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20대들은 '코로나세대'라고 한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청년실업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생긴 신조어다. [그래픽=나눔경제뉴스] 

[나눔경제뉴스=전채리기자] #.인천에 사는 취업준비생 L씨(27)는 난생 처음 공무원 시험을 고민중이다. 꽉막힌 채용문에 계속 버틸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서다. 

중국에서 대학교를 마친 L씨는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마치고 지난해부터 취업 준비에 돌입했다. 토익 865점, 오픽 IH등급, 신HSK 6급, 유통관리사 2급에 컴퓨터활용능력 1급, 무역영어 1급까지 갖췄다. L씨는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흔히 말하는 '고스펙 취준생'이지만 연이은 서류 '광탈'(빛의 속도로 탈락)에 지친 상태다. 

L씨는 18일 나눔경제뉴스에 "요즘은 죄다 수시채용을 통한 경력직 채용인데다가 신입 채용에 중고신입들까지 뛰어들면서 경쟁이 너무 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범한 문과생은 기본적으로 몇 백대 일의 경쟁률을 감수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L씨와 같은 취업준비생들은 코로나19가 지나가면 채용 시장이 조금이라도 나아질까 기대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고용 한파가 길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얼어붙은 고용시장을 다시 깨울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N포세대'에서 '코로나세대까지'..실업률 역대 최악 

몇 년 전만해도 취업난, 경제난 등으로 연애, 결혼, 출산 등 여러가지를 포기하는 청년 세대를 'N포세대'라고 불렀다면 요즘 20대들은 '코로나세대'라고 한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청년실업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생긴 신조어다. 

지난달 실업자수는 127만8000명, 실업률은 4.5%를 기록했다. 모두 5월 기준으로 1999년 통계 작성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693만명이였다. 지난해보다 39만2000명 감소했다. 지난 3월에는 19만5000명, 4월에는 47만5000명이 줄어든데 이어 3개월 연속 취업자 수 감소를 기록했다. 

이어 고용노동부는 지난 5월 구직급여(실업급여)를 신청한 29세 이하 청년을 2만500명으로 집계했다. 작년보다 38%나 늘었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2월에는 전년 동월보다 40.7% 증가했다. 3월에는 31.8%, 4월에는 41.6% 급증했다. 

또 코로나19 사태 이후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 중 20대 증가율은 특히 높다. 신규 신청자 중 29세 미만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1월 14.5%에서 지난달 18.5%까지 늘었다. 

상반기에 입사지원 한 신입 구직자들은 평균 7.1곳에 지원해 1.8회 서류에 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잡코리아/그래픽=나눔경제뉴스]

▲공채 사라지나 

#.올해 북경대를 졸업한 이른바 '문과생' P씨(24)는 중국어, 일본어, 영어에 모두 능통한 취업준비생이다. 다양한 대외활동 경력까지 갖췄지만 올해 지원한 인턴 채용은 모두 탈락했다.

P씨는 나눔경제뉴스에 "서류 통과도 쉽지 않은걸 보면 문과생 한계가 너무 심한 것 같아 드론 기술이라도 배워야 되나 싶다"고 토로했다. 

채용 문턱은 계속해서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해 현대기아차그룹이 가장 먼저 공채를 폐지한데 이어 KT는 올해부터 공채 대신 인턴직을 거쳐 정직원으로 채용하는 수시·인턴 채용 제도를 도입했다. LG그룹은 올 하반기부터 연중 수시채용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SK그룹은 앞으로 3년간 공채를 순차적으로 줄이면서 수시 채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공채를 폐지하는 기업들은 채용 규모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원하는 시기에 필요한 만큼을 충원하는 수시 특성상 채용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대기업들은 인턴 제도를 통해 '신입사원 1년 내 퇴사율'을 낮추면서 구직자들에게는 더 많은 채용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말하지만 취업준비생들은 사뭇 다른 입장이다.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는 아무래도 공개 채용보다는 채용이 줄어들지 않겠냐는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잡코리아가 신입 구직자 52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구직자 73%는 '상반기에 입사지원을 했다'고 답했고 상반기에 입사지원 한 신입 구직자들은 평균 7.1곳에 지원해 1.8회 서류에 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류전형 합격 횟수를 조사한 결과에서는 '모두 불합격'이 34.5%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1곳(24.5%)’, ‘2곳(18.3%)’, ‘3곳(10.7%)’ 순이었다. 

▲'고용한파'는 계속된다 

지난달 31일 중소기업연구원이 발표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중소기업 고용 전망과 정책과제'에 따르면 올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경제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고용 시장 또한 녹록치 않을 전망이다. 

보고서에서 중소기업 35.3%는 '올해 하반기 회사 종업원 수가 상반기 대비 감소할 것'이라고 답했다. '종업원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 기업은 17.1%에 그쳤다. 

이어 중소기업 53.6%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가 2021년에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당분간 경제위기가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도 32%를 차지했다. 하반기 경영 상황이 올 상반기보다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는 기업도 72.5%에 달했다. 

중소기업연구원 노민선 연구위원은 "중소기업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새판짜기(new deal)가 필요하다"며 "중소기업 '(가칭)중소기업 뉴딜일자리기금'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노 연구위원은  △외국인 근로자를 내국인으로 대체하는 중소기업 지원 △국내 복귀 중소기업의 직업계고 졸업생 채용 지원 △창업 중소기업의 청년 연구인력 채용 지원 △중소기업이 코로나19 이후 퇴사한 직원을 재고용했을 때 지원 등 실질적인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