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포커스]금융그룹, 역대급 실적에도 시선 싸늘…갈길 먼 ESG경영

3대 금융지주, 2020년 사상최고 실적
배당축소에 주주 이탈, 사모 펀드 사태 중징계

정희진 승인 2021.02.08 15:43 의견 0
지난해 금융그룹들은 역대급 실적을 거뒀지만 외부시선은 냉랭하다. [사진=각사 제공]


[나눔경제뉴스=정희진기자] 금융그룹들이 2020년 역대급 실적을 거뒀지만 외부 시선은 곱지 않다. 사상 최대 실적에도 주가는 부진하고, 탈석탄과 사회책임 등을 지향하며 ESG경영에 앞다퉈 나섰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그룹들은 지난해 코로나19의 예외적 상황에서 특수를 누렸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금융 당국의 배당 자제령과 각종 재제가 떨어지면서 ESG경영 점수가 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3대 지주 사상 최대 실적···주주들은 냉랭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는 대출증가와 주식, 부동산 열풍 등으로 지난해 각각 3조4552억원, 3조4146억원, 2조6372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3대 지주사 모두 창사이래 최대 실적이다.

KB국민은행의 지난해 원화대출은 295조원으로 전년(269조원)보다 9.9% 늘었고, 신한은행 대출 규모도 225조원에서 249조원으로 10.6% 증가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도 239조원으로 9.5%, 241조원으로 9.8%가 각각 증가했다.

개인투자자들의 주식열풍으로 계열 증권사들도 이익 폭을 키웠다. KB증권의 지난해 당기순이익(4256억원)은 전년(1677억원)보다 153% 이상 급증했다. 하나금융투자(4100억원)도 46.6% 증가했다. 신한금융도 신한카드(6065억원), 신한생명(1778억원), 오렌지라이프생명보험(2793억원) 등 비은행 계열사가 이익을 21.6% 더 늘렸다.

금융지주사 가운데 유일하게 순이익이 30.2% 감소한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다른 금융그룹과 달리 계열 증권사가 없어 개인투자 열기의 직접적인 수혜를 보지 못했다.

▶ KB금융그룹, 3년 만에 리딩그룹 등극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왼쪽)과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사진=각사 제공]

지난해 4대 금융지주 중 '리딩금융'은 KB금융그룹이었다. 신한·하나·우리금융 등이 사모펀드 사태에 발목을 잡힌 사이 이를 비켜갔던 KB금융은 3년 만에 신한금융을 제치고 1위 자리에 올라섰다.

이 두 회사의 순위가 바뀐 결정적인 요인은 사모펀드 사태와 충당금 적립 등으로 분석된다. 라임 운용 펀드 사태로 선제 보상 등에 따른 충당금 적립을 해야 됐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의 경우 연간 충당금 적립액은 1조3906억원이다. KB금융은 신한보다 3500억원 적은 1조434억원이다.

KB금융은 4대 금융 중 라임 펀드 사태 등 각종 펀드 사태에 연루되지 않아 관련 손실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결국 건전성관리 미흡과 금융소비자들의 신뢰에 금이 간것이 순위에도 영향을 미친 결과다. 더욱이 연루 은행의 최고경영자(CEO)가 감독당국으로 부터 우려했던 중징계 통지까지 받으면서 그간 공들여 왔던 ESG 경영에도 흠집이 생겼다.

▶ 일부 행장,회장 등 당국 징계 줄이어

금융위원회의 ‘배당 성향(순이익 중 주주배당금 비율) 20% 이내’ 권고에 따라 주당 배당금이 오히려 16~20% 줄면서 주주들의 불만과 이탈이 고조되고 있다.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실적발표와 함께 20%로 배당성향을 확정했고,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장고끝에 결정을 미뤘다.

여기에 금융감독원은 최근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태의 책임을 물어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에겐 '직무정지'를, 진옥동 신한은행장에게는 '문책경고'의 중징계 제재안을 사전 통보했다.

금융사 지배구조와 후계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도 주의적 경고 통보를 받았다.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은 징계를 점치는 관측도 있다.

특히, 국민연금 수탁위(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이달 중 회의를 열어 4대 금융지주와 포스코, CJ대한통운, 삼성물산 등 7개사에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할지 여부를 검토해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에 보고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실적은 눈으로 나타나는 재무성과 뿐만아니라 CEO의 리더십, 기업윤리, 준법의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온다"면서, "향후 ESG경영 성과에 따라 금융그룹의 판도는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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