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곡로] 백신 공포

차석록 승인 2021.06.09 05:54 의견 0
[마곡로]백신 공포


[나눔경제뉴스=차석록편집국장] 설레임과 우려를 갖고 월요일을 기다렸다. 백신 접종이 오전 10시에 예약되어 있었기 때문였다.

지난주 다른 일로 찾은 병원의 내과의사는 "다음주 월요일 코로나 백신 접종을 맞을 예정"이라는 내말에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에 대해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과 비교하며 설명을 해 주었다.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백신 접종을 피해야 한다", "목이 붓는 증상을 느끼면 앞 뒤 보지말고 응급실로 뛰어라. 기도가 막히면 위험할 수 있다" 등등. 살짝 겁을 주었다.

오전 10시로 예약을 했는데 이미 예약자들과 일반 진료자들이 분류되지 않고 엉켜서 40분이나 기다렸다. "10시 예약을 했는데, 왜 시간에 맞춰 접종을 받을 수 없냐"는 내 질문에 간호사는 "10시대 예약이라 그렇다"고 답했다. 나는 입을 다물었다.

드디어 내 이름이 불러졌다. 혈압 체크와 간단한 문진 내용을 보던 의사 선생님은 "맞아도 되겠네요" 하며 백신 주사기를 들었다.

"따금하실겁니다." 그런데, 주사를 잘놔서 그런지 별다른 통증이 없었다. 전혀 따끔하지 않았다. 일부러 반팔을 입고 갔는데 거의 어깨 가까운 곳에 주사를 놓았다. 덕분에, 와이셔츠 반소매를 말아 올리느라 구겨졌다.

비상시(?)를 대비해 나는 해열진통제를 구입해 주머니에 넣고 있었다. 여차하면 입에 털어 넣을려고. 의사 선생님은 "지금은 증상이 없고 저녁이 되면 오한과 발열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때 해열진통제를 먹고, 그래도 39도 이상 고열이 나면 병원에 가라고 말했다.

약속된 점심과 오후 일정을 소화했다. 그러나 평소보다 2시간 정도 일찍 퇴근했다. 접종 맞은 왼 팔은 뻐근했지만 일을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저녁을 먹고 1시간 정도 산책도 했다.

접종후 12시간이 지났다. 오후 10시 30분. 주사를 맞은 부위가 뻐근한거 외에는 별다른 징후는 없었다. 나는 운좋게 별다른 고통없이 지나 가나 보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새벽에 춥다는 느낌이 들어서 잠을 살짝 설쳤다. 아마 오한인듯 했다. 내 이마에 손을 댄 안사람은 "열은 없다"고 했다.

주사를 맞은 왼팔은 어제보다 뻐근함이 더 심해졌다. 욱신거렸다. 그렇다고 진통제를 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내몸이 열심히 코로나19 항체를 만드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생각에 격려를 해주고 싶었다. 물 한컵을 마셨다.

24시간이 지났다. 욱신거리는 팔이 다소 신경 쓰였지만, 그래도 평소처럼 일상을 그대로 보낼 정도는 충분했다. 하루 이틀 지나면 통증도 사라진다고 하니, 24시간을 더 기다려야 할거 같다.

40시간이 지났다. 팔의 통증도 거의 사라지고 컨디션도 접종 이전으로 되돌아 갔다.

전문가들은 방송이나 신문, 그리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수시로 백신 접종의 두려움을 갖지 말라고 말했다.

특히 60세 이상은 코로나19의 치사율이 더 높으니 무조건 맞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백신 접종 공포를 조장하는 언론의 선정적인 제목이나 기사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백신을 접종한 뒤 사망했다고 신고했다거나 작은 이상징후도 마치 중계방송 하듯 기사가 쏟아지는데, 접종에 대한 두려움을 걱정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 것인가. 특히 아스트라제네카는 더욱 그렇다.

지난 7일부터 접종이 시작된 60세부터 64세 대상자의 사전 예약률이 80%에 달한다는 것은 막연한 두려움보다는 백신 접종 이후의 자유를 찾으려는 욕구가 더 크다는 방증이다.

최근 정부의 착오로 삼성전자 등 30세 미만의 대기업 직원들이 사회필수인력으로 분류되면서 수만명의 사전예약이 이루어졌다가 취소되는 해프닝도 자유를 갖겠다는 외침이다.

이제 백신은 공포보다는 그 이후 찾아올 일상의 되돌림을 약속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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