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석록칼럼]국민주 삼성전자

차석록 승인 2020.03.28 07:32 의견 0
차석록칼럼 - 국민주 삼성전자 [그래픽=차민수기자]

[나눔경제뉴스=차석록 편집국장]"삼성전자 샀어요. 설마 삼성전자가 망하기야 하겠어요. 그러면 대한민국도 망한거 아니에요?"
30대 초반의 직장인 A씨는 최근 코로나19로 증시가 폭락하자 그동안 모아둔 돈 가운데 80%를 삼성전자 사는데 사용했다.
A씨는 "삼성전자는 한국을 대표하는 초우량기업인데다, 증시가 좋지 않아도 발뻗고 잠잘 수 있는 주식"이라면서 "코로나19로 6만원을 바라보던 주가가 떨어져 4만원대 가격이면 싸다는 생각이 든다"고 매수 이유를 말했다.

40대 직장인 B씨는 초등학생인 자녀 3명에게 최근 주가가 떨어지자 각각 100주씩 삼성전자를 사주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그동안 용돈을 받아 모아둔 돈도 삼성전자를 사라고 했다.
B씨는 " 아직 어린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가거나 어른이 되었을때 목돈이 되어 있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또다른 직장인 C씨는 삼성전자가 4만원대 초반으로 밀리자 부인이 통장에 있는 여유자금으로 삼성전자를 사자고 했다. 그러나 그는 "코로나때문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무슨 주식이냐?" 했다가 삼성전자가 5만원에 근접하자 부인에게 엄청난 질책(?)을 받았다고 하소연했다.

가히 삼성전자 주식사기 열풍이다. 증시가 대폭락하면서 젊은 직장인, 주부들 사이에서 삼성전자를 사두려는 바람이 거세다. 대출을 받거나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해 삼성전자를 사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마치 '전국민 삼성전자 주식갖기 운동'같다. 일각에선 불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같다고 우려한다.

삼성전자 주식사기 열풍은 왜 일어났을까. 전문가들은 크게 4가지를 꼽는다. 풍부한 유동성, 과거 학습효과, 저축이 돈이 안되는 초저금리, 그리고 비싼 집값 등이다.

투자처를 못찾아 허공을 떠도는 부동자금이 10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투자대상은 크게 보면 주식과 부동산이다. 그런데 부동산은 큰 돈이 필요하다. 돈이 있어도 규제로 묶어 놓는 바람에 쉽지 않다. 그런데 언젠간 지나갈 코로나19로 주가가 싸졌으니 기회가 된 셈이다.

"몇년 묻어둔다는 생각으로 샀어요."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때나 2008년 리먼브러더스사태 등 주가가 폭락했을때가 주식을 싸게살수 있었던 기회라는 학습효과다. 약 10년마다 찾아오는 증시폭락은 마치 '블랙 프라이데이'같은 바겐세일행사임을 알았다.

그리고 천정부지로 오른 집값에 집사기를 포기한, 특히 서울에서 내집 마련 꿈을 접은 젊은층들이 재산증식처로 삼성전자에 꽂힌 것이다. 대박의 꿈을 키우다 좌절된 비트코인의 대안이 삼성전자가 된 셈이다.

아울러 사상 처음으로 0% 대 금리시대가 되면서 이제는 더이상 은행은 재산을 늘려줄 기관이 아니고 그냥 보관창고가 되었다. 선진국처럼 저축 대신 주식투자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음이다.

삼성전자 액면분할 목소리는 2000년초반부터 나왔다. 그러나 꿈적 않았다.

그러다가 삼성전자는 2018년 5월에 액면가를 5000원에서 100원으로 액면분할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할 당시 미국의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배당확대 등을 내세우면서 공격하자 개인주주들이 삼성을 지지해준데 대한 감사 표시로 이재용 부회장이 전격적으로 옥중에서 액면분할을 결정했다.

삼성전자의 이익을 국민들에게도 돌려주겠다는 결정였다. 기관과 외국인들만의 삼성전자가 아닌 국민주가 되겠다는 선언였다.

지난 한달간 폭락장속에서 외국인들이 던진 5조원어치를 개인들이 고스란히 받아갔다. 그래도 삼성전자의 외국인비중은 54%가 넘는다.

주가는 귀신도 모른다고 한다. 삼성전자 주가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주가가 오히려 떨어진다면 개인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 삼성전자도 IMF때 몇만원(액면가 5000원)했다. 지금 100원인 액면가로 환산하면 몇백원하는 동전주다.

과거 국민들이 힘들어할때 곁에는 차범근 박찬호 박세리 류현진 손흥민이 있어 행복해 했다. 코로나19라는 커다란 국가적 시련속에서 투기든 투자든 삼성전자가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책임은 그만큼 막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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