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ESG트렌드] (14) '바른식탁' 열풍

우유 뺀 아이스크림, 행복한 닭이 낳은 달걀

전채리 승인 2020.09.25 14:41 의견 0
'바른 소비'에 관심을 두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식품업계에도 ESG 바람이 불고 있다. [그래픽=전채리기자] 


이제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보다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따지는 시대다. 소비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MZ(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세대가 주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착한 기업이 살아남는 시대다.

MZ세대는 구매하려는 제품이나 브랜드가 환경 보호에 기여하는지, 윤리경영을 실천하는지를 따진다. 단순히 싸고 좋은 물건이 구매를 결정하는 필수조건이 아니다. 자신의 신념에 부합하는 가치소비를 한다.

나눔경제뉴스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함께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나눔경제뉴스=전채리기자] .# 주로 온라인으로 장을 보는 A씨(31)는 3800원대 일반 계란 대신 5000원대의 동물복지 계란을 장바구니에 담는다. 가격 차이가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인데다 왠지 죄책감이 덜 드는 기분이다.

 여기에다 요즘은 우유, 버터 대신 두유 등 식물성 재료로 만든 비건 빵, 고기 대신 콩으로 만든 카레까지 챙긴다. 육류나 유제품 섭취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다. 

그렇다고 해서 A씨가 채식주의자는 절대 아니다. A씨는 "갑자기 당장 고기를 끊는다거나 모든 생필품을 친환경으로 바꿀 수는 없지만 지킬 수 있는 것부터 실천 해 보려 한다"고 말했다. 

A씨처럼 '바른 소비'에 관심을 두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식품업계에도 ESG 바람이 불고 있다.

건강하고 행복한 닭이 낳은 자연방사 계란, 유기농 목초 사료만 먹고 자란 젖소에게서 나온 우유 등 동물복지를 내세운 제품이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여기에다 플라스틱 대신 친환경 패키지를 사용한 제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는 추세다. 

마켓컬리에서 판매 중인 동물복지 인증 계란과 다양한 비건 제품 [사진=마켓컬리 앱 화면 캡처] 

▲동물복지 인증 

동묵복지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먹이와 사육환경 등 여러 평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또 사후관리도 꾸준히 신경써야 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농가 수는 아직 적은 수준이다. 

농림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산란계 농장은 144곳에 그쳤다. 전체 농장의 15% 수준이다. 양돈 농가는 18곳(0.3%), 육계 농가는 89곳(5.9%)뿐이었다. 

인증 기준이 까다롭고 공급량도 적기 때문에 비인증 제품보다 가격이 높을 수 밖에 없지만 동물복지 식품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일어난 전 세계적인 채식 열풍과 코로나19 때문이다. 과거에는 동물보호 등 윤리적인 이유로 채식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육식이 탄소 배출과 기후변화의 주범이라고 보고 채식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여기에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안전한 먹거리를 찾는 수요가 늘어난 이유도 있다. 안전한 먹거리와 바른 소비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다. 

한국비건인증원에서 인증하는 비건인증마크 [사진=한국비건인증원]

▲우유넣지 않은 아이스크림, 고기가 없는 만두 - '비건 식품'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채식인구는 2008년 10만명에서 지난해 150만~200만명으로 증가했다. 약 10여년 만에 20배나 늘어났다. 

이 중 비건은 육류, 어류, 해산물뿐만 아니라 우유, 달걀 등 동물성 식품을 전혀 먹지 않는 철저한 채식을 말한다.

한국비건인증원은 △동물성 원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동물 실험과 연구를 하지 않으며 △생산 과정에서도 동물성 원재료와 교차오염이 일어나지 않는 제품에 비건 인증을 부여하고 있다. 한국비건인증원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정한 국내 최초의 비건 인증 기관이다.  

식품업계에서는 이러한 비건 트렌드에 발맞춰 다양한 비건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우유를 넣지 않은 아이스크림, 고기 없는 채소 만두, 밀가루를 사용하지 않은 빵도 이제는 흔히 찾을 수 있다. 

뚜껑을 없앤 스팸 선물세트 [사진=CJ제일제당]


▲노란 뚜껑 없앤 스팸, 종이로 만든 '올페이퍼 패키지' 

과대 포장을 줄이거나 친환경 패키지를 도입한 제품도 인기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출시된 추석선물세트도 예외는 아니다. CJ제일제당, 대상, 동원F&B, 풀무원 등 우리나라 식품업계 대표기업들을 중심으로 '친환경' 테마의 추석선물세트가 등장했다. 

CJ제일제당은 스팸의 시그니처 격인 노란색 플라스틱 뚜껑을 없애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였다. 뿐만 아니라 모든 선물세트 트레이를 즉석밥 '햇반'을 만들 때 사용되는 용기 부산물을 활용했다. 여기에다 부직포 대신 종이 사용량을 늘리고 인쇄도수를 낮춰 잉크 사용량을 줄였다. 

대상은 선물세트 구성품의 구성품의 위치를 재배치해 구성품 간의 간격을 줄여 포장재 사용을 최소화했다. 또한 선물세트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용기를 투명 용기로 교체해 재활용률을 높였다. 

동원F&B는 선물세트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트레이의 무게를 줄였다. 세트 하나당 평균 10%를 줄였다. 동원F&B에 따르면 연간 75톤의 플라스틱을 절감할 수 있는 효과다. 이와 함께 선물세트 구성품 간의 간격을 줄여 포장 공간 비율을 줄였다. 

 또 업계 최초로 플라스틱 트레이를 모두 종이 트레이로 교체한 '올페이퍼 패키지'를 출시했다. 

풀무원 올가홀푸드는 지속가능성과 친환경 컨셉의 선물세트를 선보였다. 전체 과일세트를 100% 저탄소 인증 과일로 구성하는 등 지속가능성과 친환경, 신선 가치를 담은 제품들을 내세웠다.

 이 밖에도 지속가능 인증을 수산물,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정육 제품 등으로 구성된 선물세트도 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바른 소비 열풍이 식탁에까지 이어지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가치소비를 지향하고 비건 식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봤다. 이어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식품업계에서도 앞으로 더욱 다양한 지속가능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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