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자금, 연 5% 금리에 은행 정기예금으로 머니무브

수신자금 한달동안 30조원 넘게 증가
한은, 추가 금리 인상하면 머니무브 속도 가속화

차민수 승인 2022.10.16 06:57 의견 0
기준금리 연속 인상으로 예금(수신) 금리가 오르면서 9월 은행권 정기예금이 역대 최대 증가폭을 보였다.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수신 잔액은 2245조4천억원으로 8월 말보다 36조4천억원 늘었다. 정기예금은 32조 5천억이 늘었다. 2002년 1월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월 기준 역대 최대 증가 폭이다.[사진=나눔경제뉴스DB]

[나눔경제뉴스=차민수 기자] #. 50대 직장인 김성훈(가명)씨는 요즘 셈법이 복잡하다. 김씨는 지난 3월 인천의 한 분양 아파트에 입주했다. 원래 기존 아파트를 팔면 대출 없이 입주가 가능했으나, 거래 절벽으로 기존 주택이 팔리지 않자 4억원을 대출 받아 입주했다. 대출이자는 5년 고정금리 4.25%. 기존 아파트는 빈집으로 갖고 있다가 매도하려고 했으나, 팔리지 않자 할 수 없이 이사한지 5개월만에 전세를 놓았다.

그러다보니, 예상치 않았던 전세금 2억여원이 생겼다. 처음에는 중도상환수수료를 물더라도 대출 일부를 상환하려했다. 한달에 150만원 가까운 대출이자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예금 금리도 가파르게 올라 대출을 상환해야할지, 아니면 이자 5%를 주는 은행 정기예금에 넣어놓아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정기예금 이자에서 각종 세금을 떼더라도 대출상환을 하지 않는 것보다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앞으로도 금리 인상이 더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 좀 더 기다린다음 더 높은 이자를 주는 예금상품에 가입할까 고민중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2일 한은이 금리를 0.5% 포인트 올리자 주요 시중은행들은 일제히 예·적금 금리를 0.3∼1%포인트 인상했다.

이에따라, 하나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 '하나의 정기예금'의 경우 기준금리 인상 전후로 시장금리를 반영해 1년 만기 기준 연 4.60%의 이자를 제공한다.

하나은행은 오는 20일부터 예·적금 등 총 29종 수신상품의 금리를 최대 0.95%포인트 인상해 적용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의 1년 만기 금리는 연 4.55%다. 불과 한 달 전인 지난달 14일(연 3.55%)과 비교하면 1%포인트 올랐다.

우리은행은 한은 기준금리 인상을 반영해 지난 13일부터 19개 정기예금과 27개 적금 상품의 금리를 최대 1%포인트 인상했다.

대표상품인 '우리 WON플러스 예금'은 기본금리만으로도 1년 만기 기준 연 4.52%를 적용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대표 예금 상품인 'KB Star 정기예금' 금리는 연 4.18%다.

NH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도 우대조건 없이 연 4.60% 금리를 제공한다.

저축은행들은 이미 연 5%대 예금 금리 상품을 내놓고 있다.

JT친애저축은행은 지난 13일부터 비대면 정기예금 금리를 1년 만기 기준 0.6%포인트 올린 연 5.0%를 적용하고 있다.

다올저축은행의 'Fi 리볼빙 정기예금' 금리는 0.85%포인트 상향 조정되면서 현재 연 5.20%까지 올랐다.

시중은행들은 고금리 상품을 경쟁적으로 내놓으면서 시중자금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사진=하나은행]


▶우대금리 7% 상품도

특정 조건을 만족할 경우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은행 예·적금 상품의 경우 이미 연 5%를 넘어 연 7∼8% 고금리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급여를 신한은행에 처음으로 입금하고 적금 상품에 신규 가입하는 등 첫 거래 고객을 위한 '신한, 안녕 반가워 적금'의 금리를 지난 14일 연 4.8%에서 연 5.2%로 인상했다.

주택청약종합저축에 함께 가입하고 연말까지 특별금리 적금 이벤트에 응모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신한 마이홈 적금' 금리는 기존 연 5.5%에서 연 5.8%로 상향 조정됐다.

하나은행의 '내집마련 더블업적금'은 기본금리 연 1.75%에 각종 우대금리를 더하면 연 5.5%까지 금리가 높아진다.

우리은행의 '우리페이 적금'은 기본금리 연 2%에 우대금리 연 5%를 더하면 1년 만기 기준 최고 연 7%의 금리가 적용된다. NH농협은행의 'NH걷고싶은 대한민국 적금'은 14일 기준 연 7.1%, 'NH1934월복리적금'은 연 6.6%의 고금리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이런 고금리 상품은 우대금리 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실제로 최고 금리를 받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 시중 은행 예금 수신액 36조 원 증가

한은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수신 잔액은 2245조4천억원으로 8월 말보다 36조4천억원 늘었다.

특히 정기예금이 32조5천억원이나 급증했다. 2002년 1월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월 기준 역대 최대 증가 폭이다.

반면 수시입출식예금에서는 3조3천억원이 빠져나갔다. 자금이 정기예금 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10월 들어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3일 기준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776조2859억원으로 전달 말(760조5천44억원)과 비교하면 보름도 안 되는 기간에 15조7815억원 증가했다.

오는 11월 한은 금통위에서도 추가 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는 만큼 안정성과 함께 5%대 이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은행 정기예금으로 자금이 더 쏠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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