 목욕을 할 때, 젖이나 우유를 줄 때도 아기에게 많은 말을 해주는 것이 좋다. 집에서 부모가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참 중요하다. 집에서 아이가 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앞서 이야기한 엄마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남편은 직장 때문에 외국에 나가 있고 몸이 힘들어서 아이를 돌볼 여력이 되지 않았다. 생후 50일 정도 됐을 때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보여줬는데, 징얼거리지도 않고 편했다. 그래서 하루에 4-5시간 정도 동영상을 보여줬다. 아이하고 이야기하는 시간은 거의 없었다.

이렇게 동영상을 많이 보게 되면, 말을 닫게 하는 경우가 있다. 엄마가 편하기 위해서 아이들에게 동영상을 보여주는데 아이들에게 득이 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

아이가 태어나고 6개월 이전에 동영상에 노출된 아이들은 인지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 2015년에 미국소아과과학자협회(PAS)가 미국 중산층 이하 부모 37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간 미국소아과학회(AAP)가 만 2세 이하 영유아 어린이가 TV, 컴퓨터, 스마트폰 등을 오락용으로 이용하지 말 것을 권유해 왔지만, 그 사용 실태를 밝힌 것은 미국소아과과학자협회가 처음이었다.

부모 가운데 73%는 집안일을 할 때 자녀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놀도록 했고, 60%는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것과 같은 상황에서 자녀에게 그렇게 하도록 했다.

자녀들의 전자기기 사용 시간은 연령에 따라 증가했다. 하루 한 시간 정도 가지고 노는 경우는 만 2살이 26%, 만 4살은 38%였다.

미국소아과학회(AAP)는 스마트폰이나 텔레비전처럼 화면을 활용하는 전자기기가 젖먹이와 어린이 두뇌의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하고 언어 학습에도 장애를 초래한다고 지적하며, 만 2세 이하 어린이는 화면을 보지 못하게 부모나 그 보호자가 노력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1999년에 이어 2011년에도 거듭 강조했다.

아이가 어릴 때 텔레비전이나 기타 전자기기를 많이 이용할 경우 학교생활을 시작했을 때 언어발달이 지연된다고 한다. 어린이 두뇌 발달을 위해서는 전자기기 대신 부모가 직접 아이들과 놀아주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아가방회사는 만 5세 이하 자녀를 키우는 20~30대 부모 47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7.9%가 생후 18개월 이전부터 동영상을 보여줬다고 했다. 아이에게 영상물을 보여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90.2%가 ‘있다’고 답했다. 또 하루에 평균 1시간 30분정도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 한국에 있는 많은 부모들이 다 그렇게 하고 있다. 어린 아이들이 동영상을 보고 있는 동안 부모는 육아에서 벗어나 편안함을 느낀다. 하지만 부모가 편한 만큼 어린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좋겠다.

아마도 4살 남자 아이가 말이 느린 이유가 어릴 때부터 동영상을 장시간 접하고 그 외에 시간에도 말하는 것을 접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되어 하루에 30분씩 책을 읽어주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꼭 가지라고 했다.

6개월 후, 언어치료와 함께 꾸준히 책읽기를 한 결과, 또래 아이들과 비슷한 수준의 언어를 구사할 정도로 좋아졌다. 아이가 저절로 자라는 것이 아니다.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먹고 자란다.

배태훈 다함께연구소장


▶배태훈(다함께연구소장)= 다음세대인 자녀와 부모가 모두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꿈을 꾼다. 다음세대 전문 사역자로 ‘다함께연구소(다음세대와 함께하는 연구소)’를 설립하여 의사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자녀교육, 부모교육, 부부교육 등을 연구하고 강의를 하고 있다. 아동청소년심리센터 HugMom 자문위원 및 칼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일기동화'(가이드포스트, 공저, 2017)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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