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이란 단순히 눈동자가 향하는 방향을 넘어,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 체계입니다.
[배태훈 다함께연구소장]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완벽”이라는 말의 사전적 정의는 ‘흠 없는 구슬’이지만, 과연 이런 구슬이 존재할까요?
우리가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대상도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반드시 흠집이 드러납니다. 완전무결한 존재는 신화 속에서나 가능한 일입니다.
인간은 본질적으 로 불완전한 존재로 태어났으며, 이 불완전함이 오히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역설적인 특징입니다.
인간의 능력은 고르게 분포되어 있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언어에 뛰어나고, 누군가는 숫자와 친합니다. 예술적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운동 신경이 특출난 사람도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장단점’이라고 부르는 이 특성들은 사실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같은 특성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장점이 되기도, 단점이 되기도 합니다.
예컨대 신중한 성격은 때로는 우유부단함으로 비치고, 과감한 성격은 무모함으로 해석되기 일쑤입니다.
‘시선’이란 단순히 눈동자가 향하는 방향을 넘어,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 체계입니다.
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사람마다 다른 해석을 하는 이유는 각자의 시선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서 있는 위치, 경험, 가치관이 시선을 결정합니다. 따라서 진실은 절대적이지 않습니 다.
진실은 관찰자의 시선에 따라 상대적으로 변합니다. 이 점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타인의 시선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내면의 자유를 얻을 수 있습니다.
긍정 심리학이 강조하는 핵심은 ‘상황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시선을 바꾸는 것’입니다.
사랑에 빠졌을 때 분비되는 페닐에틸아민이 상대방의 모든 것을 아름답게 보이게 하듯, 우리 스스로에게 긍정의 시선을 갖는 순간 내부의 변화가 시작됩니다.
자신의 단점으로 여겼던 부분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면 독특한 개성으로 변모합니다.
외모, 재능, 성격 등 모든 요소는 시선의 각도에 따라 가치가 달라집니다. 시선에는 주의와 관심이라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무관심한 대상에게는 시선을 주지 않습니다. 따라서 누군가 나를 바라본다는 것은 그 자체로 관심과 주의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비판적인 시선조차도 ‘너를 주목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 점을 깨닫는다면, 부정적인 평가조차도 감사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깁니다.
우리가 타인의 시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까닭은 사회적 동물로서의 본능 때문일 것입니다. 원시시대부터 인간은 집단에서 배척당하면 생존이 위협받았습니다.
이런 본능이 오늘날에도 이어져 타인의 평가에 과도하게 반응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진정한 위험은 타인의 부정적 평가가 아니라, 자신의 시선을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나를 바라보는 가장 중요한 시선은 결국 나 자신의 시선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완벽을 추구하는 마음은 인간의 본성에 깊이 각인된 욕망입니다.
그러나 완벽주의는 역설적으로 불완전함을 더욱 부각시킵니다. 흠 없는 표면 아래에는 항상 균열이 도사리고 있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예술가들은 이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도자기에 금을 내어 아름다움을 더하 는 ‘킨츠기 기법’처럼, 불완전함 자체를 미학으로 승화시키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우리의 상처 와 결점은 우리를 유일무이한 존재로 만드는 특징입니다. 우리의 삶에서 시선의 힘은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막강합니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거울 속 모습조차도 실제 모습이 아니라 우리의 시선이 만들어낸 주관적 반영입니다. 자신을 못생겼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울에서 그런 모습만을 찾아내고, 자신을 아름답다고 믿는 사람은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합니다.
시선은 현실을 재구성하는 창조적 도구인 것입니다.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그 시선을 존중하는 균형이 필요합니다. 완전한 무관심은 이기주의로 흐르기 쉽고, 지나친 의존은 자아를 상실하게 만듭니다.
건강한 관계는 서로의 시 선을 교환하면서도 각자의 시선을 보존하는데서 나옵니다. 마치 두 나무가 가지를 뻗으며 공간을 나누듯, 우리도 타인의 시선과 공존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며 우리의 시선은 점점 더 분열되고 있습니다. 동시에 여러 화면을 바라 보며, 동시에 여러 정보를 처리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이는 집중력의 감소로 이어지고, 깊이 있는 사유를 방해합니다. 가끔은 모든 스크린을 끄고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내면의 시선을 단련하는 것은 외부 시선에 흔들리지 않는 정신적 근육을 키우는 일 입니다.
결국 완벽이란 우리의 시선이 만들어낸 환상에 불과합니다. 진정한 완벽은 불완전함을 포용하는데서 시작됩니다.
나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타인의 시선에도 열린 마음을 유지할 때, 우리는 완벽이라는 신화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