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곡로]14층 인테리어공사

차석록 승인 2021.07.30 09:18 의견 0
[마곡로]14층 인테리어공사


[나눔경제뉴스=차석록편집국장] 살고 있는 아파트 동게시판에 공사 알림문이 붙었다. 게시물을 보니 같은 라인 14층이다. 집사람에게 들어보니 새로 이사를 오시는 분이 공사로 인해 시끄러울테니 양해를 부탁한다며 인사를 왔다고 한다.

내용을 들여다보니 한달에 걸친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다. 요즘 안내문은 과거와 확 다르다. 예전에는 "시끄럽게 해서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공사기간 정도였는데, 공사 기간 날자와 요일별로 무슨 공사를 하고 소음이 상·중·하로 상세하게 표시되어 있었다. 집사람은 공사 일정을 보더니 손가락으로 날짜를 가르키며 "이날은 피신(?)을 가야겠다"고 말한다.

나는 "돈 좀 들겠다"고 말했다. 집사람은 이정도 공사면 비용이 수천만원으로 추정했다. 그러면서 한말씀 더 했다. "아마 내부를 확 뜯어고치는걸 보니 이사오면서 가전제품이나 가구도 싹 다 바꿔서 들어올거 같다. 꽤 큰 돈을 쓸 거 같다"고 30년차 주부로서 날카로운 분석을 했다.

그러면서 인테리어가 궁금하고, 부러움이 엿보인다. 아마 지금 집에서 20년 가까이 살고 있어서 그런 듯하다.

요즘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막히면서 보복소비가 유행이다. 그중 하나가 인테리어공사다. 한 유명 가구및 인테리어회사의 매출이 역대 최대라는 뉴스가 나올 정도다. 실제, 소규모 인테리어사업을 하시는 A사장님은 "눈코 뜰새없이 바쁘다"고 전한다.

새 집(아파트)에 대한 욕구가 더욱 큰 시대다. 집값 오름 폭이 다르기도 하지만, 과거와 다른 구조나 단지내 편리한 시설이 수요를 이끌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더욱 그렇다. 인근의 입주가 시작된 아파트단지를 지나다보면 어린 아이들과 함께 있는 30대 부부들이 유독 눈에 많이 띈다. 우리 부부의 30대를 생각하면 '저들은 무슨 돈으로 새 아파트를 장만했을지 궁금하다고 집사람은 내 얼굴을 쳐다본다. 뜨끔하지 않을 수 없다.

어쨌든, 새 집은 비싸다.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연식이 좀 되고 저렴한 집을 사서 뜯어고치는 경우가 많다. 14층으로 이사오시는 분도 그런듯 하다. 지인 B는 30년 가까이 된 넓은 평수의 아파트를 싸게 사서 새 집처럼 고쳐 살고 있다. 그는 만족도가 "꽤 좋다"고 말한다.

요즘 집은 돈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집 값을 가장 궁금해 한다. 대화의 주제는 집값이 얼마나 올랐으며, 앞으로 얼마나 더 오를지 등이다. 떨어질 걱정은 하지 않는다. 또 정부 말을 듣고 집을 사지않아서 벼락거지가 됐다고 분노 한다.

사람과 닮은 집을 찾아 다니며 글과 사진을 남기는 한윤정 작가는 이런 말을 했다. "집이 곧 사람이다." 사람을 알려면 집을 보면 된다고 말한다. 거기에는 그들의 취미, 취향, 관계, 가치관 등 삶의 모습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고 말한다.

살아온 시간과 경험, 거기서 건져올린 추억이 축적된 장소다. 각자의 얼굴 , 지문 만큼이나 독특하고 유일한 개성을 가진 공간이 집이라고 말한다.

그가 취재하는 집에는 아파트는 없다. 환경운동가 차준엽의 앉은뱅이 토담집, 시인 조은의 사직동 한옥, 건축가 김재관의 살구나무집, 영문학자 이종민의 시골집 등 아담하고 낡고 평범하지만 살고 있는 주인의 품격과 향기가 나는 집이다.

한윤정 작가는 좋은 집을 이렇게 정의한다. 집의 내력과 주인의 삶이 만나면서 소박하지만 아름답게 가꿔진 공간, 즐거움과 영감을 제공하고 타인을 위해 열려 있는 공간. 그러면서 투자와 수익 측면에 눈을 감아야한다. 그래서 더 아름답다고 덧붙인다.

그런데, 나는 한달 뒤 14층 그 집이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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