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NCC(카타르 국립컨벤션센터) 로비의 거미 조각상.가족애와 어머니의 사랑을 예술로 표현한 현대 조각의 대표적인 거미 작품 중 하나다.


[정기종 전 카타르 대사] 카타르 국립컨벤션센터(QNCC)는 2011년 개관한 다목적 건축물이다.

일본 건축가 아라타 이소자키의 작품으로 수도 도하의 랜드마크 중 하나가 되어 있다. 카타르 사막에서 자라는 시드라(Sidra) 나무줄기를 연상케 하는 굵은 기둥들이 건물을 바쳐주는 형상의 설계 디자인으로 역동감을 준다.

QNCC 로비에 들어서면 거대한 거미 조각상이 관람객을 맞는다. 프랑스의 유명 조형물 작가 루이즈 부르주아(Louise Bourgeois)의 작품이다.

프랑스어로 어머니라는 의미로 ‘마망(Maman)’이라는 일련의 거미 작품 중 하나다. 가족애와 어머니의 사랑을 예술로 표현한 현대 조각의 대표적인 거미 작품 중 하나로 한국을 비롯해 세계 여러 곳에 전시되어 있다.

프랑스에서 자라나 미국에서 활동한 여성 작가인 루이스 부르주아는 이것을 자신이 어머니에게 바치는 헌시라고 설명했다. "거미는 나의 찬사다. 어머니는 내 인생에서 가장 지혜로운 존재였다. 거미처럼 어머니도 장인이었다.“

조각상 옆에 붙은 작품 설명에는 작가가 어릴 때 태피스트리 가게를 하면서 늘 옷감을 짜던 어머니의 모습을 거미에 비유했다고 되어 있다.

실제로 그녀는 어린 시절 부친의 정서적 학대를 받고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랐다고 한다. 평론가는 부르주아가 자전적 서사와 감정의 구조를 탐구하는 조형 언어로 말했다고 설명한다.

QNCC 로비의 거미 조각상 설명.작가가 어릴 때 태피스트리 가게를 하면서 늘 옷감을 짜던 어머니의 모습을 거미에 비유했다.

일반적으로 거미는 호감을 주기보다는 꺼려지는 느낌을 준다.

영화 중에는 '반지의 제왕'과 같이 거대한 거미가 동물이나 인간까지 거미줄로 포획해 먹이로 삼는 장면도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오락물이나 공포물 영화지만 거미에 대한 선입견을 주는 데 일조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스파이더 맨'을 보면서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는 전혀 다른 이미지일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거미는 파리, 모기, 바퀴벌레 등 해충들을 잡아먹어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불우한 유년기를 보낸 부르주아를 지탱하게 해준 모친에 대한 애정의 선물인 거미조각 작품은 작가의 트라우마 치유과정이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흑역사로 부르는 고통스러운 과거 시간을 갖겠지만 이것이 자신을 다시 살리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고통에 매몰되거나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에서 더 빛나게 될 수 있다.

미국 빌보드 차트와 영국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한 '케이팝 데몬헌터스'의 주인공이 과거를 극복하는 과정도 그런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큰 공감을 얻고 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