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동탄성심병원, 서산·태안 심혈관질환 환자 위해 의료진 파견

전 병원장과 현 진료부원장, 심혈관질환 환자 위해 주 2회 파견

전채리 승인 2020.10.14 10:04 의견 0
혈압 측정하는 한성우 교수 [사진=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제공] 


[나눔경제뉴스=전채리기자]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이 심혈관질환 환자가 많은 서산·태안 지역을 위해 나섰다. 

충남 서산·태안 지역은 고령층이 많아 관상동맥질환, 심부전, 심장판막증 등의 심혈관질환 환자의 비중이 높은 곳이다. 

하지만 이 지역 환자들은 치료를 받기 위해 서울이나 대도시의 대학병원까지 가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 지역 유일한 공공병원인 서산의료원에는 심장과 혈관질환을 담당하는 순환기내과 의사가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환자들은 치료를 받고 돌아온 뒤에도 진료를 받으러 다시 서울까지 가야 하는 불편이 이어졌다. 또 심혈관질환 환자가 아니더라도 순환기내과 의사가 시행해야 하는 심장검사가 필요한 경우가 많지만 반경 100km 내에 순환기 전문 의사가 없던 서산의료원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 소식을 접한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서산의료원과 협약을 맺고 순환기내과 교수 2명을 파견해 일주일에 두 번씩 서산의료원에서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다. 

▲전 병원장과 현진료부원장, 왕복 200km 달려 주 2회 진료 

파견 의료진은 병원 내에서도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으며 국내 심부전 명의로 꼽히는 전 병원장 순환기내과 유규형 교수와 현 진료부원장인 한성우 교수다.

두 교수는 월요일과 목요일 하루씩 번갈아 가며 왕복 200km 거리의 서산의료원까지 직접 내려가서 진료를 보고 있다. 진료가 있는 날이면 새벽 6시에 출근해 담당환자들의 상태를 살핀 뒤 오전 7시에 병원 차량을 타고 서산의료원으로 이동한다. 1시간 넘게 차를 타고 서산의료원에 도착한 뒤 이곳의 다른 의료진들과 같이 오전 8시 30분부터 진료를 시작한다.

지역에 뛰어난 순환기내과 의사가 왔다는 소식에 두 교수의 진료가 있는 날이면 많은 환자들이 몰리고 있다. 그동안 의사가 없어 멀리 다른 지역 병원까지 찾아가 진료를 보거나 아예 치료를 포기하고 있던 환자들은 가까운 지역에 있는 서산의료원에서 심혈관질환 진료를 볼 수 있게 되자 기쁜 마음으로 병원을 찾고 있다. 

한성우 교수에게 진료를 받기 위해 진료실을 찾은 한 환자는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구겨진 오래된 처방전을 꺼내며 “의사가 왔다는 말을 듣고 몇 년만에 진료를 보러 왔다”고 말했다.

또 안면도에 사는 63세 남성 A씨는 최근 심장이 안 좋아 1시간가량 차를 타고 병원에 왔다. 진료결과 심장혈관에 협착이 생기는 협심증이 의심돼 정밀진단을 받게 됐다. 

그는 “전립선비대증으로 먹는 약 때문에 나타난 별거 아닌 증상으로 생각했었는데 협심증일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철렁했었다”며 “가까운 곳에 진료를 봐주실 의사가 있어서 조기에 병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61세 남성 B씨도 한달 전 심방세동으로 인한 빈맥으로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은 뒤 이곳에서 진료와 약 처방을 받고 있다.

B씨는 “전 같으면 약을 타기 위해 다른 지역까지 가야 해서 진료를 볼 엄두도 안 났는데 서산까지 내려와 진료를 보는 의사가 있어서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두 교수는 하루 평균 40명 이상의 환자를 진료하는데, 대부분 처음 진료를 보는 환자여서 환자상태 파악에만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유규형 교수는 “심장초음파 등 여러 검사들을 해야 하기 때문에 보통 환자들보다 3, 4배의 시간이 필요하고, 이로 인해 실질적으로 비교하면 100명 이상의 환자를 보는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또 환자가 몰리는 날이 많아 진료 종료시간을 한참 넘긴 저녁 7시까지도 진료가 이어질 때가 많다. 서산의료원에서 진료를 시작한 지 어느덧 1년째가 됐지만 이들은 변함없는 마음으로 진료를 하고 있다.

한성우 교수는 “하루 3시간 이상 차를 타고 이동하고, 많은 환자들을 보느라 한번 다녀오면 온몸이 녹초가 될 정도로 힘들다”며 “하루를 꼬박 서산에서 보내야 하기에 본원에서 봐야 할 환자 진료까지 몰리게 돼 이중삼중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교수는 “이곳에서 진료를 시작한 뒤 환자들로부터 ‘이번에는 제발 계속 머물러 달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면서 “몸은 힘들지만 의사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아 앞으로도 서산의료원에서의 진료를 계속 이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심장초음파 검사중인 한성우 교수 [사진=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제공] 


▲긴급 환자는 즉시 한림대동탄성심병원으로 전원 

이처럼 결코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파견진료는 큰 성과를 내고 있다. 한성우 교수는 최근 가슴에 통증을 느껴 서산의료원을 찾은 50대 환자에게 심전도 및 심장초음파를 시행 후 급성심근경색으로 진단했다. 일분일초가 급박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한 교수는 직접 구급차에 동승해 환자를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으로 이송했고, 완전히 막혀있던 우측 관상동맥에 스텐트 삽입술을 시행해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 이후 서산의료원에서 외래를 통해 추적관찰을 하고 있다.

이처럼 서산의료원에서는 주 1회 가량 급성관상동맥질환 등으로 긴급한 시술이 필요한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데, 즉시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으로 전원해 환자의 생명을 구하고 있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에서 시술을 받은 뒤에는 서산의료원에서 외래진료를 통해 지속적으로 경과관찰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환자들의 만족도도 매우 크다.

또한 서산의료원에서는 기존에 긴급한 중환자 발생 시 전원이 가능한 병원을 알아보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됐지만 두 기관의 협약을 통해 곧바로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으로 전원시킬 수 있게 돼 골든타임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이성호 병원장은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은 지역 거점 대학병원으로서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의료기반이 열악한 지역에 본원의 우수한 의료서비스와 신속한 응급전원 시스템을 공유함으로써 지역의료가 활성화되고 더 많은 국민들이 좋은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은 지역병원들과의 진료협력 체계 구축으로 지난 8월 보건복지부의 5G 기반 원격협진 시범사업 실증기관으로 선정되는 등 지역의 의료공백을 메우고 의료기관 간의 이상적인 협진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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