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융 사외이사 ‘거수기’ 고리 끊어야

이사회 활동 사항 등 객관적인 지표 활용해야

정영선 승인 2023.03.17 09:00 의견 0
나눔경제뉴스 정영선 기자


[나눔경제뉴스=정영선 기자] 금융지주의 올해 정기 주주총회가 오는 17일 BNK금융지주 시작으로 본격 스타트한다. 올해는 특히 금융지주 회장과 행장, 사외이사 선임 등 굵직한 사안들이 적지 않다.

주총 시즌만 되면 약방의 감초처럼 나오는 기사가 있다. 바로 금융사 사외이사들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사외이사들이 언론의 도마위에 올랐다. 내부통제에 실패한 지주 CEO들이 일제히 교체된 가운데 견제·감시를 제대로 못한 사외이사들이 연임 후보에 올랐기 때문이다.

금융사 사외이사들은 관료·법조계·학계에서 전문성을 갖춰온 인사들이다. 경영 자문 능력도 뛰어나다.

하지만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경영 의사 결정을 하고 견제·감시 기능을 수행해야하는 본연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못했다는 지적이다.

사외이사 중에는 전문가답게 조언을 하는 사람도 많지만 실제 경영에 반영되는 경우는 드물다는 점이다. 특히 사외이사 제도의 ‘꽃’으로 꼽히는 대표이사 선임·해임 권한은 유독 약하다.

왜 그럴까. 금융사 CEO 입김이 작용한 사외이사가 해당 CEO를 재추천해서다. 사외이사 선임에 CEO 입김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외이사들이 ‘완전거수기’라는 주장은 동의하기 어렵지만, CEO와 사외이사들 대부분이 관계가 친밀하다보니 CEO가 결정한 사안에 대해 반대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건 맞다”고 말했다.

금융지주 회장들이 사외이사들까지 장악한 채 ‘셀프연임’ 을 추진한다는 비판도 이같은 이유에서 나온다.

사외이사들이 경영이나 견제·감시의 성과로 판단받기 보다는 CEO와의 친분을 강화해 연임돼서는 안된다.

CEO와의 학연, 지연 등의 정보를 비롯해 이사회에서의 활동 사항 등 객관적인 지표를 주주총회에 보고하는 것도 이 같은 부작용을 차단하는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외이사는 경영진을 견제·감시할 안전장치다. 사외이사들이 단순히 CEO들의 의사결정을 보완·감시하는 역할을 넘어 독립성·전문성을 바탕으로 ‘컨트롤타워’로 거듭날 수 있도록 의견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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