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의 눈물과 슬픔의 눈물은 그 맛이 다르다. 같은 눈물이지만, 마음 상태가 다르기에 그 맛 또한 달라진다.
[배태훈 다함께연구소장] 언제부터인가 눈물이 많아졌습니다.
갱년기 때문인지, 아니면 감수성이 풍부해져서인지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가도 눈물이 흐르곤 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아예 드라마를 잘 보지 않습니다. 흔히 “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 운다”는 말이 있지만, 저는 너무 많이 울어서 몇 번을 울었는지 셀 수도 없을 정도입니다.
제 아내도 눈물이 많습니다. 드라마나 영화는 물론이고, 심지어 예능을 보면서도 종종 눈물을 흘립니다.
어떤 순간에는 이유 없이 울컥하기도 하고, 작은 감동에도 눈물이 차오르는 아내입니다.
아내에게는 두 명의 여동생이 있는데, 그들 역시 눈물이 많습니다. 집안 내력인지, 아니면 매력인지 모르겠지만, 세 자매가 모여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모두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국어사전에서 ‘눈물’을 검색해보니 이렇게 정의되어 있더군요.
“눈알 바깥면의 위에 있는 눈물샘에서 나오는 분비물. 늘 조금씩 나와서 눈을 축이거나 이물 질을 씻어 내는데, 자극이나 감동을 받으면 더 많이 나온다.” 이 정의를 읽으며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을 인지하는 순간은 자극이나 감동을 받아 더 많이 나올 때뿐이지만, 사실 눈물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끊임없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요.
몇 해 전, 눈물을 흘리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눈물이 눈을 건조하지 않게 보호하고 이물질을 씻어내기 때문에 그렇다고 합니다.
또 눈물의 맛이 다르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도 기억납니다. 기쁨의 눈물과 슬픔의 눈물은 그 맛이 다르다고 하더군요.
같은 눈물이지만, 마음 상태가 다르기에 그 맛 또한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인터넷에서 눈물에 관한 책을 검색해보니 정말 다양한 책들이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이호원 시인의 시집 '눈물 냄새'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시집의 한 구절을 읽으며 깊은 울림을 느꼈습니다.
<눈물냄새 - 이호원>
세상 살아갈 근심으로 태어난 아기
괴로움을 알리는
애가 타는 냄새가 난다
굽이굽이 고개만 넘자가
쉬어갈 자리 하나 없어
한숨 속에 숨겨놓은 아리는 마음은
고달픈 세월 냄새가 난다
살아생전
무엇이 먹고 싶은지
물어도 보지 못한 불효
제사상 위에 켜놓은 촛불 아래
가슴 타는 냄새가 난다
친구여!
가던 길을 험하면 둘러도 가고
잘못된 길이거든 돌아도 가고
힘겨워 않기를 빌기는 하지만
고쳐 못할 길은 영원의 길인데
떠나온 고향은 골목마다 술래가 숨어
지금도
아이들 시끄러운 소리에 달빛 우는 냄새가 난다
이 시를 읽으면서 떠오른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저와 20살 차이가 나는 사촌 누나가 있습니 다. 그녀는 20대 초반에 결혼해 남매를 낳았는데, 첫째 조카는 저와 한 살 차이, 둘째 조카는 저와 세 살 차이였습니다.
어릴 적, 가까운 곳에 살았던 덕분에 자주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둘째 조카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저는 하루 종일 집에서 울기만 했습니다. 장례식장조차 갈 수 없을 만큼 마음이 무너졌습니다. 그때 눈물이 얼마나 많이 흐를 수 있는지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조카를 떠올리면 눈물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호원 시인의 시처럼, 눈물은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지닌 최초의 언어이자 죽음의 순간까지 동반하는 최후의 말인 것 같습니다.
과학이 눈물의 분자 구조를 해체해도, 문학이 눈물의 상징을 해석해도 여전히 이 투명한 액체 속에는 설명되지 않는 신비가 서려 있습니다.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이 기쁨과 슬픔의 눈물로 자신의 인생 지도를 그려가고 있습니다. 저마 다의 삶 속에서 눈물로 쓰는 자서전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