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손태승 회장 용퇴가 남긴 숙제

차기 회장, 분위기 쇄신과 조직 안정 부담

정영선 승인 2023.01.20 08:00 의견 0


[나눔경제뉴스=정영선 기자] "우리금융 회장 연임에 나서지 않겠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지난 18일 "세대교체를 위해 용퇴하겠다"며 연임 도전을 포기했다. 최근 금융권 수장들이 연임을 포기하고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세대교체 바람에 동참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잇단 금융수장들의 용퇴 뒤에는 금융당국이 직·갑적인 영향을 줬다는 시각이다.

손태승 회장은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이 우리은행장 시절 발생한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사태와 관련해 중징계인 문책 경고를 확정했다.

금융사 임직원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을 경우 연임이 불가능하다. 게다가 금융당국은 손 회장의 연임 도전을 두고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는 등 우회적으로 거취를 압박했다.

결국 손회장은 본인도 문제이지만, 자신이 속한 우리금융그룹에도 부담이 될 수 있어 대승적 결단을 내렸다.

그러나, 금융 수장들이 용퇴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불씨를 안고 있다.

손태승 회장은 우리은행과 함께 금융당국의 징계 처분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의 행정처분을 받아들였을 때 자칫 라임펀드 투자자에 대한 배상 규모가 늘어날 수 있는 등 충격파가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차기 우리금융지주 회장 자리는 자칫 ‘독이 된 성배’가 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차기 회장은 당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라임 관련 소송을 포기해야 한다. 이 경우 내부의 거센 반발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소송을 진행하다 보면 금융당국과의 껄끄러운 관계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손회장의 용퇴는 차기 회장에게는 출발과 함께 어수선한 분위기 개선을 위한 조직 쇄신, 당국과의 관계 회복 등 숙제가 주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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