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태훈의 행복이야기] (16) 부모에게 가장 어려운 손님

배태훈 승인 2020.05.22 15:50 의견 0
다음세대인 자녀와 부모가 모두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꿈을 꾸는 배태훈 소장의 행복이야기

명절은 해마다 일정하게 지키어 즐기거나 기념하는 때로 오랜 관습에 따라 이루어진 날이다. 옛날에는 계절에 따라 좋은 날을 택해서 여러 가지 행사를 거행했는데, 이것이 시간의 흐르면서 명절이 되었다.

먹고 사는 것이 힘들었던 시대에는 명절만큼은 풍성하게 지내자는 생각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먹을 것이 풍족했다.

효를 중시했던 우리나라는 풍성한 명절에 어른들에게 인사를 드리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명절은 남녀노소에게 즐거운 날이었던 것 같다. 이렇게 명절은 대대손손 가족들이 모여 좋은 시간을 보내고 추억을 기억하는 시간인데, 요즘은 명절이면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언론을 통해서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이런 사건사고들의 대부분이 가족 내 관계의 갈등에서 비롯된 것을 알 수 있다. 명절이 되면 기분 좋게 술 한 잔씩 주고받으며 이런 얘기 저런 얘기가 오가다보면, 그동안 마음에 쌓여있던 것들이 폭발하는 경우가 많다.

또 어른들은 관심이라고 표현하지만 자녀들이나 젊은 세대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도 한다. 명절은 사랑과 행복이 가득한 날인데, 좋은 날이 도리어 부담이 되거나 껄끄러운 날이 되기도 한다. 오죽하면, 명절이 없어져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가장 가까운 가족임에도 이러한 관계의 갈등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기준에서만 생각하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기 때문이다. 배려(配慮)는 다른 사람을 도와주거나 나눠 주려고 생각하는 것이다.

배려하는 사람에게 마음이 열리는 것은 나를 향한 상대방의 마음이 나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사람들은 자기가 속한 단체나 그룹에서 말이나 행동을 할 때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고 배려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유독 가족에게는 최소한의 예의도 배려도 없는 폭언을 하거나 함부로 대한다.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특히 자녀에게 지나칠 정도로 함부로 한다. 자녀가 어린 아이든지 청소년이든지 젊은이든지 상관이 없다. 심지어 자녀가 오육십 세가 넘었다고 하더라도 예외가 되지 않는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부모가 자녀를 다른 인격체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의 분신이나 소유물로 생각하기 때문에 부모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엄연히 부모와 자녀는 다른 인격체임에도 그 다름을 인지하지 못하는 부모가 많다. 부모와 자녀가 갈등이 있는 경우에 많은 부모들이 “내가 부모인데, 내 자식한테 그 정도 말도 못해? 다 저 잘되라고 하는 소리지.” 라고 이야기한다. 자녀의 모든 것을 간섭하고 부모의 통제권 안에 두려고 한다.

자녀가 어릴 때는 어느 정도 간섭과 통제도 필요하다. 하지만 부모의 역할은 자녀가 성인이 되기까지 온전하게 자랄 수 있도록 보호하고 양육하는 것이다. 한 인격체로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도록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을 지는 어른이 되도록 돕는 것이다.

그런데 자녀를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부모는 자녀의 모든 결정을 자신이 쥐고 간섭하려고 한다. 로봇처럼 부모가 입력하면 자녀는 그 입력한 대로 생각하고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릴 때는 부모에 비해 자녀가 지극히 약자이기 때문에 관계의 불평등이 있더라도 어쩔 수 없이 따라간다. 힘이 없는 나라가 불평등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강대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불평등 조약’처럼 말이다.

하지만 자녀가 청소년이 되면, (아이들마다 그 차이들이 있다.) 부모를 상대로 조금씩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부모에게 이제는 자신도 다른 인격체라는 것을 알리는 것이다.

그 시기에 부모가 계속 자녀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자녀와 대립하면 자녀는 부모와의 관계를 불편하게 여기고 거리를 두거나 강력한 반항과 투쟁으로 부모를 이기려고 한다. 그렇게 해야 자녀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는 자신의 통제권에서 벗어나려는 자녀를 붙잡기 위해서 더 강력하게 대응하겠지만 그럴수록 그 관계는 멀어진다.

이런 관계가 성인이 될 때까지 해소되지 않아서 어느 날 걷잡을 수 없는 상황까지 벌어지게 된다. 세월이 흐른 뒤 자녀들이 성장하고 또 새로운 가정을 이루게 되었을 때가 와도 우리 가정에 행복의 꽃이 피어있기를 원한다면, 자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하자. 자녀는 어쩌면 부모에게 가장 어려운 손님일지도 모른다.

배태훈 다함께연구소장

▶배태훈(다함께연구소장)= 다음세대인 자녀와 부모가 모두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꿈을 꾼다. 다음세대 전문 사역자로 ‘다함께연구소(다음세대와 함께하는 연구소)’를 설립하여 의사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자녀교육, 부모교육, 부부교육 등을 연구하고 강의를 하고 있다. 아동청소년심리센터 HugMom 자문위원 및 칼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일기동화'(가이드포스트, 공저, 2017)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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