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0분, 아이와 마음나누기](13)일기 선택하기

배태훈 승인 2021.11.25 09:17 의견 0

[하루 30분, 아이와 마음나누기](13)일기 선택하기


[나눔경제뉴스=배태훈 다함께연구소장] 일기동화 쓰기의 방법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먼저, 동화를 쓰기 위해서는 글감이 있어야 합니다. 일기동화는 일기를 토대로 쓰기 때문에 글감을 선택이 곧 일기 선택입니다. 일기동화의 시작은 일기 선택입니다. 어떤 일기를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일기동화의 분류가 달라집니다. 일기의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일기동화도 다양하게 나올 수 있습니다.

일기를 선택할 때는 부모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있고, 자녀가 스스로 자신의 일기를 보면서 동화로 쓰고 싶은 것을 고르게 하면 됩니다. 이때 자녀에게 몇 가지 코멘트 정도만 해주면 됩니다.

“일기 중에서 동화로 쓰고 싶은 것을 골라봐.”

“동화를 쓰는 것이기 때문에 줄거리가 있는 일기면 좋을 것 같아.”

“정말 기억에 남는 일이나 재미있었던 일이면 더 좋을 것 같아.”

일기동화는 자녀가 주인공으로, 자신의 삶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로 동화이야기로 꾸며 가는 것이기 때문에 부모의 생각보다는 아이의 선택과 판단에 더 많은 비중을 두는 것이 좋습니다.

단 동화를 쓰는 것이기 때문에 줄거리가 있는 일기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는 말을 하면 됩니다. 처음 일기동화를 쓸 때는 동시일기나 독서일기보다는 여행일기, 기행일기, 생활일기처럼 자녀의 삶에서 경험한 일들을 중심으로 기록한 일기가 좋습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일어난 일들을 생각하면서 쓰는 것이 다른 일기보다 쉽기 때문입니다.

아래는 큰아이가 골랐던 일기입니다.

<2012년 3월 28일 수요일 날씨 날씨도 봄! 마음도 봄!>

제목: 안경 쓴 날

월요일에 나는 안경 집에 가서 눈 검사했더니 0.3이 나왔다. 나는 안경 0.7꺼를 샀다. 테두리는 검정이다. 할머니는 안경이 끼고 싶었는데 할머니의 할머니가 않사주어서 수수깡으로 안경을 만들어 끼고 다녔다. 아빠는 안경 끼는 사람들이 멋있어 보여 일부러 TV를 앞에서 보고 책을 어두운 곳에서 보았다고 이제 후회를 했을 것 같다고 생각된다.

내가 안경을 써보니 완전, 대박, 엄청, 많이 불편하다. 잠 잘 때 빼, 씻을 때 빼, 뺏다 꼈다. “하지마!”를 아빠가 자주하는 말이다. 휴 정말 힘들다. 눈도 껌벅껌벅 거린다. 하품도... zzz 엄청 졸리다. 하아아아아~ 암 드르렁쿨 드르렁 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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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이가 처음 안경을 쓰게 된 날, 안경 때문에 일어난 일들과 자신의 생각이 담긴 일기입니다. 아이의 인생에 있어서 큰 변화가 있는 날이었기 때문에 기억에 많이 남는 날이었을 것입니다.

또한 안경에 얽힌 할머니와 아빠의 옛 이야기까지 들으면서 안경에 대한 자신의 솔직한 마음이 들어 있습니다. 안경을 처음 쓴 사건을 동화로 쓴다는 것은 아이의 인생에 기억에 남을 만한 일이 될 것입니다.

이 일기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시작으로 집과 안과, 안경집, 그리고 다시 집으로 이동 경로가 확실하게 구분되어 있어서 자연스럽게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각 장소별로 동화를 쓸 수 있기에 쉬운 일기입니다.

<2012년 4월 14일 토요일>

제목: 청설모 잡기

아침 일찍 일어나 배를 타고 남이섬에 들어갔다. 거기 잔디밭이 있었는데, 청설모가 엄청나게 많았다. 청설모를 잡기 위해서 아이들을 모았다. 그러면서 막 뛰어다녔다. 그리고 함정도 만들었다. 청설모가 너무 빨라서 못 잡았다. 그래서 서운하다. 다음 번에 와서 꼭 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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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기는 남이섬에 놀러가서 있었던 일을 쓴 일기입니다. 짧은 일기지만 청설모가 중심이 되어 일어난 일을 기록했기 때문에 동화를 쓰기에 어렵지 않았습니다. 남이섬에 누구와 어떻게 갔는지, 남이섬에 도착해서 시간별로 일어난 일들을 나열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일기의 중심인 청설모를 보게 되면서 일어난 일들을 쓸 수 있습니다. 동화로 쓸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있다면 보다 쉽게 일기동화 쓰기를 할 수 있습니다.

아래는 작은아이가 고른 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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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30일 수요일, 맑음>

제목: 곤충병원을 열다

처음으로 곤충병원을 열였다. 교감선생님이 보시고 사마귀는 가을에 알을 낳고 죽는다고 알려주셨다. 나는 점점 곤충병원을 하면서 곤충에 대한 걸 배우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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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1일 목요일, 맑음>

제목: 곤충병원 두 번째 날

오늘도 사마귀를 치료했다. 어제 사마귀 머리를 봤다. 좀 잔인했다. 우리 이모는 간호사다. 내가 자랑스럽다. 한솔이가 안해서 싫었다. 난 이제부터 곤충을 더 사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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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아이가 1학년일 때 가을운동회를 앞둔 날, 이틀 연속 곤충병원에 대한 이야기를 쓴 일기를 골랐습니다. 이렇게 연속적인 일기를 고르는 것도 좋습니다.

그만큼 아이에게 이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 일이기 때문에 일기동화 쓰기를 하면서 할 말도 많았습니다. 당시 곤충병원을 하면서 도서관에서 곤충에 관한 책들을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일기를 골랐다면, 일기를 그대로 옮기는 일이 필요합니다. 컴퓨터 작업이 용이하긴 하지만, 엄마아빠가 동화쓰기 노트를 만들어서 아이의 일기를 그대로 적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배태훈 다함께연구소장(아동청소년상담심리 허그맘 자문위원)

▶배태훈(다함께연구소장)= 다음세대인 자녀와 부모가 모두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꿈을 꾼다. 다음세대 전문 사역자로 ‘다함께연구소(다음세대와 함께하는 연구소)’를 설립하여 의사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자녀교육, 부모교육, 부부교육 등을 연구하고 강의를 하고 있다. 아동청소년심리센터 HugMom 자문위원 및 칼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일기동화'(가이드포스트, 공저, 2017)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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