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1개월 이상 근로자 퇴직금 지급 의무화

근로자 잦은 이직 등 도덕적 해이.. 기업 인사관리 부작용 초래
기업의 추가 퇴직급여 부담액 6조 7092억원에 달할 전망

이동현 승인 2020.08.23 12:00 의견 0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3일 계속근로기간이 1개월 이상인 근로자에 대해 퇴직급여 지급을 의무화하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입법을 반대했다. [그래픽=나눔경제뉴스]


 [나눔경제뉴스=이동현기자] "1년 미만 단기 아르바이트에 종사하거나 임의·일시적 경제활동을 희망하는 청년, 여성, 고령자 등 취약 근로계층의 퇴직급여 수급권 강화에 있지만 기업들은 추가 퇴직급여에 대한 부담으로 오히려 고용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다."

 기업들은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비례대표)이 대표발의한 '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172)개정안에 대해 “장기근속에 대한 공로보상이라는 퇴직급여제도의 본질과 정면 배치된다"며 반대의사를 분명히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회장 손경식)는 23일 “계속근로기간이 1개월 이상인 근로자에 대해 퇴직급여 지급을 의무화하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입법을 반대하는 경영계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21대 국회 개원 직후 이수진 의원(비)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17명은 소정근로시간에 상관없이 계속근로기간이 1개월 이상인 근로자에 대해 사용자의 퇴직급여 지급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였다.

                          현행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과 일부개정법률안 비교 [그래픽=나눔경제뉴스]


  개정안은 현행법상 퇴직급여 지급대상에서 제외되는 계속근로기간 1년 미만 근로자와 4주간을 평균하여 1주간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초단시간 근로자에게도 퇴직급여 수급권을 부여함으로써 취약 근로계층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에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근로자의 잦은 이직 등 도덕적 해이와 결합되어 기업 인사관리의 부작용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중소·영세사업장 및 소상공인에 인건비 부담이 집중되어 오히려 취약 근로계층의 고용기회 감소가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근퇴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

 현행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은 소정 근로시간이 주 15시간 이상이면서, 계속근로기간이 1년 이상인 근로자에게 퇴직급여를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퇴직금제도 확대 연혁 [그래픽=나눔경제뉴스]


 근퇴법 제4조 제1항은 사용자의 퇴직급여제도 설정을 의무화하면서, 단서조항으로 계속근로기간 1년 미만인 근로자와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근로자에 대해서는 퇴직급여제도 설정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를 수익자로 하는 퇴직연금에 가입한 경우에도 계속근로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는 퇴직일시금 또는 퇴직연금을 청구할 수 없으며, 그 일시금 또는 연금은 사용자로 귀속되게 되어 있다.

 그러나 개정안은 제4조 제1항의 단서조항을 개정해 퇴직급여제도 설정제외 대상을 ‘계속근로기간이 1개월 미만인 자’로 한정했다. 

 개정안은 “근로계약기간 및 근로시간이 짧은 대부분의 저소득 근로자들이 퇴직급여를 수급받지 못하는 실정이어서, 퇴직 후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이유를 밝혔다.

 소정근로시간과 상관없이 계속근로기간이 1개월 이상이면 누구나 퇴직급여를 받을 수 있게 함으로써 취약 근로계층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려는 취지다.

▶주요국의 퇴직급여제도 현황

 경총에 따르면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국가 중 우리나라는 유일하게 퇴직급여(퇴직금 또는 퇴직연금)제도를 법정 의무화하고, 사용자가 이를 전적으로 부담하고 있다.

주요국 퇴직급여제도 현황[그래픽=나눔경제뉴스]


  외국은 대개 임의제도로서 퇴직급여(퇴직금 또는 퇴직연금)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퇴직연금에 한하여 법정 도입한 경우에도 노사가 일정 비율을 분담하는 구조다. 

 호주는 사용자가 전액 부담하는 법정 퇴직연금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와 달리 법정 공적연금제도가 없어 대안적 제도 성격이 강하다.

 임의제도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기업이 전적으로 부담하는 퇴직급여제도를 운영하는 일본과 독일도 1년 미만 근로자는 지급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퇴직급여제도의 본질 훼손

 경총에 따르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퇴직급여에 대해서 후불임금과 사회보장적 급여로서의 성격 이외에 장기근속에 대한 공로보상적 성격을 함께 갖는다는 점을 이미 여러 판례를 통해 정립했다.

 산업 현장에서도 퇴직급여는 근로자의 장기근속을 유도하고 그에 대한 공로보상을 위한 인력관리제도 차원에서 사용자가 전적으로 부담하고 있다.

 경총은 "사법적으로나 경영적 측면에서 동 제도의 본질에 비추어 계속근로기간 1년 미만 근로자와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근로자는 퇴직급여 지급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경총 관계자는 "우리나라처럼 기업이 전적으로 부담하는 형태의 퇴직급여제도(퇴직금제도 또는 퇴직연금제도)를 기업이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하는 일본과 독일에서도 1년 미만 근로자는 지급대상에서 제외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1년 미만 근로자는 기업 내에서 상호 신뢰관계를 형성하는 초기 단계로서, 향후 근로자의 계속근무 여부 또한 불확실하여 인사관계의 불안정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총이 지난 2013년 조사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이 본격적인 업무수행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교육·훈련 기간은 평균 18.3개월, 총비용은 1인당 5,959만원 소요된다.

  경총 관계자는 "1년 미만 근로자에 대한 퇴직급여 지급은 오히려 근로자의 잦은 이직 등 도덕적 해이와 결합되어 기업 인력관리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관계자는 "특히 경총의 2016년 신입사원 채용실태 조사 결과, 대졸 신입사원의 경우 1년 내 퇴사율이 27.7%에 달하고 있다"면서 "동 개정안 입법 시 조기퇴직에 따른 인력관리의 어려움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규모별로는 300인 이상 사업장이 9.4%, 300인 미만 사업장이 32.5%로 나타나, 구인난이 심각한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기업마다 신입직원보다 경력직 채용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청년층의 노동시장 신규진입을 더 어렵게 할 소지도 내포한다고 지적했다.

▶노동비용 상승과 고용여력 저하

 경총은 동 개정안 입법 시 연간 퇴직급여 수급자는 628.2만명 증가, 기업의 추가 퇴직급여 부담액은 6조 7,092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1년 미만 근로자에 대한 퇴직급여 지급대상 확대는 필연적으로 기업의 노동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신규채용 위축과 일자리의 질 저하 초래를 우려했다.

 특히 퇴직급여의 추가 부담능력이 없는 기업에서는 신규채용 자체를 유보하거나 규모를 최소한으로 축소하고, 신규 근로자에 대해 임금 조정 등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경총은 1년 미만 근로자와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근로자의 대다수가 300인 미만 사업장에 몰려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동 개정안은 중소·영세사업장과 소상공인의 경영 부담을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경영계는 "1년 미만 퇴직자(고용보험 상실자) 중 300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는 78.5%, 30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는 52.3%로, 퇴직급여 지급대상 확대에 따른 인건비 부담은 소규모 사업장에 더 가중되는 구조"라면서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의 소상공인에게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이어 퇴직급여까지 추가 부담할 경우 경영에 심각한 타격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에따라, 취약 근로계층의 고용기회를 오히려 감소시킬 소지가 높다는 것이다.

경제위기로 기업의 인건비 지불능력 악화

경총에 따르면 현재도 수많은 기업들이 높은 최저임금과 경직적 주 52시간제, 사회보험료 급증 등 인건비 상승압력과 신산업 진출 및 시장 변화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각종 규제장벽으로 경영활동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시장 원칙을 고려하지 않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노동시장에서 최저임금조차 못 받는 근로자 비중(최저임금 미만율)이 16.5%에 달하는 가운데, 일부 업종과 규모에서는 동 비중이 30~40%에 이르는 등 현재의 최저임금도 감당하기 힘든 현실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충격이 장기화되면서 기업들은 지불능력 악화로 인해 신규채용은 물론 기존 근로자의 고용유지 자체도 어려운 상황이다.

 경총 관계자는 "전 세계 경제가 코로나19 이전 상태로 완전 회복하기까지 앞으로도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도 경제와 노동시장 전반의 장기 침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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