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는 7월 24일 X-염색체 연관 저인산혈증(XLH) 치료제 ‘크리스비타’가 현재 소아 환자에 대해서만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고 성인 환자에게는 급여가 인정되지 않는 치료 접근성 차별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사진=(사)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나눔경제뉴스=최유나 기자]#.저인산혈증(XLH)은 희귀한 유전성 대사질환이다. 전 세계적으로 약 2만명 이하의 환자만 보고된 희귀 질환이다. 인산(phosphate)이 체내에서 적절히 재흡수되지 않아 혈중 인산 농도가 낮아지는 질환이다. 이로 인해 뼈의 형성과 성장에 문제가 생겨 골연화증, 골절, 성장장애 등이 나타난다.

유아기부터 증상이 시작되며, 지능이나 정신 발달에는 문제가 없다.과거에는 증상 완화를 위한 보존적 치료만 가능했지만, 현재는 표적 치료제(부로수맙: 상품명 크리스비타)도 개발되어 치료가 진전되고 있다.

치료를 잘 받으면 뼈의 변형이 완화되고, 성장 및 운동 기능 향상된다. 하지만 완치가 아니라 장기적 관리가 필요한 질병이다.

(사)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회장 김재학, 이하 연합회)는 지난 24일 X-염색체 연관 저인산혈증(XLH) 치료제 ‘크리스비타’가 현재 소아 환자에 대해서만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고 성인 환자에게는 급여가 인정되지 않는 치료 접근성 차별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연합회는 이번 진정에서 인권위에 ▲XLH 성인 환자들의 생명권·건강권 침해 여부 판단 ▲연령 제한 없이 평등권 보장 필요성 ▲건강보험 성인 급여 확대를 촉구했다.

또한 XLH 환자 및 보호자가 직접 작성한 탄원서 16부와 대표 청원인 자녀의 모교인 강원사대부고 총동문회의 진정서가 함께 제출되었다.

특히 한 탄원서에서는 크리스비타의 소아 급여로 인해 아이들은 효과를 매일 체감하고 있으나 몇 년 후 성인이 되는 아이들의 삶이 다시 고통으로 전환되는 상황이 우려된다고 호소하였다.

한 성인 환자는 탄원서에서 “20년간 여섯 차례의 정형외과 수술을 받아야 했고, 뼈를 절단하고 싶을 정도의 발목 통증으로 방에서 나가지 못한 날도 많았다. 무릎 통증이 심해 망치로 두들기면 덜 아플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며, “크리스비타의 성인 급여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아이들이 몇 년 후 저와 같은 두려움과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성장기에는 받던 치료를 왜 성인이 된 후에는 받을 수 없는 것인지 아이러니하다. 모든 성인 환자와 미래에 성인이 될 소아 환자를 위해 크리스비타의 성인 급여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크리스비타는 X-염색체 우성 유전 희귀질환인 XLH의 병태 생리학적 기전을 타겟으로 하는 최초이자 유일한 치료제다.

소아와 성인 모두에서 임상적 효과가 입증됐지만 국내에서는 2023년 만 18세 미만의 소아를 대상으로만 급여가 인정되어 성인 환자 치료는 어려운 상황이다.

해외 주요 국가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호주, 캐나다, 일본, 미국 등에서는 이미 크리스비타가 소아와 성인 모두에게 급여 적용되고 있다.

크리스비타를 소아 환자에만 선별 급여하는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극히 일부의 국가뿐이다.

2022년 크리스비타 급여화를 요구하는 국민 청원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로 회부됐으나 이듬해 급여 적용 기준이 ‘소아’로 제한되면서 청원의 당사자인 XLH환우회 박순배 대표의 20대 성인 자녀는 급여 혜택을 받지 못했다.

박 대표의 자녀는 크리스비타 투여 전 걷기도 어려워 늘 침대에 누워서 지냈고 기존 약의 부작용으로 부갑상선 절제술도 받았지만 크리스비타 투여 후 스스로 기립하여 보행이 가능해질 정도로 눈에 띄게 증상이 호전됐다.

이에 박 대표 가정은 딸을 살리겠다는 의지로 자가를 처분하면서까지 매달 1,000만 원에 이르는 고가의 치료비를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감당해 낼 수 있을지는 박 대표만의 고민이 아니다. 이는 모든 XLH 성인 환자와 가족의 공통된 고민이며 아픈 현실이다. 연령에 관계 없이 모든 XLH 환우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치료를 지속할 수 있도록 크리스비타 성인 급여화가 시급하다는 것이 연합회의 목소리이다.

이날 XLH 환자와 가족을 대표해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한 박순배 대표는 “XLH 성인 환자들은 치료제가 있어도 보험 급여 적용이 되지 않아 치료를 받을 수 없어 신체적·심리적 고통이 극심한 상황이다.

크리스비타를 투여하며 침대를 박차고 나와 보통의 일상을 꿈꾸게 된 우리 딸처럼 다른 성인 환자들도 누군가의 도움 없이 세상 밖으로 걸어 나올 수 있는 기회가 허락되도록, 연령에 따른 구분 없이 모든 XLH 환자들에게 건강보험이 적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연합회 김재학 회장은 “단순히 성인이라는 이유로 급여 대상에서 배제되는 것은 국민으로서 생명 권, 평등권을 박탈당하는 것이다"면서 "국가가 크리스비타 성인 급여 확대를 통해 모든 XLH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