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태훈의 행복이야기] (27) 추억을 쌓는 여행

배태훈 승인 2020.08.18 17:33 의견 0
다음세대인 자녀와 부모가 모두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꿈을 꾸는 배태훈 소장의 행복이야기


2018년 12월,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남성(아빠) 육아’에 대한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최근 한국사회에서 남성 육아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남성이 할 수 있는 육아활동으로는 ▲자녀와 몸으로 놀아주고(84.8%, 중복응답), ▲자주 이야기를 하고(84.4%), ▲산책을 하는(80.2%) 활동이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자녀를 병원에 데려다 주고(80%), ▲책을 읽어주며(79.6%), ▲목욕을 시키고(77.7%), ▲함께 여행을 가는(77.4%) 역할의 필요성도 강조됐습니다. 가장 보람 있는 활동이라고 평가를 받는 아빠육아 활동은 ▲자녀와 자주 이야기하고(57.5%, 중복응답), ▲몸으로 놀아주며(54.6%), ▲여행을 가는(36.9%)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 기관인 엠브레인 관계자는 “그만큼 아빠가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큰 것”이라며 “식사를 챙기거나, 집안일을 하는 활동이 보람될 것이라는 의견도 많았으나 그보다는 자녀와의 소통 및 공감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뚜렷하다”고 해석했다.

이렇게 남성 육아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관심도 높아지고 있지만 실제 한국사회에서 남성의 육아 참여도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는 의견(82.6%)이 우세하게 나타났다. 남성의 육아 참여도가 낮은 이유에 대해서는 대부분 시간 부족을 이야기한다.

몇 해 전부터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라고 야근하지 말라는 문화를 만들고 있다. 저녁에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 시간에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다른 일들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아빠의 마음가짐이 달라져야 한다. 말은 가족들과 함께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다고 하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시간이 없다고, 상황이 되지 않는다고 포장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보람 있는 아빠육아 활동 세 가지(자주 이야기하고 몸으로 놀며 여행하는 것)를 모두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여행이다. 가족여행은 가정 구성원,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공유하는 추억을 만드는 시간이다. 함께 추억을 만드는 일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함께 공유하는 추억이 많으면 많을수록 이야기 거리가 많아진다. 이야기를 하면서 그때 함께 있었던 감정들을 공유할 수 있다.

가족여행 하면, 많은 사람들이 먼 곳을 가거나 돈이 많이 든다고 생각한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가는 것도 여행이다. 짧은 시간이라도 일상에서 벗어난다면 그것이 여행이다. 가족들과 함께하는 여행의 목적을 추억 쌓기라고 생각한다면 쉽다. 여행은 추억을 함께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다.

필자가 아이의 친구들과 여행에 대해서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아이들에게 아빠하고 함께한 추억이 있냐고 물었다.

대부분 아빠와의 추억이 담긴 여행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 중에 한 아이는 아빠와 함께한 추억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 아이의 부모를 알고 있는데, 그 부모는 아이와 함께 국내여행뿐만 아니라 해외여행도 종종 다녔다. 그런데 추억이 없다니, 충격이었다.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함께 여행을 가긴 하는데, 기억할 만한 추억이 없다고 한다.

아빠는 이곳저곳 아이와 함께 다니면서 좋은 추억을 쌓을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아이와 감정을 나누지 않으면 추억이라는 것이 없다. 이런 경우 아빠는 여행 ‘가이드’ 역할만 한 것이다. 여행을 안내하는 사람은 여행하는 동안 같은 시간과 공간에 있지만, 추억거리는 없다.

아이는 아빠를 그런 존재로 인식한 것이다. 아빠 입장에서는 많은 돈과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여행을 했는데, 추억할 만한 것이 없다고 하니 허망할 것이다. 아이와 마음을 나누지 않으면 추억이라는 것이 없다.

반대로 짧은 시간과 적은 돈을 투자해도 아이와 마음을 나눈다면,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다. 외적인 부분보다는 내적인 부분,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함께하는 시간이 짧더라도 마음을 다해서 아이들과 함께 마음을 나눌 수 있다면, 아이들은 부모의 그 마음을 자신의 마음에 가득 담을 것이다.

진심으로 아이를 대하고 사랑을 준다면, 아이는 그 사랑을 먹고 세상의 그 누구보다 행복한 삶을 누리며 살아갈 것이다. 오늘 우리의 아이들과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여행을 가는 것은 어떨까?

배태훈 다함께연구소장


▶배태훈(다함께연구소장)= 다음세대인 자녀와 부모가 모두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꿈을 꾼다. 다음세대 전문 사역자로 ‘다함께연구소(다음세대와 함께하는 연구소)’를 설립하여 의사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자녀교육, 부모교육, 부부교육 등을 연구하고 강의를 하고 있다. 아동청소년심리센터 HugMom 자문위원 및 칼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일기동화'(가이드포스트, 공저, 2017)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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