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유럽여행기](7) 파업의 나라

블로그와 유튜브 통해 얻은 여행 정보로 위기 돌파

배태훈 승인 2024.11.05 08:00 의견 0
사크레쾨르 대성당.사크레쾨르 대성당은 프랑스 파리의 몽마르트르 언덕 위에 있다. 프랑스가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패한 뒤 침체된 국민의 사기를 고양시킬 목적으로 모금한 돈으로 만들어졌다. 1876년에 기공되어 1910년에 완성되었다. 성당 앞에 잔 다르크의 동상이 있고 비잔틴 양식으로 하얀 돔이 우아한 자태로 솟아 있다. 기념비는 매일 오전 6시 30분부터 오후 10시 30분까지 개방된다[사진=배태훈]


[배태훈 다함께연구소장] 2023년 1월 19일. 어제 루브르박물관을 관람하고, 근처 한식당에서 지인과 식사하면서 지인이 한 이야기가 있다. 프랑스는 파업의 나라라고.

그분이 이야기하기를 프랑스가 혁명으로 나라를 세워서 그런지 잦은 파업이 일어난다고 했다. 어제도 연금법 개정을 반대하는 시위가 일어나고 총파업을 할 거 같다고 말했다.

연금법 개정의 내용을 들어보니, 정년은퇴를 2년 늘리는 법안에 근로자들이 반발을 하고 시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60세 정년에서 65세 정년으로 늘려달라고 시위를 하고 있는데, 우리나 라와 뭔가 다른 정서가 있는 것 같다.

지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100세 시대에 정년이 늘어나면 좋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는데, 여행자이기에 별 생각 없이 듣고 말았다.

그런데 그날 밤, TV를 통해서 전해진 내용을 보니 굉장히 심각했다. 총파업에 동참하는 곳들이 늘어나면서 대중교통이 멈출 것 같으니 확인하라는 소리도 들렸다.

이튿날 베르사유궁전과 몽마르뜨 언덕을 가기로 했는데, 뭔가 심상치 않아 보였다.

대중교통 앱을 켜서 보니, 베르사유궁정으로 가는 기차 운행은 배차시간이 길었지만, 운행이 되는 것으로 나왔다.

시위가 확산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어김없이 나와 아내는 새벽에 눈을 떴다. 언제 시차에 적응이 될지.

밤사이에 파리파업의 소식이 한국에 전해졌는지 가족들에게 생사확인을 하고, 간단한 아침식사와 함께 파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그리고 여행일정에 차질이 없는지 대중교통 앱을 실행시켰다.

맙소사! 지난 밤에 지하철과 열차 노조도 총파업에 동참했는지 모두 운행정지로 표시되어 있었다.

문이 닫힌 베르사유궁전.택시비만 날리고, 베르사유 궁전 티켓 값도 환불받지 못했다.베르사유궁전은 바로크 건축의 대표 건축물이다. 아름다운 프랑스식 정원에 1,400개의 분수들 그리고 오페라와 거울의 방으로 유명하다. 베르사유 궁전은 한번에 2만 명이나 수용할 수 있는 커다란 안뜰을 둘러싸고 있다. 1783년 이 안뜰에서 세계 최초의 열기구가 떠올랐다.[사진=배태훈]


베르사유궁전은 파리 외각에 있는데, 그곳으로 가는 열차도 운행되지 않았다.

택시를 타고 가면 돈이 엄청 깨질 건데! 그래도 파리까지 왔는데 베르사유궁전을 가긴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복잡한 파리 시내를 빠져나와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날씨까지 왜 그렇게 우중충한지, 느낌이 별로 안 좋았다.

택시가 베르사유 궁전으로 들어섰는데, 한가한 모습에 뭔 일이 일어난 것 같았다. 관광지인데 사람이 없어서 너무 없었다.

이건 뭐지??? 아직 오픈 시간이 되지 않았는지, 문은 굳게 잠겨있었다. 티켓을 미리 구입했기 때문에 방문시간을 체크하기 위해서 관리인에게 가려고 하는데, 어떤 한국 분이 파업 때문에 오늘 문을 안 연다는 말을 했다.

혹시나 해서 어제 베르사유궁전이 문을 여는지 확인해서 파업과 상관없이 관람할 수 있다고 했는데, 여기도 간밤에 파업에 동참했나 보다.

파업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는지 관광버스들이 몇 대 있었고, 우리가 도착한 이후에도 관광객들이 조금씩 모이고 있었다.

베르사유궁전 근처의 카페에서 주문한 커피.[사진=배태훈]



날씨도 너무 안 좋고, 일정이 꼬여버려서 가족들 모두 짜증이 났다. 신경이 날카로워서 잦은 의견충돌이 일어나고 다음 일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 의논하기 위해서 카페로 이동했다.

몽마르뜨 언덕에서 파리 시내의 노을과 야경을 보기로 했던 일정을 앞당기고, 저녁에는 파업 때문에 꼬인 대중교통에 대한 새로운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베르사유에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다시 택시를 타고 몽마르뜨 언덕으로 향했다.

택시비만 날리고, 베르사유 궁전 티켓 값도 환불받지 못했다. 다시 파리 시내로 가는 동안 우리 가족은 한 마디도 말하지 않았다.

그래도 여행을 계속해야 해서 블로그와 유튜브를 보니, 몽마르뜨 언덕 초입에서 팔찌를 파는 사람들을 피하는 방법으로 골목길로 가는 방법과 사크레쾨르 대성당 쪽으로 이동해서 내려오는 방법 등을 알려줬다.

우리는 택시를 타고 가니 언덕을 오르지 않고, 언덕 위해서 파리 시내를 바로보고 내려오자는 의견으로 사크레쾨르 대성당으로 이동했다.

성당에서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대성당과 파리시내가 보였다. 베르사유궁전을 관람하지 못한 것 때문에 우울했던 우리 가족은 생기가 돌았다.

파업 때문인지, 날씨 탓인지 모르지만, 사람들도 별로 없고 잡상인도 없었다. 파리 북쪽에서 바라본 파리 시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돌아보니, 우리나라 남산처럼 자물쇠로 꽁꽁 묶여 있는 곳들이 보였다.

우중충한 날씨에 몽마르뜨 언덕에 오래 있으니 추워서 식사를 하기 위해서 내려오는데, 유튜 브에서 이야기하던 팔찌 파는 사람들이 보였다.

양쪽 옆에 10여 명이 진을 치고 언덕을 오르려고 하는 관광객들을 향해 팔찌를 강매하는 모습이 보였는데, 내려오는 사람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몽마르뜨 언덕의 마르게티따 피자.1889년 나폴리를 방문한 사보이아 가의 움베르토 1세와 마르게리타 왕비에게 바칠 음식으로 만들어졌다. 당시 요리사였던 돈 라파엘 에스폰트는 왕비를 위해 피자를 만들었는데 바질, 모짜렐라, 토마토 등의 재료로 초록, 하양, 빨강으로 된 이탈리아의 국기를 상징하는 피자를 만들었다. 마르게리타 왕비가 매우 마음에 들어하였고 왕비의 이름을 따서 마르게리타 피자라는 이름이 되었다고 한다.[사진=배태훈]


이래서 정보가 필요한 거지. 가장 이탈리아다운 식당에서 점심을 먹자는 의견으로 맛집 서치를 한 후 알리오올리오 파스타와 마르게티따 피자를 먹고, 마카롱과 크로아상 디저트까지 달달함의 극치를 느끼며 추웠던 몸을 녹였다.

몽마르뜨 언덕 초입에 있는 번화가를 돌아다녔는데, 파업 때문에 대부분의 관광지와 가게들이 문을 닫았다.

뭔 놈의 파업을 온 국민이 다 하냐! 프랑스에 살고 있는 지인과 통화를 했는데, 이번 파업에 강경파들이 참가해서 폭동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소식을 들고 빠른 귀가를 선택했다.

택시를 타고 숙소로 가는 길에, 청천병력 같은 소식이 날아왔다. 내일 프랑스 파리에서 스위스 인터라켄으로 가기로 되어 있었는데, 스위스 바젤로 가는 열차가 취소됐다는 문자였다.

여기저기 알아보니, 다국적 기업인 버스는 파업에 동참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내일 새벽에 파리 터미널에서 로잔으로 가는 버스를 예매했다.

파업으로 몸과 마음이 지친 우리 가족은 전기장판에 몸을 녹이며 맛있는 음식으로 기분을 달래기로 했다.

한식당 보배.파리 여행객들 사이에서는 꼭 들러야 하는 맛집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배태훈]


그래서 찾은 곳은 한식당 ‘보배.’

후기에 사람들의 칭찬을 보면서 잔뜩 기대하며 찾은 곳은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걸어서 10분 거리에 다양한 한식들이 있는 작은 식당이었다. 짜장, 짬뽕, 탕수육, 된장 찌개, 만둣국까지 마음껏 주문했다.

10가지 정도 되는 밑반찬에 어마어마한 양의 음식들이 줄줄이 등장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싹 비워버렸다.

한국에서 먹는 맛, 그대로. 우리 가족은 여행을 하면서 한식보다는 현지 음식을 먹는 편인데, 프랑스에서는 왜 그렇게 한식이 그리웠는지 모르겠다. 파업의 나라에서 제대로 하루를 보낸 우리는 지칠대로 지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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