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석록칼럼] 기부문화 정착되려면

세액공제나 상속제도 개선 필요
명예로운 기부 환경 조성해줘야

차석록 승인 2021.03.12 06:25 의견 0
차석록칼럼 - 기부문화 정착되려면 [그래픽=차민수기자]

[나눔경제뉴스=차석록편집국장] 2021년 새해 벽두부터,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에게 산소처럼 신선함을 던져주는 기부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8일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재산의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선언했다. 10조원의 재산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김의장의 기부금액은 5조원 이상으로 보여 국내 최대의 기부자가 되었다.

우아한 형제들의 김봉진 의장은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더기빙플레지'의 219번째 기부자로 이름을 올렸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중국, 인도 등에 이은 일곱번째다.

'더기빙플레지'는 '기부(giving)'를 '약속(pledge)'한다는 의미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부부가 지난 2010년 함께 출범한 자선단체다. 우리돈으로 약 1조원이 넘는 10억달러 이상의 자산을 보유해야 가입할 수 있다.

특히,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해야 한다.워런버핏이나 빌게이츠외에도 일론 머스크, 마크 저커버그 등 세계 최고 부자를 다투는 글로벌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들이 다수 참여해 있다.

11일 김봉진 의장은 또 한번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날 김봉진 의장은 사재를 털어 직원과 배달 라이더 등에게 1000억 원대의 주식과 격려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지난달까지 입사한 우아한형제들을 비롯해 '우아한청년들', 베트남·일본 해외 법인의 총 1700여 명에게 1인당 평균 약 5000만 원 상당의 주식을 차등 지급한다.

소속 직원이 아닌 배달 라이더에게도 1인당 200만∼500만 원 상당의 주식을 지급한다.

요건을 갖추지 못한 라이더 중에서도 일정 건수 이상의 배달을 수행한 1390명에게는 1인당 격려금 100만 원씩을 지급한다. 또 배달 전용 마트인 ‘B마트’ 창고 직원과 기간제 직원 등 830여 명에게는 1인당 100만∼150만 원의 격려금을 준다.

이같은 소식에 하루종일 부럽다는 반응과 김봉진 의장을 칭송하는 글들이 인터넷 상에서 끝없이 올라오고 있다.

한편으로는 잇단 기부소식에 삼성 현대차 SK LG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재벌 기업들에게도 쏠렸다. 재벌이 아닌 IT기업의 창업자들이 거액의 기부를 하는데 "왜 재벌 회장들은 없느냐?"는 시선이다.

산업 근대화이후 재벌 오너들은 정경유착, 황제경영, 폭행, 매질, 불법·탈법 등이 끊이지 않으면서 반기업정서를 불러 일으키는 원인이 되었다.

박용만 전 대한상의 회장은 과거 사석에서 재벌가의 부정적 이슈가 발생하면 만나는 사람들에게 "죄송하다"고 사죄하는게 일이었다고 전했다.

최근 한 경제단체의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주요 대기업들은 한 곳도 빠짐없이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대기업 오너들은 워런버핏이나 빌게이츠 처럼 존경받지 못하고 있다.

재산 5조원 기부를 밝힌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지난달 직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빌 게이츠 재단을 만드는 모습을 보며 기업이 저렇게 할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됐다"며 벤치마킹하게 됐다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부자들에게 명예롭게 기부할 기회를 주면 기부 문화가 빠르게 정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로 돈을 번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이익공유제 논란과 관련, "강한 바람으로는 겉옷을 벗기지 못하고 더위로 스스로 벗게 만든 이솝우화 '해와 바람'을 예로 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개인적 의견이라는 전제를 달고, "현재 10%로 되어 있는 기부금 공제비율을 50% 정도로 과감하게 상향 조정해주거나, 재산의 일정 부분을 사회에 기부하면 나머지 재산은 상속세 없이 자식들에게 물려줄 수 있도록 하는 등 부자들에게 명예롭게 기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부금의 일부 금액만 세제 혜택을 주기 때문에 세금폭탄을 맞을거라는 우려가 있다. 실제 기부했다가 세금으로 인해 소송이 걸린 경우도 왕왕 있었다. 그 이후 부자들의 기부는 더욱 줄었다. 즉, 기부액수와 상관없이 똑같은 세제가 적용된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는 충무로 영화거리 등에 영화산업 발전에 기여한 유명 연예인 등의 손바닥 동판을 만들어 놓은 것처럼, 광화문 한복판에 큰 기부자들의 이름을 영구 보존토록 해준다면 많은 부자들이 기꺼이 큰 돈을 기부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김범수 의장은 "미국 사회에서 IT 기업인들은 그 서약을 하는 게 문화처럼 퍼졌다"라며 "대한민국에서도 (기부서약이) 퍼질 수 있는 환경까지 가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부자들에게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기 보다는 환경을 만들어준다면 기부문화는 자연스레 정착되고 한국에서도 워런버핏이나 빌게이츠 같은 존경받는 기업인들이 속속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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