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유럽여행기](9) 스위스 융프라우, 툰 호수, 슈피츠 성

'동양인 관광객 대부분은 한국인'

배태훈 승인 2024.11.19 08:29 의견 0
스위스 명소 융프라우를 가는 도중의 멋진 마을과 설산.[사진=배태훈]


[배태훈 다함께연구소장] 2023년 1월 21일, 여행 7일차.

전날 밤, 인터라켄에 도착한 후 눈이 내리는 거리를 걸으면서 한 걱정을 했다. 이튿날 융프라우를 가기로 계획되어 있었다. 날이 좋지 않으면, 입산이 금지돼서 가지 못하니 걱정이 됐다.

잠에 들기 전에 일기예보를 한 번 더 확인했는데, 흐림과 눈이라고 되어 있었다.

하지만, 로잔에서 베른으로 가는 기차에서 만난 분이 이야기하길 내일 날씨가 좋을 거라면서 융프라우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던 말을 떠올리며 기분 좋게 잠을 잤다.

이른 시간 눈을 뜨자마자 커튼을 열고 날씨를 확인해 보니 현지인이 말한 것처럼 날이 너무 좋았다.

융프라우에 대한 기대감으로 간단한 아침식사를 하고, 버스를 타러 갔다.

'스위스 패스' 하나면 스위스 내에 있는 모든 교통수단이 프리패스가 된다. 근데 이 '스위스 패스'는 너무 비싸다. 스위스에 머무는 3일 동안 쓸 스위스 패스로 버스를 타고 융프라우로 가는 기차역으로 향했다.

융프라우를 가기 위해 여러번 기차를 갈아타야했다.[사진=배태훈]


기차역에는 주말을 맞이해서 스키와 보드를 즐기러 온 현지들과 관광객들로 가득했다. 곳곳에 패키지로 여행을 오신 한국 분들이 있었다.

동양인 99%는 한국 사람들인 것 같았다. 현지인의 이야기를 들으니, 중국 사람은 코로나 때문에 제한하고 있고, 일본은 엔저 때문에 관광하러 오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고 한다.

한국은 유럽의 거의 모든 나라가 프리 패스로 입국이 허용되니 유럽에서 동양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대부분 한국 사람이었다.

우리는 산악기차 대신 곤돌라로 융프라우로 가기 위해서 그린델발트에서 내렸다. 곤돌라 티켓을 사기 위해서 매표소로 이동했다. 주말이라서 스키와 보드를 즐기러 온 현지인들은 너무 많아서 표를 사는 곳에 사람들로 가득했다.

스키와 보드를 들고 표를 사러 긴 줄을 선 사람들 틈에서 표를 사야하는지 다른 곳에서 사야하는지 모르겠고,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하다가 우리 눈에 키오스크가 보였다.

4명이 키오스크 앞에 모여 좀 긴 시간을 투자해서 티켓팅에 성공 했다.

그리고 곤돌라를 타기 위해서 입구를 찾았는데, 곤돌라마다 스키와 보드를 들고 있는 현지인들로 가득했다. 우리처럼 여행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여행객들은 단체로 산악기차를 타고 올라가는 것 같았다.

스위스 슈피츠성에서 내려다본 툰 호수.[사진=배태훈]


스키장으로 가는 것인지 융프라우에 가는 것인지 잘 몰라서 주변을 둘러보니, 이정표에 융프라우에 간다고 표시되어 있어서 조심스럽게 게이트에 QR코드를 올려 놓았더니 문이 열렸다.

스키를 즐기러 온 사람들과 함께 곤돌라에 탑승하자마자 문이 닫히고 움직이더니 갑자기 빠른 속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다리가 후덜덜 떨리면서도 눈 앞에 펼쳐지는 장관에 환호성을 내 질렀다.

눈으로 덮인 아름다운 풍경과 그것을 밑그림으로 스키와 보드를 타고 내려오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조금 먼 곳에서는 산악기차가 힘겹게 오르내리는 것들이 보였고, 시간이 잠시 흐른 뒤에 정신을 차린 우리는 여기저기를 살피며 동영상과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약 3000m까지 올라간 후 곤돌라에서 내렸다. 스키와보드를 타러 온 사람들은 다른 곳으로 향하고, 우리는 정상을 향해 다시 기차를 타러 갔다.

융프라우 정상. 갑자기 거센 바람이 불면서 눈을 뜨기 힘들었다.[사진=배태훈]


기차는 긴 동굴 속을 지난 해발 4158m까지 올라갔다. 융프라우의 정상까지 힘겹게 오른 후 스위스 깃발을 잡고 인증샷을 찍고, 추위를 체험하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동영상과 사진을 찍었다.

죽기 전에 한 번쯤은 와봐야 한다고 했는데, 그만큼 설산의 장관이 펼쳐진 곳이었다.

잠시 후에 한국 패키지 여행객들이 100여명 정도 몰려왔다. 여행사 몇 개가 겹쳐졌는지 여러 개의 깃발과 그 깃발 뒤를 따르는 사람들로 가득 차 버렸다.

한국에서 가져온 컵라면. 스위스 융프라워 현지에서 작은 컵라면 한개에 만원이 넘었다.[사진=배태훈]


단체 관광객들을 피해 한국에서 부터 준비해온 컵라면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향했다. 여기서 작은 컵라면 먹으려면 만원 넘게 줘야 하니 아까워서 한국에서 개인 보온병까지 준비해왔다.

뜨거운 물을 컵라면에 붓고 익기 를 기다리면서 묘한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다.

기차시간까지 여유가 있어서 전망대 카페에서 커피도 한 잔 하고, 초콜릿 가게에서 선물도 하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다시 기차, 곤돌라, 기차를 타고 처음 융프라우를 가기 위해서 출발했던 인터라켄 동역으로 돌아왔다. 다음 행선지는 툰 호수의 유람선 관광. 버스를 타고 인터라켄 서역까지 간 후 유람선을 탔다

1층보다는 2층이 전망이 좋으니, 우리는 서둘러 2층에 가서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웨이터가 오더니 ‘여긴 1등석’이라면서 내려가라고 했다. 어찌나 퉁명스럽게 이야기하더니 기분이 상했다.

1층에 내려왔는데, 그 사이에 좋은 자리는 다 차버렸다. 그래도 우리가 앉을 자리가 있으니 다행이었다.

잠시 후 출발한 유람선, 툰 호수의 모습이 드러났다. 아침에 햇살이 내리쬐던 날씨였는데, 일기예보처럼 날이 점점 흐려지기 시작했다.

햇살이 내리쬐는 툰 호수를 기대했는데, 그런 풍경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잔잔한 호수, 마을, 산들이 펼쳐진 모습이 여름에 다시 한 번 오고 싶을 만큼 아름다웠다.

뻥 뚫린 호수를 보니, 웨이터의 퉁명스러운 말투로 맞은 상한 마음도 풀어지고 편안해졌다. 비는 오지 않아 툰 호수의 전경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곳저 곳을 정박하던 유람선이 우리의 목적지인 슈비츠 마을에 도착했다.

슈비츠 마을은 고즈넉했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으면서 툰 호수에 접한 마을의 경치를 느끼며 성으로 향했다. 성에서 내려다 본 툰 호수의 전망은 유람선에서 본 것과는 다른 풍경이었다.

툰 호수를 한참 보고 슈비츠 기차역으로 가면서 마을 구석구석을 구경했다. 마을은 평화로웠고, 가끔씩 만나는 사람들도 현지인보다는 관광객들이었다.

스위스 인터라켄 서역. 눈이 내린 겨울 기차역의 모습이다.[사진=배태훈]


마지막 종착역인 인터라켄 서역의 전 역인 슈비츠 기차역도 한가로웠고, 추위를 피해 기차역 안에서 몸을 녹인 후에 기차를 타고 다시 인터라켄 서역으로, 그리고 버스를 타고 우리가 머 물고 있는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 날 독일로 향하는 일정을 확인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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