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채리 기자
[나눔경제뉴스=전채리기자]
2018년 봄 기자는 5년여만에 미국에 갔다. 옛날에는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다. 하지만 요즘은 5년이면 강산이 변할 정도로 빠른 변화를 새삼 실감한다.
미국 시애틀 공항에 있는 다양한 승차장 안내 표시 [사진=전채리 기자]
당시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뉴욕 공항을 이용했는데 세 곳 모두 한국에는 없는 승차장이 있었다. 바로 앱을 기반으로한 공유차량 승차장이다. 시애틀 공항에서 우버를 타고 에어비앤비 숙소로 향했다. 짐을 풀고 가장 먼저 간 곳은 다운타운에 위치한 아마존 무인매장 ‘아마존고’다. 사려던 물건을 가방에 넣었다 뺐다, 매장을 수 바퀴는 돈 것 같다.
그 때 강하게 든 생각은 “한국이 IT강국이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구나” 이었다.
그리고 같은해 10월 타다가 우리나라에 출범했다. 승차 거부나 난폭운전이 없고 승객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는 점을 내세워 빠른 시간에 인기를 모았다. 기존 택시보다 넓은 승합차에 쾌적하기까지 했다.
타다는 출시 1년만에 가입자 170만명을 기록했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타다의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지난해 10월 타다가 서비스 전국 확대를 위해 2020년까지 운행차량을 1만대로 확대하겠다는 발표를 한 직후 택시기사들은 타다 퇴출을 요구했다. 개인택시기사 1만여명이 여의도 국회 앞에 모여 '타다 아웃(OUT)! 상생과 혁신을 위한 택시대동제'라는 집회를 열었다.
그리고 지난 12월 타다가 문자를 보냈다.
“타다를 응원해주세요. 타다는 피곤한 직장인들에게, 부모님을 모시고 이동하는 아들딸에게, 반려동물과 병원을 찾는 애견·애묘인에게, 장애인과 교통약자에게, ‘이동의 기본’이라는 당연한 권리를 잊고 살았던 우리 모두의 일상에 의미있는 서비스입니다.” 이 메시지와 함께 전달된 링크를 누르면 이른바 ‘타다 금지법'을 반대하는 지지 성명 페이지로 연결됐다.
이후 이 서명운동에는 이용자 7만7000여명과 드라이버 1500여명이 참여했다.
오늘을 마지막으로 내일부터 타다는 사라진다.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된지 약 한 달만이다.
'타다 금지법'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개정안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11인승 이상 15인승 승합차를 대여할 때 관광 목적으로 대여시간이 6시간 이상인 경우에만 운전자 알선이 허용된다. 대여 또는 반납 장소도 공항이나 항만으로 제한된다.
타다의 퇴장이 쓸쓸한 이유는 단순히 더이상 쾌적한 차를 탈 수 없어서가 아니다. 국회의 문턱에 가로막혀 혁신이 좌절됐기 때문이다. 총선을 앞두고 택시표를 의식했다는 찜찜함도 남아있다.
택시만을 위한 법이 아닌 새로운 법 개정이 필요
2014년 우버를 시작으로 국내 모빌리티 산업은 택시 업계 반대에 부딪혀 정체되어 있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 국토부는 '타다 금지법'이 아닌 '모빌리티 혁신법'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택시를 활용하지 않는 '기사 포함 렌터카 서비스'도 플랫폼 운송사업 형태로 운영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최종 법안은 렌터카 형태는 허용하지만 일상적인 운송은 금지하고 있다. 타다는 주로 일상생활에서 이용하는 서비스다.
이 때문에 현실에서 타다가 영업을 이어가려면 기여금을 내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개인택시 면허는 8000만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타다 차량 1500대를 유지하려면 1200억원이 필요한 셈이다.
즉 택시 면허를 사서 사업을 하면 합법적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모빌리티 스타트업을 택시 회사로 만드는 꼴"이라는 비아냥도 나왔다.
여기에다 4·15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택시기사 표심을 의식했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여야가 총선을 앞두고 택시업계와 같은 집단 유권자의 눈치를 본다는 지적이다.
이와 동시에 총선 후보들은 모두 혁신과 경쟁력을 외치는 공약을 내걸고 있다. 이곳 저곳에서 한국형 실리콘밸리를 만들겠다고 한다. 또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힘쓰겠다고 소리친다. 제도권 안으로 편입시키는 방법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면 과연 누가 누구를 믿고 혁신을 일으키겠다고 나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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