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유리한 고지 점하나

검찰, "안진회계법인 FI와 공모해 가격 부풀려 "기소
FI들은 신창재 회장 약속 위반 주장

정희진 승인 2021.01.23 07:54 의견 0
교보생명은 지난해 4월 풋옵션행사가격의 평가 기준일을 앞당겨 가격을 부풀렸다며 안진회계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사진=교보생명 제공]


[나눔경제뉴스=정희진기자] 3년 넘게 끌어온 재무적투자자(FI)들과의 갈등이 검찰의 기소결정으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는 지난 18일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관계자 3명과 FI 관계자 2명을 기소했다. 검찰은 교보생명과 계약을 체결한 어피니티 컨소시엄 등 FI들이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안진회계법인이 FI에 유리하게 행사가격을 산정했다고 결론 낸 것으로 전해졌다.

풋옵션 행사 가격은 주당 40만9000원으로 평가했다. 이는 매입 원가인 주당 24만5000원의 2배에 이른다. 2조 122억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4월 풋옵션 행사 가격에 대한 평가는 행사일을 기준으로 해야 함에도 안진회계법인이 일부 FI의 의뢰로 평가 기준일을 앞당겨 가격을 부풀렸다며 안진회계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FI 측은 이에 대해 지난 21일 '교보생명 풋옵션에 대한 6가지 오해와 진실'이라는 입장문을 내고 풋옵션 행사에 따른 주식 가격 산정과 관련해 "FI의 지분을 다시 살 의무가 있는 신창재 회장은 가격을 제시하기는 커녕 평가기관을 지정하지도 않았다"며 "이제 와서 계약 절차를 다 이행한 FI를 비난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주장했다.

교보생명도 "어피니티측(FI)과 안진회계법인은 검찰에 기소까지 됐음에도 불구하고 반성은 커녕 공정한 사법적인 판단과 절차를 무시하고 부정하면서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반박성명을 냈다.

특히, "이번 사건의 본질은 검찰이 풋옵션 가격 산정 과정에서 어피니티 컨소시엄과 안진회계법인의 부정한 공모에 대해 유죄로 판단하고 기소한 사실이 핵심"이라고 반박했다.

IPO 지연과 관련, 교보생명은 "신창재 회장은 최선을 다했으나, 저금리와 규제 강화라는 보험업계에 닥친 재난적 상황에 부딪혀 IPO를 이행할 수 없었다"며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고 있는 어피니티 측도 이를 잘 알고 있었고, 어피니티 측 대표와도 수차례 논의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신창재 회장은 고 신영호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선친의 별세 후 약 15년 간 경영권 안정화에 주력해 왔지만 뜻대로 되질 않았다. 이번 사태는 자칫 IPO(기업공개)를 앞두고 '역대급' 위기에 봉착 할 수 있었던 신 회장 입장에서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상장이 차일피일 미뤄지자 투자금 회수가 급해진 FI는 지난해 11월 신 회장을 상대로 2조122억원 규모의 풋옵션을 행사했고 신 회장은 뒤늦게 교보생명의 IPO를 선언했지만 의도대로 되질 않았다.

교보생명 본사 [사진=교보생명 제공]


시장에서는 상장 생명보험사 평균 PBR이 0.25배 수준임을 감안하면, 교보생명 주식가치는 3조2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신창재 회장 지분은 30%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인다 해도 1조4000억원 정도에 그친다.

담보인정비율(LTV)을 아무리 높여 잡는다해도 주식담보대출로는 신회장이 상환 자금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

신회장 입장에서는 투자금을 돌려주려면 상장이 거의 유일한 해법였으나, FI 측과 분쟁으로 상장마저 불투명해 그야말로 진퇴양난이었다.

업계에서는 신 회장 측이 안진회계법인 자료로 신청한 풋옵션 산정 금액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검찰의 기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교보생명과 FI인 어피너티 컨소시엄이 벌였던 풋옵션 분쟁의 향배는 결국 법원 판단에 맡겨 질 전망이다. 수사 결과와 법원의 판단은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에 상정된 중재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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