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왕 인터뷰] (10) 대를 잇는 나눔 - 송재엽 후원자

"수술비 부족해 사망한 어린아이 보고 충격"

전채리 승인 2020.09.04 07:10 의견 0
18년 넘게 기부를 이어온 유니세프 아너스클럽 송재엽 후원자 [그래픽=전채리기자] 


'기부왕 인터뷰'는 함께 나누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큰 금액을 선뜻 기부한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나눔, 봉사, 기부가 어떤 의미인지 이야기하고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살펴봅니다. [편집자주] 

[나눔경제뉴스=전채리기자] "조건 없이 나눌 때 진정한 기쁨을 느낄 수 있어요" 

건설업체를 이끄는 송재엽 후원자의 나눔 철학이다. 송재엽 후원자는 18년 넘게 기부를 이어오며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아너스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유니세프 아너스클럽은 전 세계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들을 위해 1억원 이상의 고액을 기부한 후원자들의 모임이다. 

또 송재엽 후원자는 아들과 대를 이은 나눔으로 따뜻함을 더하고 있다. 

지난 6월 송재엽 후원자의 아들 송자호 피카프로젝트 대표는 유니세프에 파블로 피카소 작품 5점을 기증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송자호 대표가 기증한 작품은 피카소가 1930년 대에 연필과 펜으로 그린 무제 그로잉 5점으로 10억원 상당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당시 송자호 대표는 "아버지의 기부를 보며 자라와서 그런지 늘 제가 가진 것들을 나눌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고민해왔다"면서 "아시아 어린이들의 미래를 밝혀주는 데 작품들이 소중하게 쓰이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이제 50대 중반이 되는 전형적인 한국형 남자"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송재엽 후원자는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자신의 나눔 이야기를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다음은 송재엽 후원자와의 1문1답이다. 

▶기부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결혼하고 나서 첫 아들이 태어난 뒤 아이들을 보는 시각과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어린이들이 단순히 작고 귀여운 존재가 아니라 우리 어른들이 정말 잘 보호하고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귀중한 생명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또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어요. 저희 아이가 7살 때 즈음 감기로 병원을 갔는데 치료를 기다리던 중 바로 옆 병실 앞에 있던 한 아이를 보게 됐어요. 저희 아이 또래로 보였는데 병실이 아니라 그냥 복도 간이침대에 누워있더라고요. 심장이 아파서 온 응급환자라고 들었어요. 

이상하게도 그때 그 아이는 우리가 치료를 마치고 나올 때까지도 입원을 하지 못하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다음날 저희는 다시 병원을 찾았고 우연히 그 아이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되었어요.

 거기다가 그 아이가 수술비가 부족해 수술을 받지 못하고 사망하기에 이르렀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는 너무 큰 충격을 받았어요.

그때부터 아이들의 생명,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고 아이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지, 아이들을 힘들 게 하는게 무엇인지 고민하게 됐어요.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가장 큰 고통을 주는 것이 질병과 배고픔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요. 

그 후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유니세프와 인연을 맺게 됐죠. 

▶특히 기억에 남았던 기부, 봉사활동이 있다면? 

기회가 될 때마다 기부와 봉사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작은 기부로 시작해 18년 넘게 유니세프 정기 후원을 통해 어린이들을 돕고 있고요. 또 정기적이지는 않지만 기회가 될 때마다 독거노인 어르신들을 위한 무료 급식 봉사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어요. 

▶최근 아들이 유니세프에 피카소 그림 5점을 기부했는데?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는 조금 놀랬어요. 하지만 어릴 때부터 기부나 봉사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또 이를 실천하는 모습에 저 또한 함께 나눔의 기쁨을 느꼈어요. 

▶기부, 봉사 또는 나눔에 대한 철학이 있다면?

봉사, 기부에는 조건이 없다고 생각해요. 조건 없이 나누고 봉사할 때 진정한 기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죠. 

▶유니세프한국위원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최근 들어 이곳 저곳 기부기관에서 기부금 유용 의혹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기부금 사용에 대한 투명성을 유니세프한국위원회에서는 잘 지키며 건실히 운영해 주기를 바랍니다. 

▶나눔을 주저하시는 분들에게 해주고픈 이야기는

제가 좋아하는 단어 중에 '지호락(知好樂)'이라는 말이 있어요.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라는 뜻이에요. 봉사와 기부도 즐기면서 하라는 마음가짐을 갖게 하는 말이에요. 

여러분들도 즐기면서 봉사와 기부를 해보시면 스스로가 더 즐거워지는 것을 분명히 느끼실 거예요. 

그리고 봉사와 기부의 바탕은 무엇보다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다"라는 말처럼 주변의 어린이들에게 먼저 사랑과 관심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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