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누구를 위한 ‘보험 비교 서비스’ 인가

"보험업계, 핀테크 밥그릇 싸움에 소비자는 실종"

정영선 승인 2023.09.15 06:22 의견 0
나눔경제뉴스 정영선 기자


[나눔경제뉴스=정영선 기자] “보험상품 정보를 바탕으로 이용자인터페이스(UI), 비교분석 알고리즘을 짜야 하는데, 내년 1월 전까지 마무리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준비하는 한 핀테크 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는 핀테크사 앱에서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비교하고 가입까지 할수 있는 서비스다.

이 온라인 플랫폼이 출시되면 소비자들은 여러 보험사 앱을 접속하지 않고 네이버와 토스, 카카오페이 등을 통해 휴대폰 터치 몇 번 만으로 보험 상품을 비교하고 가입할 수 있다.

보험상품에 대한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져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보험에 가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당국과 보험·핀테크 업계는 이 온라인 플랫폼 출시를 내년 1월로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런데 서비스 추진 과정에서 API 방식을 두고 보험업계와 핀테크 업계가 갈등을 빚고 있다.

API는 플랫폼사가 보험회사로부터 제공받는 보험료·특약 등의 데이터라고 할 수 있다.

보험업계는 정보 통신 규격을 하나로 통일화한 방식인 ‘표준 API’ 도입을 원하지만, 핀테크업계는 회사별로 다른 정보 전송 방식을 쓰는 ‘개별 API’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표준 API’는 보험료·특약과 같은 정보의 종류·개수 등을 하나로 통합해 놓고, 핀테크사가 이를 요청하면 이 값을 그대로 전송하는 방식이다. 보험사와 핀테크사가 전산을 따로 구축할 필요가 없어 비용을 아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핀테크업계는 ‘표준API’를 사용한 경우 모든 플랫폼에서 똑같은 정보를 바탕으로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해 차별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은 이달 중 업무협약을 통해 최종 API방식을 정할 예정인데 막판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이 같은 갈등이 지속될 경우 플랫폼 출범 자체가 늦춰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실상 갈등의 근본 원인은 밥그릇 싸움이다. 보험업계는 이 서비스 가입자가 늘어나게 되면 자칫 빅테크 시장에 보험업권이 종속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핀테크업체 쪽은 금융산업으로 발을 넓혀 수익모델을 창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기들의 이익만 생각할 뿐 소비자 편익은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누구를 위한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개발인지 의심이 든다.

양측 간 갈등이 지속 된다면 피해를 보는 건 결국 소비자일 것이다. 양측 업체들이 밥그릇 싸움에만 치중함에 따라 ‘소비자 편익 증대’ 라는 순기능보다 오히려 서비스 신뢰성·완성도 저하 등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피해만 양산할 수 있다.

양쪽은 자기 이익보다는 소비자 편익을 최우선시하고 서로 한발씩 양보하며 동반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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