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부왕] 척 피니, 빌 게이츠를 움직인 ‘재산의 99% 기부’

이경여 승인 2020.02.11 09:45 의견 0


찰스 프란시스 척 피니 [사진출처=척 피니 인스타그램]

빌 게이츠, 워렌 버핏, 저커버그, 마윈 등 해외에는 기업을 운영하며 부를 축적한 많은 ‘위대한 기부자’가 줄을 잇고 있다. 기업 경영으로 쌓은 부의 사회 환원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있는 ‘글로벌 기부왕’들을 소개한다.[편집자주]


[나눔경제뉴스=이경여기자] “사람들이 저에게 행복이 무엇이냐고 묻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을 도울 때 행복하고, 돕지 않을 때 불행합니다.”

미국의 위대한 사업가이자 기부왕으로 유명한 찰스 프란시스 척 피니(Charles Francis Chuck Feeney)가 기부에 대한 소신을 밝힌 말이다. 피니는 빌 게이츠 등 글로벌 기부왕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친 ‘모범 답안’이다.

피니는 1931년 미국 뉴저지에서 아일랜드 이민 노동자 아들로 태어났다. 코넬대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전쟁에서 공군으로 복무한 경험을 살려 미 군함에서 면세 술을 팔았다.

군대에서 사업 경험을 살려 1960년 29세에 대학친구들과 같이 면세점을 창업했다. 면세점은 폭발적 성장을 기록해 1988년에는 약 1조 5,000억 원(13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했다. 포브스는 그해 발표한 부자 순위 23번째에 피니의 이름을 올렸다.

피니는 1997년 면세점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법정 분쟁에 휘말렸다. ‘뉴욕 컨설팅 회사’라는 이름으로 15년 동안 2,900회 동안 40억 달러(4조 4천억 원)이 지출된 것이다. 재산 은닉 의혹을 받던 ‘비밀 장부’는 기부를 기록한 ‘선행 장부’로 밝혀졌다. 1982년 애틀랜틱 재단을 세우고 세계 각국에 기부했던 것이다.

피니의 초기 기부활동은 모교인 코넬대학교와 모국인 아일랜드에 집중됐다. 이후 베트남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개발도상국 어린이들을 위해 수술비를 제공하고, 전염병 퇴치를 위해 거액을 지원했다.

수 많은 곳에 기부했지만 그는 이름이 거론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이름이 밝혀지면 기부를 그만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니는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돈은 매력적이지만 그 누구도 한꺼번에 두 켤레의 신발을 신을 수는 없다”고 말하곤 했다. 재산의 4분의 3을 기부한 철강왕 카네기처럼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기를 원했다. 85세이던 2016년 말, 코넬대학에 700만 달러를 끝으로 살아 있는 동안 전 재산을 기부한다는 약속을 지켰다.

그의 기부에 대해 프랑크 로즈 코넬 대학 명예총장은 “전 세계의 대학 총장들은 매일 무릎을 꿇고 앉아 척 피니를 만난 것에 대해 하나님에게 감사드려야 한다”고 말했고, 버티 어헌 아일랜드 국무총리는 “척 피니는 아일랜드의 교육과 연구에 아주 중요하고 두드러지며 폭넓은 공헌을 했으며, 북아일랜드의 평화 협정 진전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는 모든 재산을 자선사업에 기부하고 현재 평범한 월세 아파트에서 여생을 보내고 있다. 1만 4,000원짜리 손목시계를 아직도 차고 다니며, 버스와 비행기 이코노미석을 이용한다.

그는 평소 “부(富)는 다른 사람을 돕는 데 사용해야 한다”며 부자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강조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피니가 나의 롤 모델이다. 그에게서 자극을 받아 자선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워렌 버핏도 “피니는 나와 빌 게이츠의 영웅이다. 그는 모두의 영웅이어야 한다”며 경의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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