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예금자 보호의 딜레마

정영선 승인 2023.08.18 17:06 의견 0
[사진=정영선 기자]


[나눔경제뉴스=정영선 기자] “예금자 보호 조치를 더욱 두텁게 해야 합니다.”

최근 정치권에서 예금자 보호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를 반증하듯 현재 국회에는 예금자보호 강화 관련 개정 법안이 11건이나 발의돼 있다. 국회에서 이처럼 다수 법안을 발의할 만큼 예금자보호는 국민적 관심사다.

발의된 개정안 내용을 보면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과 금융안정계정 도입으로 크게 나뉜다.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은 예금 보험금의 한도를 경제성장률과 금융자산 증가율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나왔다.

금융회사가 부실화 됐을 때 보호 받지 못하는 예금이 많을수록 예금 인출은 가속화되고, 금융회사의 파산도 그만큼 앞당겨진다. 그래서 예금자보호 한도를 높이면 금융회사의 위기를 선제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예금자 보호한도 증액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예금자 보호한도가 높아지면 금융사들이 예금보험공사에 내는 예보료율이 인상되고, 이에 따라 금융사들이 소비자에게 대출금리를 높이는 식으로 예금보험료 부담을 떠넘길 것이란 지적이다.

또, 예금보호 한도 상향이 예금자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해 금융기관의 위험선호 행동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예금자는 자신의 예금이 안전하다는 생각에 금융사 감시 유인이 사라지고 오히려 고금리를 요구해, 금융사의 고위험추구라는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게 된다는 것이다.

금융위와 예금보험공사가 추진 중인 ‘금융안정계정’ 도입도 난항을 겪고 있다. 위기 선제 대응책으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재원 마련 등에서 반대 의견에 부딪치고 있다.

누가 얼마만큼 부담하고, 누가 금융 위기 시점인지 판단할 것인지를 따져 봐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에 상정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은 금융안정계정 재원으로 필요시 기존 예보기금 내 계정으로부터의 차입금, 보증료 수입금, 예보기금 채권 발행 등을 통해 충당하게 돼 있다. 이를 해외 사례처럼 예보기금 뿐만아니라 정부 재정, 한국은행 차입 등을 추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은행과 저축은행 예금자 보호를 똑같이 하는 게 맞는지, 책임 없이 모든 리스크를 국가가 부담하는 것이 경제 논리상 맞는지를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이제, 예금자보호 관련 논의는 국회로 넘어갔다. 예금자보호법 개정안 검토 과정에서 보호와 책임 사이의 딜레마적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 뱅크런 차단을 위한 바람직한 예금자보호 제도 개선을 위해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때다.

저작권자 ⓒ 나눔경제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