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는 지난해 흑자경영에 성공한 이후 올해 상장을 목표로 주간사를 선정하고 본격적인 기업공개(IPO) 절차에 들어갔다. [사진=카카오뱅크 홈페이지 캡처]
핀테크와 빅테크, 그리고 코로나19 등 금융시장을 둘러싼 환경은 전통적인 금융시장에 지각변동을 부르고 있다. 후발 인터넷전문은행 등 핀테크기업들의 거센 도전에 직면한 금융지주사들은 시대적 변화에 맞춰 '디지털금융'을 생존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이른바 은행, 증권, 보험, 카드 등 금융산업 전 분야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만들어지는 뉴노멀 시대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나눔경제뉴스는 금융 업권별로 디지털금융전략을 조명한다.[편집자주]
[나눔경제뉴스=차민수 기자] "금융사들, 핀테크·빅테크 등과 벼랑끝 생존경쟁."
인터넷 전문은행 1호 케이뱅크가 지난해 대주주 문제를 해결하고 시중은행과 치열한 영업경쟁에 들어간데 이어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흑자경영에 성공한 이후 올해 상장을 목표로 주간사를 선정하고 본격적인 기업공개(IPO) 절차에 들어갔다.
토스회원 1700만명을 기반으로 하는 토스뱅크는 재작년말 은행업 예비인가를 받아 내년 중반 정도로 출범을 앞두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네이버통장'을 내놓았던 포털공룡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은 미래에셋캐피탈과 함께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사업자들을 위한 신용대출 상품인 ‘미래에셋캐피탈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대출’을 출시해 은행권 고유 업무영역에 본격 침투하기 시작했다.
이 상품은 기존 은행이나 금융권에서 자격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대출이 어려웠던 금융 소외계층에 해당하는 온라인 SME를 위한 서비스로, 대안신용평가시스템(ACSS: Alternative Credit Scoring system)을 활용한 온라인 사업자 전용 대출 상품으로는 최초다.
거대 회원수와 정보통신(IT)기술로 무장한 빅테크들은 금융시장에서 영역을 넓히며 순이익을 늘렸다. 인터넷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익은 전년 동기 대비 400억원 증가해 흑자 전환했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당초 예상보다 조기에 흑자로 전환했다. 3분기 순익 406억원, 누적순익은 859억원을 거둬 점차 흑자폭을 늘렸다.
이같은 빅테크의 약진과 달리 지난해 시중은행들의 수익성은 악화됐다. 신한은행의 지난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1조7650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9763억원) 대비 10.7% 감소했다. 국민은행(1조8824억원, -6.2%), 우리은행(1조1590억원, -10.3%), 하나은행(1조6544억원, -7.6%), 농협은행(1.1155억원, -6.4%) 등 주요 시중은행들의 순이익도 적게는 6%, 많게는 10%대까지 줄어들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미래에셋캐피탈과 함께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사업자들을 위한 신용대출 상품을 출시해 은행권 고유 업무영역에 본격 침투하기 시작했다. 네이버파이낸셜 본사 [사진=네이버파이낸셜 제공]
시중은행들의 실적은 저금리 기조,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대손충당금을 늘린 게 가장 큰 원인이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빅테크의 시장 영향력이 커지며 점유율을 점차 늘려간 것이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은 이미 간편결제, 송금, 예적금, 대출, 펀드, 보험 등을 제공하고 있다. 포털사이트, 메신저 등을 기반으로 친숙한 브랜드 인지도를 내세워 금융소비자들에게 높은 접근성을 통해 공략한 것이다. 게다가 풍부한 빅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금융서비스, 포털 기능을 살린 광고 등으로 금융 창구를 확보하고 있다.
▶ "은행산업 거센 도전 직면, 플랫폼 개방성 높이고 채널 만족도 높여야"
올해는 은행산업이 빅테크, 핀테크 등의 거센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은행 플랫폼의 개방성을 높이고 디지털 채널의 만족도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내 최대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의 상장 뿐만아니라 관계회사인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지의 기업공개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케이뱅크도 대주주 문제를 해결하고 본격적인 덩치키우기에 나섰다.
금융업계 전문가는 "디지털에 특화된 빅테크들과 은행이 디지털 채널로만 경쟁해서는 승산이 없다"며 "점포와 자동화기기(ATM) 등 모든 채널을 동원해 고객의 편의성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들은 부랴부랴 디지털플랫폼 강화에 올인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DT·Digital Transformation) 성공 여부에 회사의 명운이 달렸있다고 보고 인공지능(AI), 데이터 역량개발에 자원을 집중하고 관련 인재 영입의 문턱도 더 낮추고 있다.
이와함께, 데이터 사업에도 참여해 마이데이터 사업에 관련 계열사가 공동으로 협업, 참여하고 가상 자산 금융 서비스 시장 등 새로운 금융사업에도 적극 진출하고 있다.
또, 폐쇄된 점포 사무실에 화상 상담실을 도입하거나 은행과 증권 업무를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자산관리 복합 점포 설치를 서두르고 미래형 혁신점포들도 하나둘씩 선보이고 있다. 모바일 인터넷 뱅킹이 활성화되는 가운데 은행들은 새로운 형태의 고객 서비스를 앞다투어 선보이고 있다.
아울러, 시중은행의 점포 축소 움직임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5대 시중 은행의 전국 점포 수는 2017년 말 4719곳에서 지난해 말 4424곳으로 대폭 축소됐다. 카카오뱅크 등 핀테크 업체의 은행업 진출도 활발한 가운데 디지털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은행들의 노력이 속도를 내고 있다.
▶ "디지털화가 생존을 위한 최우선 과제"
새해를 맞아 은행지주 수장들의 일성은 "디지털화가 생존을 위한 최우선 과제"라며 디지털플랫폼 넘버원을 목표로 제시했다. 은행들은 디지털과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점포수를 줄이고 비대면 서비스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지난 5일 올해 처음 열린 임원·본부장 워크숍에서 "전통적인 금융만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면서 "고객중심과 미래 금융의 기준을 제시하고, 일류로 도약해야한다"고 주문했다.
진 행장은 디지털 전환(DT·Digital Transformation) 성공 여부에 조직의 명운이 달렸다며 인공지능(AI), 데이터 역량개발에 자원을 집중하고 관련 인재 영입의 문턱도 더 낮추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11월 신한은행이 선보인 미래형 혁신점포인 서대문 지점의 디지택트 브랜치를 찾아 직접 화상상담을 체험하고 디지택트 브랜치를 찾는 고객의 반응 등을 살피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한 혁신 의지를 다지는 시간을 가졌다.
신한은행은 올해 가상 자산 금융 서비스 시장에도 진출한다. 지난 7일 커스터디 전문 기업인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에 전략적 지분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또, 데이터 사업에도 무게를 둬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는 외부에서 영입한 김혜주 상무가 지주 빅데이터 부문장에 내정됐다.
윤종규 회장이 지난 8일 비대면으로 개최된 2021년 KB금융그룹 경영전략회의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 [사진=KB금융지주 제공]
윤종규 KB금융회장은 지난 8일 각 계열사 대표이사 및 임원 등 2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2021년 ‘그룹 경영전략회의’에서 "금융회사의 핵심가치를 유지하되 완전한 디지털 조직, 금융플랫폼 기업으로 변모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이어 "빅테크의 금융 진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상품 판매에서 종합자산관리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빅테크 기반의 개인화 고객관리 체계를 구축하여 초 개인화 마케팅을 구현해가자"고 천명했다.
KB금융그룹은 올해 윤 회장을 중심으로 금융플랫폼 혁신을 위해 사활을 건 변화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KB금융그룹은 한 곳에서 은행, 증권 업무를 함께 처리할 수 있는 자산관리 복합 점포를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왔다.
KB국민은행은 최근 AI자산운용부를 신설한 후 전문인력 채용을 진행 중이다. AI자산운용부는 고객이 은행에 맡긴 돈이 아닌, 은행이 보유한 고유자산을 AI 기반으로 운용하기 위해 신설된 부서다. 현재는 직원들이 전담하는 해당 업무에 AI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시중은행 최초로 디지털 자산 관리 기업인 한국디지털에셋(KODA)에 지분투자를 진행했다.
지성규 하나은행장이 4일 홀로그램으로 직원들에게 새해 아침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하나은행 제공]
지성규 하나은행장은 새해 첫 영업일인 4일 서울시 중구 을지로 본점에서 '홀로그램'으로새해 아침 인사로 신축년(辛丑年)을 시작했다. 하나은행은 매년 새해 첫 영업일마다 형식적인 시무식 대신 은행장이 직접 직원들을 맞아 하이파이브를 하고 신년 구호를 외치는 아침 인사를 이어오고 있다.
하나은행은 비단 하드웨어적인 디지털화뿐만아니라 기업문화에까지 디지털마인드를 심어 변화와 혁신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지 행장은 모바일뱅킹앱 하나원큐를 생활금융 플랫폼으로 바꾸기 위해 부동산, 모빌리티, 애완동물, 건강관리 등 4대 디지털 생태계를 확장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부동산, 여행, 자동차 등 다른 산업에서 경쟁력을 갖춘 플랫폼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여왔다.
지주 전환 2주년을 맞은 우리금융그룹 손태승 회장은 디지털 혁신, 시너지 극대화, ESG경영 등 그룹의 핵심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모든 임직원이 함께 해달라고 당부했다.
손회장은 올해 은행 디지털 부문 예산을 두 배가량 늘릴 계획이다. IT 인력 채용 업무도 상당 부분 디지털 부문에 위임하기로 했다. 올해 '마이데이터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빅테크(대형 IT기업)와의 경쟁이 불가한 만큼 디지털 부문의 권한과 자율성을 강화해 빅테크와의 경쟁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DT(Digital Transformation)추진단은 지난해 7월 우리은행에 신설된 신생 조직이다. 하위 부서로 디지털전략부와 빅데이터사업부, 인공지능(AI)사업부, 디지털사업부, 스마트앱개발부 등을 두고 있다. 은행뿐 아니라 그룹 전반의 디지털 전략 수립과 신기술 적용 분야 확대, 디지털 마케팅 기획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권준학 농협은행장도 새해들어 디지털 금융부문에 대한 현안을 최우선적으로 점검하며 직원들에게 "디지털 금융 혁신 가속화"를 강조했다.
지난 12일 농협은행 본점에서 열린 '디지털부문 업무보고회'에서 권 행장은 취임 초기부터 ‘고객중심의 플랫폼 구현’, ‘데이터 기반 디지털 마케팅 강화’등 디지털 금융 혁신 가속화를 주문했다.
농협은행은 2021년 전략목표를 '고객중심 종합금융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으로 설정하고, 기존 은행업을 넘어 핀테크·IT 기업 영역으로 확장을 추진하고 있으며, 특히 마이데이터와 종합지급결제업 등에 대응한 디지털 금융 플랫폼 경쟁력 강화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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