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태훈의 행복이야기] (30) 우리 부부는 왜 이렇게 싸우는 걸까?

배태훈 승인 2020.09.09 16:43 의견 0
다음세대인 자녀와 부모가 모두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꿈을 꾸는 배태훈 소장의 행복이야기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2018년 혼인건수는 25만 7600건이고, 이혼건수는 10만 8700건으로 나타났다. 결혼 한 부부 중 약 42% 정도에 해당하는 것이다.

연령별 이혼율은 남자나 여자 모두 40대가 많았다. 결혼생활의 위기가 남녀 모두 40대에 찾아오는 것으로 나났다. 20년 이상 혼인을 지속하다 하는 이혼이 전체의 33.4%로 가장 많았지만, 결혼 생활 4년 이하 이혼도 21.4%나 됐다.

결혼해서 행복한 가정을 원하지만, 가정을 유지하는 것조차 힘든 경우들이 많다.

부부간에 얼마나 대화를 하는가?

주로 어떤 이야기를 하는가?

강의를 하면서 이런 물음을 던지면, 하루에 대부분 1시간 미만이고 30분 미만도 상당수 되었다. 하루에 한두 시간 정도 대화하는 부부는 소수였다.

주로 하는 이야기는 자녀들의 이야기였고, 집안이야기였다. 부부의 개인적인 삶을 나누는 시간은 극히 적었다.

부부가 자신의 감정 상태를 표현하고, 푸는 시간이 없이 마음 한 구석에 쌓아놓는다. 그러다 감정적으로 힘든 상황이 오면, 다투게 된다.

한쪽이 너무 감정을 쏟아내면, 상대방은 반복되는 상황에 지쳐버린다. 가장 가까이 살고 있는 부부지만, 감정적으로 점점 멀어진다.

서로의 아픔과 상처를 전혀 모른 채 살아가는 부부도 있다. 아픔과 상처를 알아도 그것을 품어주고 감싸주지 못하고, 오히려 더 깊은 상처를 주기도 한다.

연애하는 동안에는 서로 떨어지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개인이 감정 상태를 조절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생긴다. 하지만 결혼생활은 같은 시간과 공간에 있기 때문에 감정 상태가 좋지 않는 것이 그대로 상대방에게 전달되고, 또 영향을 받기도 한다.

이럴 때 서로의 아픔과 상처, 그리고 감정 상태를 공유하는 부부는 상황을 이해하기 때문에 서로의 마음을 공유한 부부보다 부딪힘이 적다.

혹 다툼이 있더라도 크게 번지지 않고, 화해하는 것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서로의 감정 상태를 모르는 부부는 서로에게 쌓인 골의 깊이가 깊어지고, 큰 싸움이 일어나기도 하고 생활하는데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거리만 유지한 채 무미건조한 결혼생활을 하게 된다.

많은 부부가 서로에 대해서 잘 안다고 하지만, 정말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아픔이나 상처를 배우자에게 드러내지 않는다.

그래서 자신의 말이나 행동 때문에 상대방이 상처를 받지만, 상대방이 상처를 받았다는 것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다. 상대방은 말은 못하고, 속으로 앓다가 감정이 좋지 않을 때 화를 내기도 한다. 이런 상황들이 계속 되풀이 되는데, 같은 문제로 갈등을 겪고 싸움을 반복한다.

다툼이 반복되고 함께한 시간들이 늘어나면 서로의 약점을 알게 된다. 그리고 싸움이 일어나면 상대방의 상처들을 공격한다. 불난 집에 부채질하듯 비난하고 공격한다. 이렇게 되면 더 격하게 싸울 뿐이다.

누구나 아픔과 상처가 있다. 하지만, 어떤 이는 아픔과 상처를 치료하고 더 나은 삶을 살고 있고, 어떤 이는 아픔과 상처를 마음에 품고 산다.

사람들 대부분이 아픔과 상처를 드러내고 치료하는 것보다 마음에 품고 산다. 가장 가까운 가족(부모, 형제자매, 부부, 자녀)에게 아픔과 상처를 터놓고 이야기하는 경우는 드물다.

우리 부부도 결혼 초부터 다툼이 많았다. 잘 살기 위해서 서로 잘 맞추려고 노력했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잘 되지 않았다.

나는 인정받는 말에 민감하다. 어린 시절부터 인정받는 말에 목말랐기 때문이다. 아내가 가끔씩 내가 하는 말이나 행동에 빈정거리는 듯한 반응을 보이면 감정이 폭발했다. 언제 어디서나 비슷한 상황이 되면 싸우게 됐다.

2014년부터 2015년까지 만 2년 동안 제주도생활을 하면서 아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비슷한 것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하게 되고, 어느 날 서로 어린 시절의 아픔과 상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게 됐다.

그날, 우리 부부는 참 많이 울었다. 10년을 같이 살았는데, 아내에게 이런 아픔과 상처가 있다는 걸 전혀 몰랐다. ‘아~ 그래서 아내는 그런 상황에서 그렇게 반응을 했던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아내 역시 나의 이야기를 듣고 같은 이야기를 했다. 그 이후로 우리 부부는 정말 드러내기 싫은 것까지 이야기하며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서로의 아픔과 상처를 알고 나니 비슷한 상황이 되었을 때, 상대방의 상태를 이해하게 되고 화를 내기보다는 함께 그 마음에 공감하는 말과 행동을 하게 됐다. 그러니까 다툼이 많이 줄고, 다툼이 있더라도 쉽게 화해하게 됐다.

사랑해서 결혼했는데, 왜 우리 부부는 이렇게 답답하고 싸우는 것일까? 만약 그 이유가 서로의 아픔과 상처 때문이라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서로 품어주면 어떨까?

배태훈 다함께연구소장


▶배태훈(다함께연구소장)= 다음세대인 자녀와 부모가 모두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꿈을 꾼다. 다음세대 전문 사역자로 ‘다함께연구소(다음세대와 함께하는 연구소)’를 설립하여 의사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자녀교육, 부모교육, 부부교육 등을 연구하고 강의를 하고 있다. 아동청소년심리센터 HugMom 자문위원 및 칼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일기동화'(가이드포스트, 공저, 2017) 등 다수가 있다.

저작권자 ⓒ 나눔경제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