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태훈의 행복이야기] (3) 초등학교 입학하면, 애는 누가 돌보지?

배태훈 승인 2020.02.20 10:15 의견 0
다음세대인 자녀와 부모가 모두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꿈을 꾸는 배태훈 소장의 행복이야기/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부모가 아이를 양육하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두 동감할 것이다. 특히 맞벌이하는 부모는 더 힘이 든다. 회사에, 집안일만으로 벅찬데 아이까지 키워야 하니 그야말로 슈퍼맨과 슈퍼우먼이 되어야만 한다. 우리 부부도 그랬다.

아침마다 큰 아이는 아내가 맡고, 작은 아이는 내가 맡아서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보냈다. 아침마다 자고 있는 작은 아이를 이불로 돌돌 말아서 아파트 1층 어린이집 원장님에 맡기고 서둘러 출근했다. 작은 아이는 이때를 기억한다. 30개월 정도 됐을 때인데 말이다.

어쩌다 어린이집 원장이 조금 늦는 날이면, 발을 동동 구르면서 원장에게 전화를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모른다. 그때를 생각하니 지금도 눈물이 핑 돈다. 아내가 퇴근시간이 일정했던 덕분에 큰 아이와 작은 아이를 차례대로 데리고 와서 그나마 나의 퇴근길은 순조로웠다.

가끔 아내가 일이 늦어지는 날이면 아이들은 저녁 늦은 시간까지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있어야 했다. 늦은 시간 얼마 남지 않은 아이들 속에서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를 볼 때면 아내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다른 맞벌이 부모들도 다 같은 마음이다. 그나마 이런 일도 아이들이 어린이집과 유치원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초등학생이 되면 이른 방과 후 아이들의 오후시간을 돌봐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큰 아이가 7살 되던 해 여름부터 우리 부부의 대화중에 단골로 등장한 주제는 바로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누가 돌보냐는 문제였다. 이건 우리 부부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부모들은 비슷한 대화를 할 것이다. 맞벌이 부모의 최대 고민이다. 이 문제에 대한 정답은 없다. 각 가정마다 처한 상황이 저마다 다르니까.

우리 사회가 이런 고민 없이 아이들을 키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현실이 그렇지 못하니까, 그 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한다. 부모의 지혜가 필요한 시기다.

큰 아이에게 물으니 하교 후에 집에 혼자 있는 게 싫다고 했다. 우리가 퇴근하기 전까지 학원에 보낼 생각도 했지만, 우리는 학원을 보내지 말자고 의견을 모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다가 6개월 이상 고민한 끝에 우리 부부는 큰 결정을 내렸다. 둘 중에 한 사람이 아이를 돌보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2011년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요즘처럼 아빠도 육아휴직을 할 수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해 본다. 물론 지금도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는 아빠가 그리 많지 않는다.

우리 부부가 이런 선택을 한 것은 자녀양육의 가치관이 일치했기 때문이었다. 부부의 생각이 하나로 맞춰지지 않았다면, 이런 결정을 내리지 못했을 것이다. 오랜 시간 이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아이들에게, 우리에게 어떻게 하는 것이 더 좋을까, 무엇이 중요한 가치일까 고민을 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만약 우리가 서로 다른 것에 행복의 가치를 두고 있었다면, 그렇게 선택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아빠의 자녀양육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모든 것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서툰 점도 있고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나는 나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만족했다.

특히 아내는 출근시간에 아이를 챙기지 않아도 되니 아침 시간에 여유가 생겼다. 아이들도 아침에 충분한 잠을 잘 수 있었다.

나는 출근하지 않아도 되니 서툰 솜씨지만 아이들 아침밥을 준비하고 학교 갈 준비를 도울 수 있었다. 우리의 선택으로 힘들고 어려운 부분도 많이 있었지만,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가치 안에서 행복하고 만족한 삶을 누리게 되었다.

배태훈 다함께연구소장


▶배태훈(다함께연구소장)= 다음세대인 자녀와 부모가 모두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꿈을 꾼다. 다음세대 전문 사역자로 ‘다함께연구소(다음세대와 함께하는 연구소)’를 설립하여 의사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자녀교육, 부모교육, 부부교육 등을 연구하고 강의를 하고 있다. 아동청소년심리센터 HugMom 자문위원 및 칼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일기동화'(가이드포스트, 공저, 2017)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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